민건동 목사 (Ph.D. 목회사회학 ) / 마을학연구소장,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1. 시작하는 글: 인구변동과 교회의 대응과제
한국사회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국 기초자치 단체의 약 50%가 지방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으며,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지역사회의 사회적·경제적 기능 자체가 붕괴되는 구조적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행정안전부, 2024). 출생률 저하, 고령화 심화, 수도권 인구집중이라는 삼중압박 속에서 지방도시와 농촌지역은 학교와 병원, 상점의 연쇄폐쇄를 겪으며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김도훈, 2021).
이러한 인구변동은 한국교회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농촌교회는 교인 수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교회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도시교회 역시 젊은 세대의 이탈과 지역사회와의 단절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정재영, 2023). 전통적으로 교회는 주민등록상 거주인구를 중심으로 사역을 전개해왔으나, 이러한 접근은 현대사회의 높은 인구이동성과 다양한 생활패턴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교회의 교세 통계와 관리 방식은 여전히 등록교인 수와 정기예배 참석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사회에서 실제로 활동하며 관계를 맺는 다양한 인구집단을 목회대상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송인수, 2019).
이러한 상황에서 ‘생활인구’ 개념은 교회사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인구를 넘어 특정 지역에서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등의 목적으로 실제 생활하는 모든 인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행정안전부, 2023). 최근 연구들은 인구감소 지역에서 생활인구가 정주인구보다 많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교회가 인구변동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실증적 근거를 제공한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3). 생활인구 개념은 단순히 인구의 양적 확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질적 특성과 연결방식에 주목함으로써 인구이동성이 높은 현대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접근이다(박상일, 2022).
본 연구는 축소사회 시대에 생활인구 개념을 목회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교회사역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축소사회의 특성과 인구변동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생활인구와 관련 개념들의 이론적 토대를 검토한다. 이어서 생활인구 개념이 목회적 맥락에서 갖는 의미를 탐색하고, 도시와 농촌을 아우르는 구체적 목회전략을 제시한다. 최종적으로 생활인구 중심 목회가 교회의 지속가능성과 지역사회 공헌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
2. 축소사회의 도래와 인구변동의 구조적 이해
1) 축소사회의 개념과 특성
축소사회는 인구감소와 경제성장 둔화가 동시에 발생하는 사회적 현상을 지칭한다(홍성국, 2023). 이는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넘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한 노동력 감소, 소비와 투자의 위축, 경제성장 잠재력의 하락이 순환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축소사회의 핵심 전제는 장기간에 걸쳐 인구 증가가 더 이상 기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산업화 이후 지속적 성장을 전제로 구축된 사회시스템 전반에 근본적 재조정을 요구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축소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25년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통계청, 2024).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려우며, 향후 수십 년간 한국사회의 구조적 조건을 규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노동시장 축소, 소비 감소, 세수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복지 지출 증가와 결합되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전영수, 2022).
축소사회는 공간적으로 불균등하게 진행된다.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은 지속되는 반면,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은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경험한다. 이러한 불균등 발전은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키며, 특정 지역의 소멸 위험을 가속화한다. 2024년 기준 57개 기초자치단체가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으며, 읍면동 단위로는 전체의 55%가 소멸위험 또는 고위험지역에 해당한다(행정안전부, 2024). 이는 단순한 통계적 수치를 넘어, 해당 지역의 학교와 병원, 상점이 문을 닫고 버스 노선이 폐지되며 공동체가 해체되는 구체적 현실로 나타난다.
축소사회 담론에는 두 가지 상반된 관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인구감소를 위기로 규정하고 출산율 제고와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인구감소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이를 계기로 성장중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우치다 다쓰루 외, 2021). 후자의 관점은 인구감소 그 자체보다 이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인구 규모가 아닌 인구의 질과 관계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교회 역시 축소사회의 영향권에 있다. 교회 수의 증가 둔화, 교인 수 감소,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 약화는 인구변동과 무관하지 않다(정재영, 2023). 특히 농촌교회는 지역인구 감소와 직접적으로 연동되어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교회가 성장중심 목회 패러다임을 재검토하고, 지역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재발견할 기회이기도 하다(하태규, 2023). 축소사회는 교회에게 단순히 교인 수 증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어떤 의미 있는 존재가 될 것인가를 질문하도록 요구한다.
2) 지방소멸과 인구감소의 메커니즘
지방소멸은 특정 지역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사회적·경제적 기능 유지가 불가능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인구감소를 넘어 지역공동체의 재생산 능력 자체가 상실되는 질적 변화를 포함한다. 지방소멸의 핵심 지표로 활용되는 ‘지방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가임여성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으로, 이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 0.2 미만이면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마스다 히로야, 2014).
지방소멸은 여러 요인의 복합적 작용으로 발생한다. 첫째, 저출생은 가장 근본적 원인이다. 전국적 저출생 추세 속에서 지방지역의 출산율은 더욱 낮은 경향을 보인다. 이는 젊은 인구의 유출로 인한 가임여성인구 감소,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인프라의 부족, 경제적 기회의 제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둘째, 고령화는 지방소멸을 가속화한다. 젊은 인구가 유출된 지역에서 고령인구 비율이 높아지면, 지역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복지수요는 증가하며, 이는 다시 젊은 인구 유출을 촉진하는 악순환을 형성한다(김도훈, 2021). 셋째, 수도권과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은 지방소멸의 직접적 원인이다. 교육과 일자리, 문화기회가 대도시에 집중된 상황에서 젊은 세대는 진학과 취업을 위해 지방을 떠난다. 이러한 인구이동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지역 간 불균등 발전이 구조화된 결과이다. 한국의 수도권 인구집중도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이는 국토공간구조의 불균형이 심각함을 보여준다(전영수, 2022). 넷째, 지역 경제기반의 약화는 지방소멸을 고착화한다. 인구감소로 인한 내수시장 축소, 노동력 부족, 인프라 투자 감소는 지역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이는 다시 일자리 감소와 인구유출로 이어진다.
지방소멸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초기에는 젊은 인구의 유출이 시작되면서 출생률이 하락하고 고령화가 진행된다. 중기에는 학교 통폐합, 병원과 상점 폐쇄가 이어지며 생활 편의가 저하된다. 후기에는 기초적 공공서비스 유지도 어려워지며 공동체 기능이 상실된다. 이러한 과정은 비가역적 특성을 지니며, 일단 임계점을 넘으면 외부 개입 없이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진다(김현호 외, 2021).
교회는 지방소멸 과정에서 이중적 위치에 놓인다. 한편으로 교회는 지역인구 감소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피해자이다. 교인 수 감소, 헌금 감소, 교회 운영의 어려움은 많은 지방교회가 직면한 현실이다(김병석, 2023). 다른 한편으로 교회는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주체가 될 가능성을 지닌다. 교회는 여전히 많은 지방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공동체 조직이며, 물리적 공간과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교회가 단순히 교인 수 유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사역을 전환한다면, 지방소멸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이상훈, 2023).
3) 로컬리즘과 지역재생의 가능성
지방소멸이라는 위기에 대응하여 ‘로컬리즘’이 대안적 담론으로 부상하고 있다. 로컬리즘은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자원, 역사를 재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정체성을 강화하며, 지역 주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사회적 흐름이다(이시야마 노부타카, 2022). 이는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지역개발이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지역주민과 공동체가 주체가 되는 상향식 발전전략을 강조한다.
로컬리즘의 핵심은 ‘지역성’의 재발견이다. 오랫동안 지방은 중앙에 비해 낙후되고 발전이 필요한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로컬리즘은 각 지역이 고유한 가치와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차별화된 발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역의 자연환경, 역사문화, 전통산업, 공동체 관계 등은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독특한 자산이며, 이를 창조적으로 활용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시야마 노부타카, 2022).
로컬리즘은 실천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로컬푸드 운동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지역경제 순환을 강화하고 환경 부담을 줄인다. 지역문화예술 활동은 지역정체성을 강화하고 주민의 문화적 삶을 풍요롭게 한다. 지역공동체 화폐나 협동조합은 주민 주도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단순히 경제적 효과를 넘어, 주민들이 지역의 주인으로서 자긍심을 회복하고 공동체 유대를 강화하는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전영수, 2022).
로컬리즘은 교회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농촌교회의 ‘지역성’은 단순히 농촌에 위치한다는 지리적 사실을 넘어,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그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부응하는 사역을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하태규, 2023). 교회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계승하며, 지역주민의 필요에 귀 기울이고, 지역공동체의 회복과 발전에 기여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는 교회가 외부에서 완성된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대화와 협력 속에서 그 지역에 적합한 사역을 창조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요구한다.
교회는 로컬리즘의 중요한 행위자가 될 수 있다. 교회는 대부분의 지역에 물리적 공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주민이 모일 수 있는 공공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교회는 자원봉사자와 헌신적 구성원을 조직할 수 있는 역량이 있으며, 이는 지역사회 사업을 추진하는 인적 자원이 된다. 교회는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이타적 동기와 장기적 헌신을 동원할 수 있으며, 이는 단기적 이익을 넘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다(최병학, 2022). 교회가지역성을 회복하고 로컬리즘의 실천 주체로 자리매김한다면,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동시에 교회 자신의 존재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 생활인구 개념의 이론적 토대와 유관 개념의 비교분석
1) 생활인구의 개념 정의와 구성요소
생활인구는 행정안전부가 2020년대 초반 도입한 개념으로, 주민등록인구를 넘어 특정 지역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모든 인구를 포괄한다(행정안전부, 2023). 이는 주민등록상의 거주지와 실제 생활공간이 분리되는 현대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개념이다. 생활인구에는 주민등록인구와 외국인등록인구는 물론, 통근·통학·관광·휴양·업무 등의 목적으로 해당 지역에 체류하는 사람들이 모두 포함된다. 이는 지역정책과 개발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이다(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22).
