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건동 목사 (Ph.D. 목회사회학) / 마을학연구소장,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1. 시작하는 글
21세기 한국사회는 초고령화, 저출산, 지방소멸이라는 전례 없는 사회구조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였으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8.4%로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통계청, 2023). 이러한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지역사회의 해체와 공동체 붕괴로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농촌과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방소멸 위기는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023」 보고서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3개 지역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음을 보고하고 있다(한국고용정보원, 2023).
이러한 사회구조적 변화는 한국교회에도 심각한 도전을 가하고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2023 한국교회 통계」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 수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교회 내 고령층 비중은 증가하는 반면 청소년 및 청년층 비율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목회데이터연구소, 2023). 특히 교회학교의 축소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소규모 교회의 목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교회 구성원의 양적 감소를 넘어서,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 감소와 지역사회 내 역할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교회의 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서구 기독교 국가들에서도 교회 출석률의 감소, 교회 건물의 폐쇄, 기독교 신앙의 사사화(privatization)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Bruce, 2011; Davie, 2015). 세속화 이론(secularization theory)에서 예측한 바와 같이, 근대화와 합리화 과정에서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으며, 종교는 점차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후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Berger, 1967; Taylor, 2007). 한국교회 역시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서 예외일 수 없으며, 오히려 압축적 근대화를 경험한 한국사회의 특수성으로 인해 더욱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한 응답으로서, 교회와 지역사회가 함께 생명을 돌보고 회복하는 새로운 목회 모델인 ‘마을목회’가 주목받고 있다. 마을목회는 단순히 교회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을 넘어서,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공동체를 살리고 회복하는 본질적 사명을 재발견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이는 교회중심적 목회 패러다임에서 지역사회 중심적 목회 패러다임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마을목회의 등장 배경에는 단순히 교회의 위기만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걸친 공동체 해체와 사회적 양극화, 그리고 생태·기후 위기라는 복합적인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본격화된 마을만들기 운동과 마을공동체만들기 정책은 이러한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사회와 정부의 노력이었으며, 교회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마을목회라는 새로운 실천 방향을 모색하게 되었다(이재민, 2019; 이종수, 2022).
마을목회는 최근 몇 년간 한국교회 내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대안 목회 모델이다. ‘지역 공동체와의 연대’, ‘생태·돌봄 중심 목회’, ‘시민 주도 마을 만들기’ 등 다양한 방향의 시도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목회의 중심축은 교회 건물에서 마을 주민으로, 성직자 중심에서 평신도 참여로 이동하고 있다(조성돈, 2023). 이 과정에서 이웃 돌봄과 상생의 가치가 목회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으며, 교회 중심의 전통적 목회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의 협력적 관계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문적 논의에서도 마을목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천신학 분야에서는 마을목회를 선교적 교회론(missional ecclesiology)의 구체적 실천 모델로 이해하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으며(한국일, 2018; 전광현, 2020), 목회사회학적 관점에서는 마을목회를 사회자본(social capital) 형성과 지역사회 역량 강화의 매개체로 분석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김수정, 2017; 정재영, 2018). 또한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의 관점에서 마을목회를 교회의 공공성 회복과 사회적 책임 이행의 통로로 조명하는 논의들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강성렬, 2021; 장신근, 2019).
기존의 종교 중심에서 삶 중심으로, 교회 건물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전통 교육에서 평생·참여 교육으로의 목회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목회 트렌드는 ‘현장성’, ‘지역성’, ‘공공성’의 회복을 중심으로 마을목회의 새로운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노영상, 2020; 조은하·한국일, 2024).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단순히 목회 방법론의 변화를 넘어서, 교회론과 선교론, 그리고 신학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사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필자는 마을목회를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통합 돌봄과 신뢰 회복, 지역 정체성 재구축을 핵심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목회 모델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마을목회의 등장 배경과 역사적 원형, 신학적 원리와 실천신학적 의미를 체계적으로 고찰하고, 마을목회가 단순히 목회자 중심의 활동을 넘어 평신도가 주체가 되는 마을사역으로 확장될 필요성을 논증하고자 한다.
