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시대, 교회는 ‘마을의 마당’이 되어야

통합돌봄 시대, 교회는 ‘마을의 마당’이 되어야

고양시찰회 세미나, 이원돈 목사 강연 — “건물에서 마을로 나와야 할 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서북노회 고양시찰회는 지난 3월 10일 시찰회 세미나를 열고, 부천 새롬교회 이원돈 목사를 강사로 초청해 ‘통합돌봄 시대의 교회 사역’을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이 목사는 이날 강연에서 “2026년 3월 27일부터 전국에 지역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며 “지금은 지역과 마을마다 돌봄마을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성장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돌봄’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이를 위한 신학적·실천적 근거를 성경과 현장 사례를 통해 풀어냈다.


예수님의 사역은 ‘마을 마당극’이었다

이원돈 목사는 먼저 마가복음 1장을 통해 예수님 사역의 본질을 조명했다. 그는 “예수님은 회당에서 나와 시몬과 안드레의 집으로 들어가셨다”며 “‘회당에서 나왔다’는 것은 건물과 제도 중심의 기존 종교 구조에서 이탈을 의미하고, ‘집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새로운 마을 공동체의 형성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드로 장모의 치유 이후 “온 동네가 그 문 앞에 모였더라”(막 1:33)는 본문을 들어, 예수님이 마을 집과 집을 연결하는 선교 네트워크로 하나님 나라 운동을 시작하셨다고 해석했다. 베드로 장모 집 앞의 ‘치유 마당’, 중풍병자를 내린 집 앞의 ‘협동 마당’, 레위 집의 ‘밥상 마당’은 모두 마을 공동체가 함께하는 공유의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이를 한국의 전통 공연 양식인 마당극에 빗대어 ‘K-마을 마당’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마당극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참여적 예술이다. 예수님의 사역도 닫힌 무대 안이 아니라, 마을 한복판 열린 마당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초대교회는 도시 마을 운동이었다

강연은 초대교회의 역사적 맥락으로 이어졌다. 이 목사는 “예수님의 부활운동은 갈릴리의 나눔과 협동의 마을 공동체 운동으로 로마의 도시 한가운데 퍼져나갔다”고 설명했다. 바울은 빌립보에서 코이노니아(나눔과 교제) 경제 운동을, 에베소와 고린도에서 디아코니아(섬김과 돌봄) 사역을 펼치며 가정교회 중심의 도시 마을 운동을 전개했다.

그는 “에클레시아(교회)의 성령과 지혜의 충만은 코이노니아와 디아코니아의 역동화”라며, 봉사와 나눔이 맞물려 공동체를 건강하게 회전시키는 구조를 강조했다. 이 원리가 오늘날 교회가 마을 돌봄 공동체로 재탄생해야 하는 신학적 근거라고 이 목사는 밝혔다.


한국 교회는 원래 마을의 플랫폼이었다

이 목사는 한국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며 “1980년대 작은 교회들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탁아소와 공부방을 만들었고,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실업극복운동과 자활사업의 중심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교회가 지역사회의 안전망이자 희망의 플랫폼으로 기능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한국 교회는 교인 수 늘리기와 건물 확장, 재정 키우기에 집중하게 되었고, 공적 책임보다 내부 유지를 우선시한 것이 오늘날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약대동 새롬교회의 실천 사례

이 목사는 자신이 목회하는 부천 약대동 새롬교회의 통합돌봄 마을 사역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새롬교회는 새롬지역아동센터, 약대 신나는 가족도서관, 꿈터(꼽사리 영화제 공간), 세대공감 프로그램, 꿈이심야식당(청소년 돌봄) 등을 지역사회와 연계하며 마을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2025년 2월에는 교회 제직회 결의를 통해 새롬 꿈터를 마을 돌봄 공간으로 개방하기로 했으며, 통합돌봄 사업, 여성 생태 사업, 청소년 여행학교 등 세 가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부천마을대학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부천 약대동 마을통합돌봄협의회를 구성해 의료(다니엘종합병원, 부천의료사협), 복지(삼정복지회관), 돌봄(지역아동센터·어린이집), 교회협의회가 요양·의료·먹거리·주거복지·연계 서비스를 통합 운영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목사는 “1단계로 약대동 사례를 모델화하고, 2단계로 부천에 돌봄마을 3~5개를 육성하며, 3단계로 시민단체와 연대해 전국적 선진 모델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돌봄, 성장에서 전환의 키워드로

이 목사는 강연 말미에 현 시대를 “신자유주의 질서의 동요, AI 시대의 도래, 교회 쇠퇴와 돌봄 민주주의의 등장이 겹치는 삼중적 붕괴의 시대”로 진단하면서, 개인 영웅 서사가 공동체 연대의 서사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람보나 슈퍼맨 같은 ‘개인 구원’의 이야기가 힘을 잃고,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세상을 구한다는 새로운 문화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K-예수, K-마을, K-교회는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교회는 단순한 종교적 소비자 집단이 아니라 마을의 대안 공동체(에클레시아)이자 마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목사의 설교는 선포가 아니라 경험의 공유가 되어야 하고, 교회는 무엇을 가르치는 현장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공유하는 필드 마당이 되어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정진훈

darak303@naver.com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