생활인구 개념의 핵심은 ‘실제 생활’에 있다. 단순히 어느 지역을 방문하거나 통과하는 것을 넘어, 그 지역에서 일정 시간 이상 체류하며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하는 인구를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어, 인근 도시에 거주하면서 특정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거주지와 근무지 양쪽 모두에서 생활인구로 계산된다. 주말마다 별장이나 전원주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주중 거주지와 주말 체류지 양쪽의 생활인구가 된다. 관광객이라도 일주일 이상 장기 체류하며 지역경제에 기여한다면 생활인구에 포함될 수 있다(박상일, 2022).
생활인구를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정주인구로, 주민등록상 해당 지역에 주소를 두고 실제로 거주하는 인구이다. 이는 전통적인 인구통계의 기준이 되어온 집단이다. 둘째는 주간인구로, 통근이나 통학 등으로 주간에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구이다. 대도시 업무지구의 경우 주간인구가 정주인구를 크게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는 체류인구로, 관광이나 휴양, 장기출장 등으로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 머무르는 인구이다. 관광지나 휴양지의 경우 계절에 따라 체류인구가 크게 변동한다(다나카 데루미, 2024).
생활인구는 시공간적으로 유동적이다. 시간대별로 보면, 출퇴근 시간대는 업무지구의 생활인구가 급증하고 주거지역의 생활인구는 감소한다. 저녁 시간과 주말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계절별로도 변화가 크다. 여름 휴가철에는 해안가나 산간 지역의 생활인구가 급증하며, 겨울에는 스키장 인근 지역의 생활인구가 증가한다. 요일별로도 차이가 있다. 평일에는 업무 중심 지역의 생활인구가 많고, 주말에는 여가 시설이나 상업지역의 생활인구가 많다(다나카 데루미, 2024).
생활인구 개념은 지역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함의한다. 기존의 인구정책은 정주인구 증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출산장려, 귀농귀촌 지원 등은 모두 해당 지역의 주민등록인구를 늘리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생활인구 개념은 반드시 주소를 옮기지 않더라도 지역과 관계를 맺고 지역경제와 사회에 기여하는 인구를 중시한다. 이는 특히 인구 유입이 어려운 지역에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박진호, 2023). 정주인구 증가가 어렵다면, 생활인구를 늘림으로써 지역 활력을 유지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관계인구와의 개념적 연관성 및 차이점
‘관계인구’는 일본에서 먼저 사용된 개념으로, 생활인구와 유사하면서도 구별되는 특성을 지닌다(다나카 데루미, 2024).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그 지역과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는 단순한 방문자나 관광객을 넘어, 지역에 대한 애착과 관심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지역 활동에 참여하는 인구를 의미한다. 관계인구는 정주인구와 교류인구 사이에 위치하는 중간 형태의 인구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생활인구와 관계인구의 공통점은 둘 다 주민등록상의 정주인구를 넘어 지역과 연결된 인구를 포괄한다는 점이다. 양자 모두 현대사회의 높은 인구이동성과 다양한 생활패턴을 반영하며,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적 인구자원으로 주목받는다. 또한 양자 모두 지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그 지역에 있다는 것을 넘어, 지역과 어떤 연결을 맺고 있는가에 주목한다(이시야마 노부타카, 2022).
그러나 두 개념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첫째, 포괄범위의 차이이다. 생활인구는 해당 지역에서 실제로 일정 시간 이상 생활하는 모든 인구를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여기에는 정주인구는 물론 통근·통학인구, 관광객, 장기체류자 등이 모두 포함된다. 반면 관계인구는 정주인구를 제외하고, 지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비거주인구에 초점을 맞춘다. 즉 생활인구가 관계인구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으로 볼 수 있다(다나카 데루미, 2024).
둘째, 관계의 질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관계인구 개념은 지역과의 관계의 깊이와 지속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그 지역에 체류한다는 양적 측면을 넘어, 지역에 대한 애착, 지역발전에 대한 관심과 참여 등 질적 측면을 중시한다. 예를 들어,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살지만 정기적으로 고향을 방문하고 지역 행사에 참여하며 지역 특산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전형적인 관계인구이다. 반면 생활인구는 관계의 깊이보다는 실제 생활 여부에 초점을 맞춘다. 비즈니스 출장으로 일주일간 체류하는 사람도 생활인구에 포함되지만, 지역과의 깊은 관계를 전제하지는 않는다.
셋째, 정책적 활용 목적에서 차이가 있다. 생활인구 개념은 주로 행정서비스 수요 예측, 교통계획, 상권분석 등 실질적인 지역 운영과 계획을 위한 데이터로 활용된다(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22). 어느 시간대에 어느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반면 관계인구 개념은 지역 활성화와 지역재생의 인적 자원으로서의 가치에 주목한다. 관계인구를 어떻게 유치하고 그들의 참여를 어떻게 촉진할 것인가가 정책적 관심사이다(다나카 데루미, 2024).
목회적 맥락에서 보면, 생활인구 개념은 교회가 접촉 가능한 모든 인구를 사역 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주일에만 교회에 오는 정주인구는 물론, 평일에 지역에서 일하는 통근인구, 주말에 방문하는 여가인구 등을 모두 목회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반면 관계인구 개념은 교회와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다. 비록 정기적으로 예배에 참석하지는 않지만 교회 행사에 참여하거나 교회사역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회는 생활인구 전체를 잠재적 사역 대상으로 인식하되, 이 중에서 관계인구를 형성하고 심화하는 것을 구체적 목표로 설정할 수 있다(노영상 외, 2024).
3) 교류인구 및 정주인구와의 구별
생활인구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류인구’ 및 ‘정주인구’와의 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세 개념은 인구의 공간적 분포와 이동을 이해하는 상이한 방식을 제시하며, 각각 고유한 정책적·실천적 함의를 지닌다.
정주인구는 가장 전통적인 인구 개념으로, 특정 지역에 주소를 두고 실제로 거주하는 인구를 의미한다. 주민등록상의 인구가 여기에 해당하며, 대부분의 인구통계와 정책은 정주인구를 기준으로 작성되어왔다. 정주인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지역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발전에 기여한다. 학교나 병원 등 공공서비스의 수요 예측은 주로 정주인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교류인구는 특정 지역으로 일시적으로 유입되거나 유출되는 인구를 지칭한다. 관광객, 단기 방문자, 행사 참가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류인구의 특징은 일시성과 유동성이다. 특정 시기나 이벤트에 집중적으로 증가했다가 감소하며, 지역과의 관계가 일회적이거나 단기적인 경향이 있다. 교류인구는 지역경제에 즉각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지속성과 안정성 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관광산업이 발달한 지역의 경우 교류인구의 규모가 정주인구를 크게 상회할 수 있으며, 이는 지역경제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생활인구는 정주인구와 교류인구의 중간지점에 위치하면서 양자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생활인구에는 정주인구가 포함되며, 교류인구 중에서도 일정 시간 이상 체류하며 생활하는 인구가 포함된다. 또한 정주인구도 교류인구도 아닌 통근·통학 인구 같은 집단도 생활인구에 포함된다. 생활인구의 핵심은 ‘실제 생활’이라는 기준에 있다. 주소지가 어디인가, 방문 목적이 무엇인가를 넘어, 실제로 그 지역에서 일정 시간 이상 생활하며 지역경제와 사회에 참여하는가가 기준이 된다.
세 개념을 시간 축으로 구분하면 차이가 명확해진다. 정주인구는 장기적·영구적 거주를 전제한다. 교류인구는 단기적·일시적 방문을 의미한다. 생활인구는 이 둘 사이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한다. 며칠에서 몇 주간 체류하는 장기 관광객, 평일에만 해당 지역에서 일하는 통근자, 주말마다 방문하는 이중 거주자 등은 모두 생활인구에 해당하지만 정주인구나 단순 교류인구와는 구별된다(다나카 데루미, 2024).
공간적 관계로 보면, 정주인구는 해당 지역을 생활의 중심지로 삼는다. 교류인구는 해당 지역을 일시적 목적지로 방문한다. 생활인구는 여러 지역에 걸쳐 생활공간이 분산되어 있을 수 있다. 이는 현대인의 생활패턴이 단일 지역에 고정되지 않고 여러 지역에 걸쳐 전개되는 현실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평일에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근교에서 여가를 보내며, 명절에는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은 세 지역 모두에서 생활인구로 계산될 수 있다.
목회적으로 이 세 개념의 구분은 사역 전략의 차별화를 가능하게 한다. 정주인구는 전통적 목회의 주요 대상으로, 장기적 신앙 성장과 공동체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 교류인구는 일시적 접촉을 통한 복음 전파나 교회 소개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생활인구는 정주인구보다 유연하고 교류인구보다 지속적인 관계 형성이 가능한 집단으로, 새로운 형태의 목회적 접근을 요구한다(정민철, 2021). 예를 들어, 주중에 지역에서 일하는 생활인구를 위한 점심 예배나 소그룹 모임, 주말에 방문하는 생활인구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 등을 개발할 수 있다.
4) 생활인구의 공간·시간·태도 차원 분석
생활인구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간, 시간, 태도’라는 세 차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이시야마 노부타카, 2022). 이 세 차원은 생활인구가 지역과 맺는 관계의 양상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게 하며, 목회전략 수립에 구체적 지침을 제공한다.
첫째, 공간 차원은 생활인구가 지역과 맺는 물리적 관계를 의미한다. 여기서 핵심 질문은 “어디에서 생활하는가”이다. 생활인구는 단일 지역이 아닌 복수의 지역에 걸쳐 생활공간을 가질 수 있다. 거주지, 직장, 여가 공간이 서로 다른 지역에 분산될 수 있으며, 각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과 수행하는 활동이 다르다. 공간적으로 생활인구를 분석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어떤 지역들을 어떻게 연결하며 생활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거주하면서 경기도의 직장으로 통근하고 주말에는 강원도의 전원주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세 지역 모두에서 생활인구이다. 각 지역에서의 생활 양상은 다르다. 서울에서는 주로 주거와 수면이 이루어지고, 경기도에서는 노동과 업무 관련 사회적 관계가 중심이며, 강원도에서는 휴식과 여가가 주를 이룬다. 교회는 이러한 공간적 분산을 이해하고, 각 공간에서의 필요에 부응하는 차별화된 사역을 전개할 수 있다(Keller, 2012).