본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마을목회의 등장 배경을 시대적 위기에 대한 응답과 마을공동체만들기 정책의 영향이라는 두 측면에서 분석한다. 다음으로 마을목회의 원형을 성서적 공동체와 초대교회의 모델에서 탐색하고, 마을목회의 신학적 원리를 성육신 신학, 하나님 나라의 이미-아직 신학, 창조세계 돌봄과 청지기 사명, 그리고 필요 지향 사역이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정립한다. 이어서 실천신학적 관점에서 마을의 개념과 마을공동체만들기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마을목회의 의의와 필요성, 실천과제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마을목회를 넘어 평신도가 주체가 되는 마을사역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사회자본 이론을 중심으로 탐색하며, 이를 통한 교회의 신뢰 회복 방안을 모색한다.
본 논문은 마을목회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종합하면서, 동시에 마을목회를 실천신학과 목회사회학, 공공신학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조명함으로써, 마을목회 연구의 이론적 기반을 확장하고자 한다. 또한 마을목회가 목회자만의 활동이 아니라 평신도가 주체가 되는 마을사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 마을목회 실천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 이는 한국교회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생명을 돌보고 회복하는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실천적 방향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2. 마을목회의 등장 배경
마을목회의 등장은 단일한 원인이나 계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사회적·교회적 위기 상황과 정책적·문화적 변화가 중첩되면서 형성된 현상이다. 여기서는 마을목회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크게 두 가지 측면, 즉 시대적 위기에 대한 응답과 마을공동체만들기 정책의 자양분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1) 시대적 위기에 대한 응답
마을목회는 현대사회가 직면한 여러 시대적 위기에 대한 교회의 응답으로 등장한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이다. 정원범(2022)은 마을목회의 등장 배경을 크게 주류 기성교회의 쇠락, 사회 양극화로 인한 공동체 붕괴, 그리고 심각한 생태·기후 위기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이 세 가지 위기는 서로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근대화와 산업화, 세계화라는 거시적 사회 변동 과정에서 상호 연관되어 나타난 구조적 문제들이다.
(1) 주류 기성교회의 쇠락
서구와 한국을 막론하고 오늘날 주류 개신교회는 교인 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쇠락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는 단순히 양적 감소의 문제를 넘어서,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과 신뢰도 하락이라는 질적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 과거 사회의 중심이었던 교회는 점차 주변부로 밀려나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많은 교회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Davie, 2015; Bruce, 2011).
한국교회의 경우,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고속 성장을 경험하였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 이후에는 정체 내지 감소 추세로 전환되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2023)의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 수는 2015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주일 예배 출석률은 더욱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양적 감소는 교회의 재정 약화로 이어지고, 목회자의 생활 불안정과 목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교회 쇠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세속화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근대화와 합리화 과정에서 종교의 사회적 기능이 축소되고 종교가 사적 영역으로 후퇴하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다(Berger, 1967; Wilson, 1982). 그러나 한국교회의 경우, 세속화라는 거시적 요인 외에도 교회 내부의 문제들이 쇠락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회의 물질만능주의와 성장지상주의, 목회자의 도덕적 실패와 권위주의, 교회 내 갈등과 분쟁,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배타적이고 보수적인 태도 등은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추락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강인철, 2009; 조성돈, 2007).
이러한 위기 속에서, 일부 교회들은 기존의 목회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시작하였다. 과거의 목회가 교회 울타리 안의 교인만을 대상으로 삼고 교회 자체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교회중심적 목회였다면, 이제는 교회가 자신의 필요가 아닌 마을의 필요와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목회로 전환한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한 전략적 변화를 넘어서, 교회의 존재 이유와 사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한다.