둘째, 시간 차원은 생활인구가 지역에서 보내는 시간의 양과 패턴을 의미한다. 핵심 질문은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생활하는가”이다. 생활인구는 시간적으로 매우 다양한 패턴을 보인다.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 주말마다 방문하는 사람, 월 1-2회 방문하는 사람, 여름 휴가철에만 장기 체류하는 사람 등은 모두 생활인구이지만 시간적 패턴이 상이하다.
시간 차원을 고려한다는 것은 생활인구의 체류 리듬을 파악하는 것이다. 어느 시간대에 어느 정도 규모의 생활인구가 존재하는가를 이해하면, 효과적인 프로그램 시간 배치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평일 점심시간에 직장 생활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면 점심 예배나 점심 소모임을 개설할 수 있다. 주말에 여가 인구가 급증하는 지역이라면 주말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시간 패턴을 무시하고 획일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생활인구와의 접촉 기회를 놓치게 된다.
셋째, 태도 차원은 생활인구가 지역에 대해 갖는 심리적·정서적 관계를 의미한다. 핵심 질문은 “지역을 어떻게 인식하고 얼마나 관여하는가”이다. 같은 시간을 같은 장소에서 보내더라도, 지역에 대한 태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단순히 업무를 위해 불가피하게 그 지역에 있을 뿐 지역에 대한 관심이나 애착이 없을 수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비록 짧은 시간이라도 지역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역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태도 차원은 생활인구를 단순한 통계적 수치가 아닌 능동적 행위자로 이해하게 한다. 지역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높은 관여도를 가진 생활인구는 지역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지역 특산품을 구매하고, 지역 행사에 참여하며, 지역을 주변에 홍보하고, 나아가 지역 문제 해결에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교회는 단순히 생활인구의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그들이 교회와 지역사회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형성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정재영, 2021).
이 세 차원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 공간적으로 가깝고, 시간적으로 자주 오래 체류하며, 태도적으로 긍정적이고 관여도가 높은 생활인구는 정주인구에 가까운 기여를 할 수 있다. 반대로 공간적으로 멀고, 시간적으로 짧게 드물게 방문하며, 태도적으로 무관심한 생활인구는 교류인구에 가깝다. 생활인구의 다양성은 이 세 차원의 조합으로 설명될 수 있다(이시야마 노부타카, 2022).
목회적으로 이 세 차원 분석은 맞춤형 사역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공간적으로 교회 인근에서 생활하지만 시간적으로는 짧게 체류하는 생활인구에게는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단기 프로그램이 적합하다. 시간적으로 정기적으로 방문하지만 태도적으로 교회에 관심이 적은 생활인구에게는 관심을 환기하고 긍정적인 상을 심어줄 수 있는 접촉점 마련이 필요하다. 태도적으로 긍정적이지만 공간적·시간적 제약이 있는 생활인구에게는 온라인 참여 기회나 비정기 자원봉사 기회 등을 제공할 수 있다.
4. 목회적 맥락에서 생활인구의 의미 재구성
1) 전통적 교회 인구 개념의 한계와 재검토
전통적으로 교회는 ‘교인’이라는 범주를 통해 목회 대상을 규정해왔다. 교인은 일반적으로 해당 교회에 등록하고, 정기적으로 예배에 참석하며, 십일조나 헌금을 통해 재정적으로 기여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교인 개념은 명확한 경계와 소속감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현대사회의 변화된 조건에서는 여러 한계를 드러낸다.
첫째, 전통적 교인 개념은 고정된 거주지를 전제한다. 교인은 교회 인근에 거주하며 매주 교회에 출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상정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거주와 활동 패턴은 훨씬 유동적이다. 직장 때문에 평일에는 다른 도시에 머물고 주말에만 거주지로 돌아오는 사람, 여러 지역을 오가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 교회에 고정적으로 출석하기 어렵지만, 신앙적 필요와 교회와의 관계 욕구를 가지고 있다(반긴스, 2016).
둘째, 전통적 교인 개념은 ‘등록’과 ‘정기 출석’이라는 형식적 기준에 의존한다. 이는 교회 관리와 통계의 편의를 위해서는 유용하지만, 실질적인 신앙생활과 교회와의 관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등록은 했지만 거의 출석하지 않는 명목상의 교인이 있는 반면, 등록하지 않았지만 교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봉사하는 사람도 있다. 형식적 기준만으로는 이러한 다양한 관계 양상을 포착하기 어렵다.
셋째, 전통적 교인 개념은 교회를 지역사회와 분리된 독립적 공동체로 상정하는 경향이 있다. 교인과 비교인의 명확한 구분, 교회 내부 활동에 집중하는 사역 패턴은 교회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수 있다(송인수, 2019). 이는 교회가 지역사회의 필요에 둔감해지고, 지역주민과의 접촉점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교회 성장이 둔화되거나 감소하는 상황에서, 내부 지향적 교인 개념은 교회를 더욱 고립시킬 위험이 있다.
넷째, 전통적 교인 개념은 교회의 영향력을 등록 교인 수로 측정하는 양적 접근을 강화한다. 교회의 성공은 교인 수 증가로, 쇠퇴는 교인 수 감소로 평가된다. 이는 교회 성장 운동의 영향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접근은 교회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질적 영향, 교회의 사회적 기여, 신앙의 깊이와 실천 등을 간과하게 만든다(정재영, 2023).
생활인구 개념은 이러한 전통적 교인 개념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적 시각을 제공한다. 생활인구 관점에서 목회 대상은 등록 교인을 넘어 지역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으로 확장된다. 이는 교회가 고정된 멤버십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교회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로 이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주일 예배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핵심 교인이 있는 한편, 평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 특정 봉사활동에만 참여하는 사람,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사람 등 다양한 참여 방식이 인정되고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노영상 외, 2024).
생활인구 개념은 또한 교회를 지역사회와 연결된 열린 공동체로 재정의하게 한다. 교회는 단순히 등록 교인을 위한 내부 서비스 제공 기관이 아니라, 지역 생활인구 전체를 섬기고 그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공공적 존재가 될 수 있다(최병학, 2022). 이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선교적 사명을 새롭게 조명한다. 교회가 지역 생활인구의 필요에 응답하고 그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때, 교회는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의 중심적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이는 다시 교회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2) 목회 대상의 확장: 지역사회 관계인구로서의 생활인구
생활인구 개념을 목회에 적용할 때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목회 대상의 확장’이다. 전통적으로 목회는 등록 교인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비신자 전도를 통해 그들을 교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생활인구 관점은 등록 교인과 비신자라는 이분법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며 교회와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을 목회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Guder, 1998).
지역사회 관계인구로서의 생활인구는 여러 층위로 구성된다. 가장 핵심에는 등록 교인으로서 정기적으로 예배에 출석하고 교회 생활에 적극 참여하는 정주 교인이 있다. 그 주변에는 등록은 했지만 여러 이유로 정기 출석이 어려운 비정기 교인이 있다. 이들은 여전히 교회와의 유대를 유지하고자 하지만, 직장이나 가족 상황 때문에 매주 출석이 불가능할 수 있다. 더 넓은 층에는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교회의 특정 프로그램이나 활동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이 있다. 이들은 지역주민으로서 교회의 문화 행사, 사회봉사, 교육 프로그램 등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
가장 외곽에는 아직 교회와 직접적 관계를 맺지 않았지만 지역에서 생활하며 잠재적으로 교회와 연결될 수 있는 생활인구 전체가 있다. 이들은 통근이나 통학으로 평일에 지역에 머무르는 사람들, 주말이나 휴가철에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을 포함한다. 이들은 현재 교회와 직접적 관계가 없더라도, 교회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통해 접촉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접촉이 신앙적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목회 대상을 이렇게 확장하는 것은 단순히 잠재적 교인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 이는 교회의 선교적 본질과 연결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는 이미 믿는 자들을 돌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한 자들, 소외되고 고통받는 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교회가 생활인구 전체를 목회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교회의 담을 넘어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필요를 듣고 그들과 함께하는 선교적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노영상 외, 2024).
목회 대상의 확장은 교회의 사역 범위와 내용의 다변화를 요구한다. 등록 교인만을 대상으로 할 때는 주일 예배와 성경공부, 구역 모임 등 전통적 교회 프로그램으로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생활인구를 목회 대상으로 할 때는 훨씬 다양한 접촉점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평일 낮 시간에 지역에 있는 직장인을 위한 점심 예배나 기도회, 주말에 방문하는 가족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 지역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강좌나 건강 교실, 청소년을 위한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이 개발될 수 있다(김명수, 2021).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단순히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섬김이다. 직장인에게 영적 쉼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가족에게 함께 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 지역주민의 문화적 필요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님 나라의 실현이며 이웃 사랑의 실천이다. 이러한 섬김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회와 복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형성되고, 일부는 신앙의 여정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목회 대상의 확장은 또한 교회의 자기 이해를 변화시킨다. 교회는 더 이상 특정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만의 배타적 클럽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를 섬기고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공공적 존재가 된다(이상훈, 2023). 이는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 건물과 시설은 단지 주일 예배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평일에도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될 수 있다. 교회의 인적·물적 자원은 교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유익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3) 생활인구의 시공간적 특성과 목회적 함의
생활인구는 시간과 공간 양 차원에서 높은 유동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유동성은 목회 전략 수립에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전통적 목회는 고정된 시간(주일 오전)과 장소(교회 건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생활인구의 유동적 특성은 교회가 보다 유연하고 다원적인 접근을 개발하도록 요구한다(반긴스, 2016).
시간적 측면에서 생활인구는 다양한 리듬을 가진다. 평일 주간에 지역에서 일하는 직장인 생활인구는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시간대에 교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주말에 지역을 방문하는 여가 생활인구는 토요일이나 주일 오후 시간대가 적합할 수 있다. 계절적으로 특정 시기에만 지역을 찾는 생활인구도 있다. 여름 휴가철 해안가 교회, 겨울 스키 시즌 산간 지역 교회는 계절에 따라 생활인구가 급변한다.
교회는 이러한 시간적 다양성에 대응하여 예배와 모임의 시간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주일 오전 예배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평일 점심 예배, 저녁 예배, 새벽 예배 등 다양한 시간대의 예배를 제공할 수 있다. 소그룹 모임도 주중 저녁, 주말 오전 등 다양한 시간대에 개설하여 참여 기회를 넓힐 수 있다. 특히 온라인 기술을 활용하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실시간 온라인 예배, 녹화된 설교 제공, 온라인 소그룹 모임 등은 생활인구의 시간적 제약을 극복하는 효과적 수단이다(조성돈, 2022).
공간적 측면에서 생활인구는 여러 지역에 분산되어 생활한다. 교회가 위치한 지역이 그들의 유일한 생활공간이 아니며, 심지어 주된 생활공간이 아닐 수도 있다. 이는 교회가 반드시 교회 건물 내에서만 사역을 전개할 필요가 없음을 시사한다. 교회는 생활인구가 실제로 활동하는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Keller, 2012). 직장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사무실 빌딩 내 기도실이나 소그룹 모임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상업 지역에서는 카페나 문화 공간을 활용한 만남과 교제가 가능하다. 공원이나 야외 공간에서 예배나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생활인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다.
생활인구의 공간적 분산은 또한 다지역 협력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 개인이 여러 지역에서 생활한다면, 그 지역들의 교회가 협력하여 그를 섬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일에는 직장 인근 도심 교회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주말에는 거주지 인근 교회의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 간 배타적 경쟁 의식을 넘어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인을 특정 교회에 고정시키려는 소유 의식보다는, 어디에서든 신앙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시공간적 유동성은 목회 관계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으로 목회 관계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것으로 전제되었다. 목회자와 교인은 여러 해에 걸쳐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교인들 상호 간에도 밀접한 공동체를 이룬다. 그러나 생활인구와의 관계는 보다 단기적이고 간헐적일 수 있다. 몇 개월간만 그 지역에 머물다 떠나는 사람, 주말마다 방문하지만 평일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의 관계는 전통적 목회 관계와 다른 양상을 띤다.
이는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짧은 기간이라도 의미 있는 만남과 영적 교류는 가능하다. 교회는 단기간 체류하는 생활인구에게도 진정한 환대와 돌봄을 제공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또한 현대 통신 기술은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관계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일시적으로 만난 사람과도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관계의 길이가 아니라 질이며, 제한된 시간 안에서도 진정성 있는 만남을 창출하는 것이다(샌슨, 2022).
4) 생활인구와 마을목회 패러다임의 접점
생활인구 개념은 최근 한국교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마을목회’ 패러다임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마을목회는 교회가 지역사회 공동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지역 주민 전체를 섬기고, 지역의 회복과 발전에 기여하는 목회 방식을 의미한다(노영상 외, 2024). 이는 교회 성장 중심의 목회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목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담고 있다(박종화, 2021).
마을목회와 생활인구 개념은 여러 측면에서 상호보완적이다. 첫째, 양자 모두 교회의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를 시야에 둔다. 마을목회는 교회가 단지 교인만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필요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강석규, 2022). 생활인구 개념은 이러한 ‘마을 전체’가 누구인지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게 한다. 마을의 구성원은 단지 그곳에 주소를 둔 정주인구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그 마을에서 생활하는 모든 생활인구를 포함한다.
둘째, 양자 모두 관계와 네트워크를 중시한다. 마을목회는 마을 내 다양한 주체들 간의 관계망을 강화하고, 교회가 이러한 관계망의 중심에서 연결자 역할을 하는 것을 지향한다. 생활인구 개념, 특히 관계인구 개념은 사람들이 지역과 맺는 관계의 질에 주목한다(다나카 데루미, 2024). 교회는 생활인구가 지역 및 지역주민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말에 방문하는 생활인구와 지역 정주민을 연결하는 행사나 프로그램을 통해 상호 이해와 교류를 증진할 수 있다.
셋째, 양자 모두 지역의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진다. 마을목회는 단기적 교회 성장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마을 공동체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이경희, 2022). 생활인구 관점의 정책도 인구감소 시대에 지역이 소멸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는 것을 지향한다. 교회가 생활인구를 유치하고 그들이 지역과 긍정적 관계를 맺도록 돕는 것은, 곧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며, 이는 마을목회의 핵심 과제와 일치한다.
넷째, 양자 모두 로컬리즘과 맥을 같이한다. 마을목회는 각 마을의 고유한 특성과 맥락을 중시하며, 획일적인 목회 모델을 거부한다. 생활인구의 구성과 특성은 지역마다 다르다. 농촌과 도시, 해안과 내륙, 관광지와 산업도시는 각기 다른 생활인구 패턴을 보인다. 교회는 자신이 속한 지역의 생활인구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사역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중앙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맥락에 뿌리내린 창조적 사역을 요구한다(하태규, 2023).
마을목회의 관점에서 생활인구는 마을 공동체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자원이다. 생활인구는 단지 외부인이나 방문자가 아니라, 비록 정주하지 않더라도 마을과 관계를 맺고 마을의 활력에 기여하는 주체이다. 교회는 생활인구를 마을 공동체에 통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주말에 방문하는 도시민과 지역 농민을 연결하는 직거래 장터, 지역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지역 환경 보전 활동에 함께 참여하는 기회 등을 통해, 생활인구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마을의 능동적 참여자가 되도록 촉진할 수 있다.
동시에 마을목회는 생활인구의 필요에도 응답해야 한다. 생활인구는 정주민과 다른 필요를 가질 수 있다. 단기 체류자를 위한 편의시설, 교통정보, 안전 지원 등이 필요할 수 있다. 교회는 이러한 실질적 필요에 응답함으로써 생활인구에게 도움을 주고, 동시에 교회와 지역에 대한 긍정적인 상을 심어줄 수 있다. 나아가 생활인구의 영적 필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낯선 지역에서 잠시 머무는 사람들도 예배와 기도, 영적 교제의 필요를 가진다. 교회가 이들을 환대하고 영적 쉼터를 제공하는 것은 마을목회의 중요한 실천이다.
5. 도시와 농촌을 아우르는 생활인구 목회전략
1) 도시지역 생활인구의 특성과 목회적 접근
도시지역의 생활인구는 농촌과 구별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다. 도시는 높은 인구 밀도, 다양한 기능의 집적, 활발한 인구 이동을 특징으로 한다. 도시 생활인구는 통상 정주인구보다 훨씬 많으며, 시간대와 지역에 따라 급격한 변동을 보인다. 출퇴근 시간대 업무지구의 인구 팽창, 저녁 시간 상업지구의 인구 집중, 주말 문화·여가 시설 주변의 인구 증가 등이 전형적인 도시 생활인구 패턴이다(정민철, 2021).
도시 생활인구의 첫 번째 특징은 높은 다양성이다. 도시에는 다양한 연령, 직업, 문화적 배경, 경제적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이는 도시 교회가 매우 다양한 필요와 관심사를 가진 생활인구를 대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획일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이러한 다양성에 대응하기 어렵다. 도시 교회는 다양한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상이한 생활인구 집단의 필요에 맞춤형으로 응답할 필요가 있다. 직장인을 위한 프로그램, 대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예술가를 위한 모임,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예배 등 특정 집단을 겨냥한 사역이 효과적일 수 있다(Keller, 2012).
두 번째 특징은 높은 익명성이다. 도시에서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느슨하고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이는 한편으로 교회 접근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작은 공동체에서는 교회에 가는 것 자체가 주변의 주목을 받고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교회를 탐색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깊은 관계 형성과 공동체 의식 함양이 어려울 수 있다. 도시 교회는 익명성이 주는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진정한 만남과 소속감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대형 예배와 소규모 소그룹을 병행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대형 예배는 익명성 속에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소그룹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세 번째 특징은 시간적 제약이다. 도시 생활인구는 통상 바쁜 일상을 살아간다. 장거리 출퇴근, 장시간 노동, 다양한 사회적 활동으로 인해 시간이 부족하다. 전통적인 주일 오전 예배와 주중 저녁 모임 중심의 프로그램은 이들의 일정과 맞지 않을 수 있다. 도시 교회는 시간적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다양한 시간대의 예배, 짧고 집중적인 프로그램, 온라인을 통한 참여 기회 등이 필요하다(조성돈, 2022). 점심시간을 활용한 30분 기도회, 저녁 늦은 시간의 예배, 이른 새벽 예배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바쁜 도시 생활인구도 참여할 수 있게 한다.
네 번째 특징은 높은 이동성과 유동성이다. 도시 생활인구는 자주 거주지나 직장을 옮기며, 여러 지역을 오가며 생활한다. 특정 교회에 오랫동안 정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도시 교회는 이러한 유동성을 문제가 아닌 기회로 볼 필요가 있다. 짧은 기간 참여하는 사람들도 환대하고, 그들이 떠난 후에도 연결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또한 도시 내 여러 교회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한 교회에서 다른 교회로 이동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서로 소개하고 지원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Roxburgh, 1997).