선교적 교회론(missional ecclesiology)의 관점에서 보면, 교회는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를 위해 존재한다(Bosch, 1991; Guder, 1998). 교회의 본질은 내부 구성원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파송되어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고 구현하는 데 있다. 마을목회는 이러한 선교적 교회론의 핵심 통찰을 구체적인 목회 실천으로 전환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회가 마을의 필요에 응답하고 마을 주민과 함께 삶을 나누며, 지역사회의 회복과 성장에 기여함으로써, 교회는 자신의 본질적 사명을 회복하고 동시에 쇠락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2) 사회 양극화로 인한 공동체의 붕괴
현대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극심한 빈부 격차와 사회 양극화로 인한 공동체의 붕괴이다. 한국사회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압축적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으나, 동시에 지역 간·계층 간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소득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김병권, 2015; 신광영, 2013).
통계청의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상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은 하위 20% 가구의 6.1배에 달하며, 지니계수와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통계청, 2023).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은 단순히 소득과 자산의 차이를 넘어서, 교육·의료·주거 등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의 격차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또한 세대 간·지역 간·성별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적 유대는 약화되고 있다(최유석·홍현균, 2018).
이러한 사회 양극화와 공동체 붕괴는 특히 농촌과 중소도시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농촌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였고, 남아있는 인구마저 고령화되면서 농촌 공동체는 해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2023)의 「한국의 지방소멸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3개 지역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으며, 이 중 대부분은 농촌 지역이다. 도시 지역에서도 구도심의 쇠퇴와 주거지 양극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이웃 관계와 공동체적 유대가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여 정부, NGO, 지역주민들은 무너지는 마을을 살리기 위한 마을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의 부활 이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마을만들기 운동이 확산되기 시작하였으며, 2010년대부터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마을공동체 활성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이재민, 2019; 이종수, 2022). 마을만들기 운동은 관주도의 하향식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려는 자발적이고 상향식의 움직임이었다.
교회 역시 마을공동체가 붕괴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교회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쇠퇴는 곧 교회의 쇠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지역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지는 상황에서 교회만이 고립된 섬으로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을이 살아야 교회도 산다’는 깊은 자각을 바탕으로, 교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무너진 공동체를 회복시키기 위한 새로운 목회 모델로서 마을목회를 전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동체 해체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은 오래전부터 축적되어 왔다. 퇴니스(Tönnies, 1887/2001)는 전통사회의 공동사회(Gemeinschaft)가 근대사회의 이익사회(Gesellschaft)로 전환되면서, 혈연·지연에 기초한 자연적 공동체가 해체되고 계약과 이익에 기초한 인위적 결사체가 지배적이 되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뒤르켐(Durkheim, 1893/2014)은 전통사회의 기계적 연대가 근대사회의 유기적 연대로 전환되면서, 집단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이 약화되고 아노미(anomie) 상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음을 경고하였다. 현대사회학자들은 개인화(individualization)와 원자화(atomization)가 심화되면서,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적 유대가 약화되고, 이것이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Putnam, 2000; Bauman, 2001).
마을목회는 이러한 공동체 해체 현상에 대한 교회의 응답이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공동체이며, 성서는 일관되게 공동체적 신앙을 강조하고 있다. 구약성서의 언약공동체와 신약성서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는 모두 개인주의적 신앙이 아니라 공동체적 신앙을 지향한다(한경미, 2022). 교회는 자신의 신앙적 전통과 자원을 바탕으로, 해체되어 가는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재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이것이 곧 교회의 선교적 사명이기도 하다.
(3) 생태·기후 위기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긴급한 문제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2021)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은 이미 1.1°C 상승하였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2040년에는 1.5°C 상승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극 빙하의 소멸, 해수면 상승, 극한 기후 현상의 증가는 지구가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한 위기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IPCC, 2021).
기후 위기는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서, 식량 안보, 물 부족, 생물 다양성 감소, 기후 난민 발생 등 인류 문명 전반에 걸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기후 위기는 사회적 약자와 개발도상국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으며, 이는 기후정의(climate justice)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Klein, 2014; 조효제, 2020). 한국 역시 기후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폭염과 한파, 태풍과 호우 등 극한 기후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생태·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교회들은, 이 문제가 이웃을 사랑하고 지구를 돌봐야 할 청지기 사명을 받은 교회가 해결해야 할 긴급한 선교적, 윤리적 과제임을 자각하기 시작하였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1970년대부터 정의·평화·창조질서 보전(JPIC, Justice, Peace, and Integrity of Creation)을 핵심 의제로 설정하고, 생태신학(eco-theology)과 창조질서 보전 신학을 발전시켜 왔다(Rasmussen, 1996; 정원범, 2017). 한국교회에서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교생태영성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생태 영성과 생태 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일부 교회들은 생태교회, 생태마을 조성 등을 통해 창조질서 보전을 실천하고 있다.