도시 교회의 생활인구 목회 전략으로는 다음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업무지구에 위치한 교회는 직장인 생활인구를 적극 섬길 수 있다. 점심 예배, 직장인 상담, 경력 개발 워크숍, 직장 내 갈등 해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직장인의 실제적 필요에 응답할 수 있다. 둘째, 대학가에 위치한 교회는 학생 생활인구에 특화할 수 있다. 학업 상담, 진로 탐색, 문화 활동, 또래 모임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 셋째, 상업·여가 지구의 교회는 소비와 여가 활동을 하러 온 생활인구를 만날 수 있다. 문화 행사, 전시, 공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삶과 신앙에 대한 대화를 나눌 기회를 만들 수 있다.
2) 농촌지역 생활인구의 특성과 목회적 접근
농촌지역의 생활인구는 도시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농촌은 전통적으로 정주인구 중심의 안정적 공동체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농촌의 생활인구 구성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 주말농장이나 전원주택을 이용하는 이중 거주자, 농촌 관광객, 계절 노동자, 농촌 지역 기업이나 공공기관 근무자 등 다양한 생활인구가 농촌에 유입되고 있다.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생활인구가 정주인구를 초과하는 현상도 나타난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3).
농촌 생활인구의 첫 번째 특징은 계절성이다. 농업 중심의 농촌 경제는 계절에 따라 활동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생활인구도 변동한다. 농번기에는 외부에서 농업 노동력이 유입되어 생활인구가 증가한다. 수확철 관광 프로그램이나 농촌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하는 생활인구도 늘어난다. 반면 농한기에는 생활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 교회는 이러한 계절적 변동을 고려한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농번기에는 농업 노동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과 간단한 영적 프로그램을, 농한기에는 주민 교육이나 공동체 강화 프로그램을 집중할 수 있다(이진구, 2020).
두 번째 특징은 이중 거주 인구의 증가이다. 도시에 주 거주지를 두면서 주말이나 휴가철에 농촌의 별장이나 전원주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중 거주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농촌 생활인구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으나, 정주민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이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며 문화적 욕구가 높다. 동시에 농촌 생활에 대한 낭만적 기대와 실제 사이의 간극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농촌 교회는 이중 거주자를 농촌 공동체에 통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과 정주민이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농촌 생활 적응을 돕는 멘토링,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형성 등을 통해 이중 거주자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공동체의 일원이 되도록 도울 수 있다(강호석, 2022).
세 번째 특징은 관광 및 체험 인구의 중요성이다. 농촌 관광과 농촌 체험은 많은 농촌 지역의 중요한 산업이 되고 있다. 주말이나 휴가철에 농촌을 방문하여 농사 체험, 전통문화 체험, 자연 체험 등에 참여하는 생활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짧은 기간 머물지만 집중적으로 농촌을 경험하며, 귀농이나 정기적 방문으로 이어질 잠재력을 가진다. 농촌 교회는 관광 및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방문자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교회의 역사나 전통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농촌 생활과 신앙을 연결하는 영성 프로그램, 지역 문화와 기독교 전통을 결합한 체험 등이 가능하다.
네 번째 특징은 강한 공동체성과 관계 지향성이다. 농촌은 도시에 비해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사람들 간의 관계가 긴밀하다. 이는 농촌 교회가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강석규, 2022). 동시에 새로 유입되는 생활인구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다. 농촌 교회는 기존 정주민 공동체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생활인구를 환대하고 포용하는 개방성을 가져야 한다. 정주민과 생활인구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대화 모임, 함께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 프로젝트 등을 통해 확장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농촌 교회의 생활인구 목회 전략으로는 다음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농촌 교회는 귀농귀촌 인구의 안착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농사 기술 교육, 농촌 생활 정보 제공, 지역 주민과의 네트워킹 지원 등을 통해 귀농귀촌자가 농촌 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울 수 있다(이진구, 2020). 이는 단지 교인 확보를 넘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사역이다. 둘째, 주말 및 계절 방문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주말 가족 예배, 자연 속 명상 프로그램, 농촌 체험과 연계한 신앙 교육 등을 통해 방문자들에게 의미 있는 영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농촌 교회는 로컬푸드 운동이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참여할 수 있다. 교회가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거나, 도시 소비자와 농촌 생산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농촌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서 도시와 농촌의 생활인구를 연결하는 효과를 낳는다. 넷째, 농촌 교회는 지역 문화와 전통의 보존 및 전승에 기여할 수 있다. 지역 축제나 전통 행사에 참여하고 지원함으로써, 교회가 지역 정체성의 중심이 되고 생활인구에게도 지역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3) 도농 통합적 생활인구 목회의 가능성
도시와 농촌의 생활인구는 구별되는 특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양자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현대사회에서 도시와 농촌은 대립적이거나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상호 의존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 많은 생활인구는 도시와 농촌 양쪽에서 생활하며, 두 공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교회는 이러한 도농 연결의 중요한 매개자가 될 수 있다.
도농 통합적 관점에서 생활인구를 이해하면, 도시 교회와 농촌 교회는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도시에 거주하면서 주말에 농촌을 방문하는 생활인구는 도시 교회와 농촌 교회 양쪽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주중에는 도시 교회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주말에는 농촌 교회의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 교회와 농촌 교회 간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 교회 간 정보 공유, 프로그램 연계, 상호 추천 등을 통해 생활인구가 어디에서든 신앙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도농 통합적 목회의 구체적 형태로 자매결연을 고려할 수 있다. 도시 교회와 농촌 교회가 자매결연을 맺어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협력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도시 교회 교인들이 농촌 교회를 방문하여 농촌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농촌 교회 교인들이 도시 교회를 방문하여 문화 체험을 하는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도시 교회는 재정적·인적 자원을 제공하고, 농촌 교회는 자연환경과 공동체 경험을 제공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이는 단지 도시가 농촌을 일방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서로에게 줄 것이 있음을 인정하는 평등한 파트너십이다.
도농 통합적 목회는 또한 농산물 직거래나 공정무역 같은 경제적 협력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도시 교회가 농촌 교회나 농촌 지역 농민의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농촌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서 도시 교인들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상거래를 넘어, 도시와 농촌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함께 돌보고 정의로운 경제를 실천하는 신앙적 행위가 된다. 교회를 통한 직거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며, 단지 가격 경쟁이 아닌 관계와 연대를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농 통합적 목회는 또한 환경과 생태 영성의 차원에서 중요하다. 도시 생활인구는 자연과 단절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농촌 교회는 도시 생활인구에게 자연과 만나고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농촌 생태 순례, 농사 체험을 통한 영성 훈련, 자연 속 묵상과 기도 등의 프로그램은 도시인들에게 깊은 영적 체험을 제공하면서 생태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다. 역으로 농촌 교회도 도시 교회와의 교류를 통해 현대사회의 도시적 이슈들, 예를 들어 다문화, 사회 정의, 기술 변화 등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4) 생활인구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의 원칙
생활인구의 다양한 특성에 효과적으로 응답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이 필수적이다. 획일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시간적·공간적·태도적 차원에서 상이한 특성을 가진 생활인구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생활인구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의 주요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연성의 원칙이다. 생활인구는 고정된 시간과 장소에 구속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프로그램은 시간적·공간적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예배의 경우, 주일 오전이라는 단일 시간대에 집중하기보다는 평일 점심, 주중 저녁, 토요일, 주일 다양한 시간대에 예배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교회 건물 내부에 국한하지 않고, 직장 인근, 공원, 온라인 등 다양한 공간에서 모임을 개최할 수 있다. 온라인 기술의 활용은 유연성을 크게 높인다. 실시간 온라인 예배와 녹화 영상 제공을 병행하면, 참여자는 자신의 일정에 맞춰 시청할 수 있다(조성돈, 2022).
둘째, 접근성의 원칙이다. 생활인구는 해당 지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교회와의 연결고리가 약할 수 있다. 따라서 프로그램은 진입 장벽을 최소화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사전 등록이나 회원 가입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프로그램, 간단하고 명확한 안내, 초보자 친화적인 분위기 조성 등이 필요하다. SNS나 지역 정보 플랫폼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도 중요하다. 생활인구는 교회 게시판이나 주보를 통해 정보를 얻기 어려우므로, 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채널을 통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실용성의 원칙이다. 생활인구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프로그램은 실제적 유익을 제공해야 한다.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일상생활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내용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직장인 생활인구를 위해서는 직장 내 갈등 해결, 일과 삶의 균형, 경력 개발과 신앙 등 그들이 직면한 구체적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유용하다. 육아 중인 부모를 위해서는 자녀 양육에 대한 실질적 조언과 지원이 필요하다. 영적 성장도 일상의 맥락 속에서 실천 가능한 방식으로 제시되어야 한다(샌슨, 2022).
넷째, 관계성의 원칙이다. 생활인구는 지역 및 교회와의 관계가 약하므로, 프로그램은 관계 형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일방적인 강의나 대규모 집회보다는 소그룹 형태로 참여자 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다.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는 시간, 공동 작업이나 봉사를 통한 협력, 정기적인 만남을 통한 신뢰 구축 등이 중요하다. 관계는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으므로, 일회성 프로그램보다는 연속성 있는 프로그램이 바람직하다. 다만 생활인구의 시간적 제약을 고려하여, 장기 프로그램이라도 각 회차는 짧고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통합성의 원칙이다. 생활인구 프로그램은 기존 교회사역과 분리되어서는 안 되며, 전체 목회 비전과 통합되어야 한다. 생활인구 프로그램을 단지 전도나 교인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섬김이자 하나님 나라의 실현이어야 한다. 동시에 생활인구 참여자가 원한다면 교회 공동체의 더 깊은 차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생활인구 프로그램 참여자를 교회의 주변부가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식하고 환대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김명수, 2021).
여섯째, 지속가능성의 원칙이다. 생활인구 프로그램은 단기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되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자원 배분과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소수의 헌신적인 개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역할을 분담하고 시스템화된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프로그램의 효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하는 환류 체계가 필요하다. 참여자의 피드백을 수렴하고, 변화하는 필요에 맞춰 프로그램을 조정함으로써 지속적 관련성을 유지해야 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사례로는 다음을 고려할 수 있다. 직장인 생활인구를 위한 ‘점심 기도회’는 직장 인근 교회에서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30분간 간단한 묵상과 기도를 제공한다. 참여자는 도시락을 가져와 함께 식사하며 교제할 수 있다. ‘주말 가족 체험 프로그램’은 농촌 교회에서 주말에 방문하는 가족을 대상으로 농사 체험, 자연 탐사, 가족 예배를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온라인 성경공부’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참여할 수 있으며, 소그룹 화상 모임과 개인 학습을 병행할 수 있다. ‘지역 봉사 프로젝트’는 단기 체류 생활인구도 참여할 수 있는 일회성 봉사 기회를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6. 생활인구 중심 목회를 위한 교회의 역할 재정립
1)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교회: 공공성의 회복
생활인구 중심 목회는 교회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재성찰을 요구한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주로 신자들의 영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종교 기관으로 이해되어왔다. 그러나 생활인구 관점에서 교회는 지역사회 전체를 섬기는 공공적 기관으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교회가 ‘커뮤니티 센터’로 기능한다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역주민의 다양한 필요에 응답하고 공동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심 기관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최병학, 2022).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교회는 첫째, 물리적 공간을 지역사회와 공유한다. 많은 교회가 상당한 규모의 건물과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주로 주일과 교회 행사에만 사용되고 평일에는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원의 낭비이며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기회의 상실이다. 교회는 예배당, 교육관, 주차장 등을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수 있다. 지역 모임, 문화 행사, 교육 프로그램, 소규모 장터 등에 교회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교회는 지역사회의 공공 공간이 될 수 있다(박종화, 2021).
둘째,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회는 종교적 프로그램 외에도 지역주민의 실제적 필요에 응답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육아 지원 프로그램, 노인 돌봄 서비스, 청소년 방과 후 활동, 직업 훈련, 건강 검진, 법률 상담 등 다양한 사회 서비스를 교회가 직접 제공하거나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신앙과 무관하게 필요한 모든 지역주민에게 개방되어야 하며, 서비스 제공을 전도의 수단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무조건적 섬김 그 자체가 복음의 실천이다(김명수, 2021).
셋째, 지역주민의 만남과 교류의 장을 제공한다. 현대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사람들 간의 관계가 단절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생활인구는 지역과의 연결이 약하여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교회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정기적인 지역 모임, 취미 동호회, 공동 식사, 축제 등을 통해 주민 간 관계망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정주민과 생활인구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상호 이해와 통합을 촉진한다(정재영, 2021).
넷째, 지역 이슈에 대한 공론장 역할을 한다. 지역사회는 다양한 과제와 갈등을 안고 있으며, 이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공간이 필요하다. 교회는 중립적이고 안전한 대화의 장을 제공할 수 있다. 지역 발전 방향, 환경 문제, 복지 정책, 세대 간 갈등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주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포럼을 교회가 주최할 수 있다. 교회가 특정 입장을 강요하기보다는, 다양한 목소리가 경청되고 상호 존중 속에서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촉진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교회는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초대 교회는 신자 공동체인 동시에 지역사회에 개방된 공공적 존재였다(Weber, 2003). 교회는 가난한 자를 돌보고, 병든 자를 치유하며,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공공적 기능을 수행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는 점차 사회와 분리되어 내부 지향적이 되었다. 생활인구 중심 목회는 교회가 다시 지역사회의 중심으로 나아가 공공적 책임을 수행하도록 요청한다. 이는 단지 사회봉사 활동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적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노영상 외, 2024).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교회는 또한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낮아지고 있으며, 교회를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교회가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모든 사람에게 열린 공간이 될 때, 이러한 부정적인 식을 전환할 수 있다. 교회를 직접 경험한 생활인구는 교회와 기독교에 대해 긍정적인 상을 갖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복음에 대한 개방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상훈, 2023).
2) 협력 네트워크의 구축: 교회 간, 교회–사회 간 연대
생활인구 중심 목회를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단일 교회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다양한 차원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첫째, 교회 간 협력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한국교회는 교회 간 경쟁이 심했으며, 각 교회가 독립적으로 사역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생활인구의 유동성과 다양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회들이 협력하여 보완적 사역을 전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Roxburgh, 1997).
같은 지역 내 교회들이 연합하여 생활인구 사역을 분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교회는 직장인 점심 프로그램에 특화하고, 다른 교회는 주말 가족 프로그램에 집중하며, 또 다른 교회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이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가능하게 하며, 각 교회가 자신의 강점을 살린 특화된 사역을 전개할 수 있게 한다. 참여자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여러 교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며, 교회들은 이를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도시 교회와 농촌 교회 간 협력도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생활인구가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생활한다. 도시 교회와 농촌 교회가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상호 보완적 사역을 전개하면, 생활인구에게 연속적이고 통합적인 목회적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교단이나 신학적 차이를 넘어선 교회 간 협력도 필요하다. 생활인구 사역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다양한 전통의 교회들이 연합할 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둘째, 교회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생활인구 유치와 지역 활성화를 중요한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교회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생활인구 유치와 정착 지원에 기여할 수 있다. 교회가 제공하는 사회 서비스를 지자체가 재정적으로 지원하거나, 교회 시설을 지역 공공시설로 활용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지자체는 생활인구에 대한 통계와 정보를 교회에 제공하고, 교회는 현장에서 파악한 생활인구의 필요를 지자체에 전달하여 정책에 반영되도록 할 수 있다(박진호, 2023).
셋째, 교회와 사회복지기관, NGO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교회는 영적 사역에는 강점이 있지만, 전문적인 사회 서비스 제공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사회복지기관이나 전문 NGO와 협력하면, 교회는 공간과 자원봉사자를 제공하고 전문 기관은 프로그램과 전문성을 제공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회는 노인 돌봄 공간을 제공하고 사회복지기관이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교회가 전문성 부족으로 부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방지하고,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한다.
넷째, 교회와 기업의 협력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지역에 기반을 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과의 협력은 의미가 있다. 교회는 지역 생산물의 판로를 지원하거나,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매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은 교회의 사회사업에 재정적 지원이나 전문 인력 파견으로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후원 관계를 넘어, 지역 경제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십이어야 한다.
다섯째, 중간지원조직과의 협력이 효과적이다. 최근 지역마다 마을만들기센터, 사회혁신센터, 자원봉사센터 등 다양한 중간지원조직이 설립되고 있다. 이들은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을 연결하고 협력 사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교회가 이러한 중간지원조직과 연결되면, 지역 네트워크에 쉽게 진입할 수 있고, 다양한 협력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는 교회의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회를 독립적이고 자족적인 조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내 다양한 주체들과 연결된 네트워크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 또한 협력에는 자원과 통제의 공유가 수반되므로, 일정 부분의 자율성을 양보할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통해 얻는 시너지와 영향력 확대는 양보한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협력은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강점을 결합하는 지혜이다.
3) 지역사회 조사 및 분석: 데이터 기반 목회 전략
생활인구 중심 목회를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생활인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직관이나 추측이 아닌,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에 기초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목회 전략은 교회가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실제 필요에 부합하는 사역을 전개하도록 돕는다.
지역사회 조사의 첫 단계는 생활인구의 규모와 구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생활인구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도 자체적으로 생활인구 통계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행정안전부, 2023). 교회는 이러한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여 자신의 지역에 얼마나 많은 생활인구가 있는지, 그들이 언제 주로 체류하는지, 어떤 특성을 가지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프로그램 개발의 기초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평일 주간 생활인구가 많다면 점심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주말 생활인구가 많다면 주말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둘째 단계는 생활인구의 필요와 관심사를 조사하는 것이다. 통계 데이터는 양적 정보를 제공하지만, 사람들의 실제 필요와 욕구는 질적 조사를 통해 파악해야 한다. 설문조사, 인터뷰, 포커스 그룹 토론 등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생활인구가 지역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교회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는지 직접 들어야 한다. 이는 교회의 일방적 제공이 아닌, 실제 필요에 기반한 섬김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단계는 지역 자원과 환경을 분석하는 것이다. 지역에 어떤 시설과 서비스가 있는지, 어떤 것이 부족한지 파악해야 한다. 학교, 병원, 복지관, 문화시설, 교통 인프라 등의 현황을 조사한다. 또한 다른 교회나 종교기관, 시민단체, 기업 등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의 활동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교회가 채워야 할 공백이 무엇인지, 누구와 협력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미 다른 기관이 잘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중복하여 제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오히려 충족되지 않는 필요를 발견하여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넷째 단계는 교회 자체의 역량을 진단하는 것이다. 교회가 가진 인적·물적·재정적 자원이 무엇인지, 교인들의 은사와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또한 교회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을 분석하는 SWOT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회가 현실적으로 수행 가능한 사역이 무엇인지, 어떤 분야에서 차별적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지 파악한다. 이상적인 사역 목표와 현실적 역량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고, 단계적으로 역량을 키워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목회 전략을 수립한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단기·중기·장기 목표를 설정하며, 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수립한다. 필요한 자원을 산정하고 조달 방안을 마련한다. 또한 성과 지표를 설정하여 사역의 효과를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정량적 지표(참여자 수, 프로그램 횟수 등)와 정성적 지표(참여자 만족도, 삶의 변화 등)를 균형 있게 활용한다.
데이터 기반 목회 전략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평가를 포함한다. 사역을 실행하면서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계획과 실제 사이의 차이를 분석하며, 필요시 전략을 수정한다. 환경과 필요는 계속 변화하므로, 전략도 유연하게 조정되어야 한다. 정기적으로(예: 연 1회) 전면적인 재평가를 실시하고, 다음 해 계획에 반영한다. 이러한 순환적 과정을 통해 교회의 사역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효과성이 높아진다(김현호 외, 2021).
4) 디지털 기술의 활용: 온·오프라인 통합 목회
생활인구는 시공간적으로 유동적이므로, 물리적 만남만으로는지속적 관계 유지가 어렵다. 디지털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합하는 목회를 가능하게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교회가 온라인 사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제 온라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조성돈, 2022).
첫째, 온라인 예배와 설교 제공이다. 실시간 온라인 예배는 물리적으로 교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생활인구도 예배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예배 영상을 녹화하여 제공하면, 참여자는 자신의 일정에 맞춰 시청할 수 있다. 이는 시간적 유연성을 크게 높인다. 온라인 예배가 오프라인 예배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접근성을 높이고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보완적 수단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둘째, SNS와 메신저를 통한 소통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는 교회와 생활인구를 연결하는 중요한 채널이다. 교회는 SNS를 통해 프로그램 안내, 영감을 주는 콘텐츠, 일상적 소통을 할 수 있다. 카카오톡이나 밴드 같은 메신저 플랫폼은 소그룹 커뮤니케이션에 유용하다. 소그룹 구성원들이 일상을 나누고, 기도 제목을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할 수 있다. 이러한 온라인 소통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관계를 유지하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셋째,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줌(Zoom)이나 구글 미트(Google Meet) 같은 화상 회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온라인 성경공부, 신앙 강좌, 상담 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참여자가 자택이나 직장에서 참여할 수 있어 시간과 교통의 제약을 크게 줄인다. 또한 다양한 지역에 흩어져 있는 생활인구를 한자리에 모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구축하면, 비동기식 학습도 가능하다. 참여자는 자신의 속도에 맞춰 학습하고, 필요시 반복해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넷째, 모바일 앱 개발이다. 교회 전용 모바일 앱은 예배 안내, 헌금, 기도 요청, 소그룹 관리, 푸시 알림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생활인구는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교회와 연결되고,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헌금 기능은 온라인 참여자도 재정적으로 교회를 지원할 수 있게 하여, 온라인 사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다섯째,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생성한다. 어떤 콘텐츠를 많이 보는지, 어느 시간대에 접속하는지, 어떤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개인의 필요와 선호를 파악하여 맞춤형 콘텐츠와 추천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사용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 활용의 핵심은 온·오프라인의 통합이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가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고, 오프라인 모임에서 형성된 관계가 온라인에서 지속되는 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온라인은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공하고, 오프라인은 깊은 만남과 공동체 경험을 제공한다. 양자의 장점을 결합할 때 생활인구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조성돈, 2022).
7. 생활인구 목회의 신학적 근거와 선교적 의미
1) 하나님 나라의 확장으로서의 생활인구 목회
생활인구 목회는 단순한 교회 성장 전략이나 사회사업이 아니라, 신학적으로 깊은 근거를 가진다. 그 핵심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고 실현하는 것이었다. 하나님 나라는 단지 내세의 영적 실재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정의와 평화, 사랑과 치유가 구현되는 구체적 현실이다. 교회의 사명은 이러한 하나님 나라를 증거하고 그 실현에 참여하는 것이다.
생활인구 목회는 하나님 나라가 교회 건물 안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로 확장되어야 함을 인식한다. 하나님의 통치와 사랑은 교인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향한다. 교회가 지역의 모든 생활인구를 섬기고 그들의 필요에 응답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보편성을 실천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유대인뿐 아니라 사마리아인과 이방인에게도 다가가셨고, 종교 지도자뿐 아니라 세리와 죄인을 환대하셨다. 이러한 예수님의 포용성과 보편성이 생활인구 목회의 신학적 모델이다.
하나님 나라는 또한 총체적(holistic)이다. 영혼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 개인만이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 전체를 포괄한다. 생활인구 목회가 영적 프로그램과 함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인의 구원과 함께 공동체의 회복을 추구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총체성을 반영한다. 예수님은 복음을 전하시면서 동시에 병자를 고치고 배고픈 자를 먹이셨다. 말씀 선포와 사회적 실천은 분리될 수 없으며, 양자가 통합될 때 하나님 나라가 온전히 증거된다.
하나님 나라는 관계적이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회복, 인간과 인간의 관계 회복, 인간과 피조 세계의 관계 회복을 포함한다. 생활인구 목회가 관계 형성을 중시하고, 단절된 사람들을 연결하며,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관계적 본질을 실현하는 것이다. 생활인구는 지역과의 관계가 약한 사람들이다. 교회가 그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이 지역 및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것은, 소외와 단절을 극복하고 하나님이 의도하신 공동체를 회복하는 사역이다(Volf, 1998).
2) 선교적 교회론과 생활인구 목회
생활인구 목회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 개념과 깊이 연결된다. 선교적 교회론은 교회의 본질을 선교에서 찾는다. 교회는 선교하는 하나님(Missio Dei)의 사명에 참여하기 위해 존재하며, 선교는 교회의 여러 활동 중 하나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 그 자체이다(Guder, 1998). 선교적 교회는 교회 내부의 유지와 성장에 집중하기보다는, 세상 속으로 나아가 하나님의 선교를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김태환, 2020).
선교적 교회론에서 선교의 대상은 ‘먼 곳’의 ‘타자’가 아니라 ‘이웃’이다. 교회가 위치한 지역사회, 교회가 매일 접촉하는 사람들이 선교의 1차적 대상이다. 생활인구 목회는 바로 이러한 지역 중심, 이웃 중심의 선교를 실천한다. 교회는 지역 생활인구의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고, 그들의 필요를 경청하며, 그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간다. 이는 복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함께 살아내는 것이다(Frost & Hirsch, 2009).
선교적 교회는 또한 ‘성육신적'(incarnational) 선교를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신 것처럼, 교회도 세상 속에 거하며 세상의 언어로 복음을 전하고 세상의 아픔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Hirsch, 2016). 생활인구 목회의 성육신적 특성은 교회가 생활인구의 시간과 공간, 문화와 언어에 맞추는 데서 드러난다. 교회의 편의대로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교회가 나아가는 것이다.
선교적 교회는 ‘문화적 적응’을 중시한다. 복음은 불변하지만, 복음을 전달하는 형식과 방법은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Hull, 2018). 생활인구는 매우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생활 양식을 가진다. 도시 직장인, 농촌 이주민, 관광객, 계절 노동자 등은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지며, 획일적 접근으로는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없다. 교회는 각 생활인구 집단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들의 문화적 언어로 복음을 전달해야 한다(노영상 외, 2024).
선교적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한다는 겸손한 인식을 가진다. 교회가 선교를 주도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세상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일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생활인구 사역에서 교회가 모든 것을 제공하고 해결하려는 자세를 경계하게 한다. 오히려 교회는 생활인구 안에서, 그들을 통해서도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3) 이웃 사랑과 환대의 실천
생활인구 목회의 윤리적 기초는 이웃 사랑의 계명이다. 예수님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율법의 핵심으로 제시하셨다(마 22:37-40). 또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이웃의 범위가 혈연이나 종족, 종교를 넘어선다는 것을 가르치셨다(눅 10:25-37). 이웃은 단지 우리와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이다.
생활인구는 전통적 의미에서 교회의 이웃이 아닐 수 있다. 그들은 교회에 등록하지 않았고, 정기적으로 예배에 참석하지 않으며, 심지어 기독교 신앙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교회가 위치한 지역에서 생활한다는 사실, 그들이 필요와 아픔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교회의 이웃이다. 교회가 생활인구를 섬기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이웃 사랑의 계명에 대한 순종이다.
이웃 사랑은 ‘환대'(hospitality)로 구체화된다. 환대는 낯선 이를 환영하고 그들에게 안전한 공간과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성경은 반복적으로 나그네와 이방인을 환대할 것을 명령한다(레 19:33-34, 히 13:2). 생활인구는 어떤 의미에서 지역의 ‘나그네’이다. 그들은 그 지역에 완전히 속하지 않으며, 낯설고 취약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 교회가 생활인구를 환대한다는 것은 단지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환영받고 소속감을 느끼며 필요한 것을 제공받는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환대는 무조건적이어야 한다. 상대가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그들이 교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에 따라 환대의 정도를 조절해서는 안 된다. 예수님은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고 하셨다(마 25:40). 생활인구를 섬기는 것은 그 자체로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이며, 어떤 대가나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의 표현이어야 한다.
4) 지역사회 변혁과 공공신학
생활인구 목회는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의 관점에서도 조명될 수 있다. 공공신학은 신앙이 사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영역, 즉 사회와 정치, 경제와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회는 단지 개인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을 넘어, 사회 구조와 시스템의 변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최병학, 2022).
생활인구 목회는 지역사회 변혁에 기여한다. 교회가 생활인구를 유치하고 그들의 정착을 지원하며 그들이 지역과 긍정적 관계를 맺도록 돕는 것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교회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것이다. 교회가 공공적 책임을 다하고 사회적 기여를 하는 것은, 신앙의 사회적 차원을 실천하는 것이다(이상훈, 2023).
생활인구 목회는 또한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 현대사회는 양극화와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생활인구와 정주인구 사이에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생활인구를 지역주민이 경계하거나, 반대로 생활인구가 지역주민을 낙후된 존재로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는 이러한 갈등을 중재하고 상호 이해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교회라는 공간에서 만나고 대화하며 협력할 때, 사회적 통합과 화해가 촉진된다(정재영, 2021).
생활인구 목회는 나아가 정의와 공평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 생활인구 중에는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계절 노동자, 외국인 근로자, 불안정한 고용 상태의 프리랜서 등은 사회적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할 수 있다. 교회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며, 그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예언자적 사명이며, 약자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는 것이다.
8. 맺는 글: 축소사회 시대 교회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전망
1) 생활인구 목회의 의의와 기대효과
본 연구는 축소사회 시대에 생활인구 개념을 목회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교회사역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생활인구 목회는 전통적 교인 중심 목회에서 지역사회 관계인구 중심 목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전략적 변화를 넘어,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한 신학적 재성찰을 포함한다.
생활인구 목회의 의의는 첫째, 현실 인식의 정확성에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방 소멸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며, 교회도 이 영향권에 있다. 생활인구 개념은 변화된 인구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단순히 과거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조건에 적응하는 지혜를 제공한다. 정주인구 증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생활인구를 목회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현실적이고 창조적인 대응이다(박진호, 2023).
둘째, 목회 대상의 확장과 포용성 증대이다. 생활인구 목회는 교회의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를 섬김의 대상으로 본다. 이는 복음의 보편성과 하나님 나라의 포용성을 실천하는 것이다. 교회가 소수의 헌신적 교인만을 돌보는 배타적 집단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지역사회 전체에 기여하는 공공적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노영상 외, 2024).
셋째,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영향력 강화이다. 생활인구 목회를 통해 교회는 지역사회의 필요에 실질적으로 응답하고, 지역 문제 해결에 기여하며, 지역 활성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는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교회가 사회에서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킨다. 교회의 사회적 자본이 증대될 때, 이는 다시 교회의 선교적 영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정재영, 2021).
넷째, 교회의 지속가능성 확보이다. 축소사회에서 전통적 방식만을 고수하는 교회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 생활인구 목회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역 모델을 개발하며, 다양한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교회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강화한다. 특히 농촌 교회나 소규모 교회에게 생활인구 목회는 생존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김병석, 2023).
생활인구 목회의 기대효과로는 첫째, 교회 참여자의 양적·질적 증가를 들 수 있다. 생활인구를 적극적으로 섬기고 그들과 관계를 형성할 때, 그중 일부는 신앙의 여정으로 들어서고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될 것이다. 비록 모든 생활인구가 교인이 되지는 않더라도, 교회와 긍정적 관계를 맺고 필요시 교회를 찾는 ‘관계인구’가 증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둘째, 지역사회 활성화와 지속가능성 증진이다. 교회의 생활인구 유치와 정착 지원 활동은 지역의 인구 감소를 완화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공동체를 강화한다. 교회가 지역 발전의 촉매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사회 전체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고, 이는 다시 교회에게도 긍정적 환경을 조성한다(국토연구원, 2022).
셋째, 교회 간 협력과 연대 강화이다. 생활인구 목회는 단일 교회만으로는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우며, 교회 간 협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그동안 경쟁과 분열로 얼룩졌던 한국교회에 연합과 협력의 계기를 제공한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할 때, 교회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일치를 실현할 수 있다.
넷째, 신학적·목회적 혁신과 성숙이다. 생활인구 목회는 교회로 하여금 전통적 목회 패러다임을 재검토하고, 성경적 원리에 기초하되 현대적 맥락에 적합한 새로운 사역 모델을 개발하도록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교회는 신학적으로 더 깊어지고, 목회적으로 더 창조적이 되며, 시대의 징조를 분별하는 예언자적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Frost & Hirsch, 2009).
2) 실천을 위한 과제와 제언
생활인구 목회의 효과적 실천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인식의 전환이다. 많은 교회와 목회자는 여전히 전통적 교인 중심, 양적 성장 중심의 사고방식에 갇혀있다. 생활인구 목회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교육과 설득이 필요하다. 신학교 교육과정에 생활인구 목회와 마을목회, 선교적 교회론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며, 목회자 재교육 프로그램에서도 다루어져야 한다. 교단 차원에서도 생활인구 목회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역량 강화이다. 생활인구 목회는 전통적 목회와 다른 역량을 요구한다. 지역사회 조사 및 분석 능력, 프로그램 기획 및 평가 능력, 네트워크 형성 및 협력 능력,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 등이 필요하다. 교회와 목회자는 이러한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외부 전문가나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교단이나 연합 기관에서 생활인구 목회 지원 센터를 설립하여 전문적 자문과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셋째, 자원의 확보와 배분이다. 생활인구 목회는 새로운 프로그램과 활동을 요구하며, 이는 추가적인 인적·물적·재정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많은 교회, 특히 농촌 교회와 소규모 교회는 자원이 부족하다. 자원 확보를 위한 창조적 방안이 필요하다. 교회 간 자원 공유, 지자체나 정부 보조금 활용, 사회적 기업 운영 등을 통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자원의 재배분도 필요하다. 교회 건물 유지나 내부 행사에 과도하게 투입되던 자원을 생활인구 사역으로 전환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넷째, 평가와 환류 체계 구축이다. 생활인구 목회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순히 참여자 수만이 아니라, 참여자의 만족도, 삶의 변화,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다차원적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효과적인 프로그램은 강화하고, 비효과적인 프로그램은 과감히 중단하거나 개선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또한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각 교회가 서로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신학적 성찰의 지속이다. 생활인구 목회가 단지 실용적 전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하나님 나라의 확장인가, 복음의 본질에 충실한가, 예수 그리스도의 방식을 따르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성과와 효율에만 집중하다 보면 본질을 잃을 위험이 있다. 정기적인 영성 훈련과 신학적 토론을 통해 사역의 신학적 기초를 공고히 해야 한다.
3) 미래 전망: 새로운 교회 패러다임의 가능성
생활인구 목회는 단지 축소사회라는 위기에 대한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교회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씨앗을 담고 있다. 인구 구조와 사회 환경의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이다. 따라서 교회도 이에 맞는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반긴스, 2016).
미래의 교회는 규모의 크기보다 관계의 질을 중시하게 될 것이다. 거대한 단일 교회보다는, 소규모이지만 밀접한 관계망을 가진 교회들의 네트워크가 더 효과적이고 회복력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생활인구 목회는 이러한 네트워크형 교회의 기초를 제공한다. 다양한 지역과 맥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는 교회 또는 교회 프로그램과 연결되되, 이들이 하나의 큰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상호 지원하고 협력하는 모델이다(Roxburgh, 1997).
미래의 교회는 건물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다. 고정된 장소에서의 정기적 모임보다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의 유연한 만남이 중요해질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되고, 거대 예배당보다는 작은 공간들에서의 다양한 모임이 활성화될 것이다. 생활인구 목회의 유연성과 다양성은 이러한 미래 교회 모델과 잘 부합한다(Weber, 2003).
미래의 교회는 성직자 중심에서 평신도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다. 생활인구의 다양한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목회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은사와 전문성을 가진 평신도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평신도가 단지 목회자를 돕는 보조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주체로 인정받고 역량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생활인구 목회는 평신도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Hirsch, 2016).
미래의 교회는 종교 기관에서 공공 기관으로 성격이 변화할 것이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세속화되는 상황에서, 교회가 단지 종교적 서비스만 제공해서는 사회적 관련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교회가 지역사회의 공공적 필요에 응답하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공 기관으로 기능할 때, 교회는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생활인구 목회의 커뮤니티 센터 모델은 이러한 방향을 제시한다(최병학, 2022).
4) 도전과 기회
축소사회는 교회에게 도전이지만 동시에 기회이다. 양적 성장이 둔화되거나 멈춘 상황은 교회로 하여금 본질을 재검토하고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도록 압박한다. 생활인구 목회는 이러한 재검토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응답이다. 이는 교회가 지역사회와 단절되어 고립된 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깊이 연결되어 지역의 일부가 되는 것을 제안한다. 교회의 성공을 교인 수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으로 평가하는 것을 제안한다(하태규, 2023).
생활인구 개념은 단순히 인구통계학적 용어가 아니라, 관계와 참여의 철학을 담고 있다. 사람은 주소지 하나로 규정되지 않으며, 여러 장소에서 여러 방식으로 생활하고 관계를 맺는다. 교회도 마찬가지로 단일하고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다양하고 유동적인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 즉 복음의 본질과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얼마나 충실히 구현하는가이다.
축소사회 시대, 교회는 ‘수축’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거대한 건물과 조직, 화려한 프로그램이 교회의 본질이 아니다. 교회의 본질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이웃을 섬기며, 하나님 나라를 증거하는 것이다. 생활인구 목회는 이러한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형태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 여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사고방식과 관행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저항과 어려움을 수반한다. 그러나 이 길이 교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더 나아가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길이라면, 우리는 용기를 내어 나아가야 한다. 축소사회는 위기인 동시에, 교회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진정한 공동체를 회복할 기회이다. 생활인구 목회를 통해 교회는 숫자의 크기가 아닌 관계의 깊이로, 건물의 화려함이 아닌 섬김의 진정성으로, 조직의 규모가 아닌 사랑의 실천으로 평가받는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축소사회 시대에 생활인구 개념을 목회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교회사역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하였다. 생활인구 목회는 단순한 프로그램 추가나 전략 변경이 아니라,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한 근본적 재성찰을 요구한다. 교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교회의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교회와 지역사회의 관계는 무엇인가와 같은 본질적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교회 쇠퇴라는 위기는 실제로 위기이다. 그러나 위기는 한자어 위험(危險)과 기회(機會)의 합성어이듯, 위기 속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축소사회는 교회로 하여금 양적 성장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존재의 본질과 사명의 핵심을 재발견하도록 촉구한다. 크기가 아닌 깊이로, 숫자가 아닌 관계로, 소유가 아닌 섬김으로 평가받는 교회로 거듭날 기회이다.
생활인구 목회는 이러한 전환을 위한 하나의 통로이다. 교회의 문을 활짝 열고 지역사회로 나아가며, 모든 사람을 환대하고 섬기는 교회의 모습은 초대 교회가 보여준 원형이기도 하다(Weber, 2003). 생활인구 목회를 통해 교회는 과거의 순수성을 회복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창조적으로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축소사회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복음적이며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길일 것이다.
교회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변함이 없으며, 하나님의 선교는 계속된다. 교회가 하나님의 선교에 겸손히 참여하고, 시대의 징조를 분별하며, 담대히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 축소사회는 교회에게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생활인구 목회는 그러한 새로운 시작을 위한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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