마을목회는 생태·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공한다. 마을은 생태계의 기본 단위이며, 마을 차원에서의 생태적 실천은 개인 차원의 실천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교회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에너지 절약, 자원 재활용, 친환경 농업, 생태 복원 등의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는 창조세계를 돌보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실천하는 것이며, 동시에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마을목회는 주류 기성교회의 쇠락, 사회 양극화로 인한 공동체 붕괴, 생태·기후 위기라는 세 가지 시대적 위기에 대한 교회의 종합적 응답으로 등장하였다. 이 세 가지 위기는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모두 근대 산업 문명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을목회는 단순히 교회의 생존 전략이 아니라,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을 모색하는 교회의 선교적 응답인 것이다.
2) 마을공동체만들기 정책의 자양분으로 성장하다
한국교회의 새로운 대안 목회로 주목받는 마을목회는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마을과 소통하며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우는 사역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개별 교회의 자발적인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제도화된 마을공동체만들기 정책의 영향을 깊이 받으며 전개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정원범, 2022; 김혜령, 2013).
(1) 마을만들기 운동: 마을목회의 촉매제
1995년 지방자치제도의 부활과 함께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확산된 마을만들기 운동은 관주도의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려는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 이는 파괴된 공동체를 복원하고,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며,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자는 데 목적을 두었다(이재민, 2019; 신선화, 2017).
마을만들기 운동의 기원은 일본의 마치즈쿠리(まちづくり, 町作り) 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 파괴와 공동체 해체에 대응하여,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 운동이 시작되었다(야마모토 마사유키, 2006). 한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의 경험을 참고하면서, 동시에 한국적 맥락에 맞는 독자적인 마을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초기에는 주로 시민단체와 전문가 집단이 주도하였으나, 점차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확대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이은진, 2006).
마을만들기 운동은 한국교회에 중요한 신학적, 실천적 도전과 영감을 제공하였다. 첫째, 마을만들기 운동은 교회가 추구해야 할 ‘하나님 나라’가 먼 미래나 내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삶의 현장, 즉 ‘마을’에서부터 구현되어야 한다는 신학적 성찰을 이끌었다. 교회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아픔과 필요에 응답하는 것이 곧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정원범, 2017; 황홍렬, 2016).
이는 종말론적 하나님 나라 이해에서 실현적 하나님 나라 이해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한국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주로 종말론적 관점에서, 즉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완성될 미래의 실재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그러나 마을만들기 운동과의 만남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교회는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고 확장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는 쿨만(Cullmann, 1964)의 ‘이미와 아직'(already and not yet) 신학과 조지 엘든 래드(Ladd, 1974)의 실현적-미래적 종말론을 한국적 맥락에서 재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 인식
마을만들기 운동은 교회가 추구해야 할 ‘하나님 나라’가 먼 미래나 내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삶의 현장, 즉 ‘마을’에서부터 구현되어야 한다는 신학적 성찰을 이끌었다. 교회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아픔과 필요에 응답하는 것이 곧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는 미래에 대한 약속만이 아니라 현재적 실재였다.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막 1:15)라는 선포에서, 하나님 나라는 ‘가까이 왔다’는 미래성과 동시에 ‘이미 왔다’는 현재성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다. 예수의 치유와 귀신 축출 사역은 하나님 나라가 이미 현재 가운데 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징이었다(눅 11:20). 또한 예수는 가난한 자, 억압받는 자, 소외된 자와 함께하시며, 그들에게 해방과 자유를 선포하셨는데(눅 4:18-19), 이는 하나님 나라가 단순히 영적·내세적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적·사회적 현실 속에서 실현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마을목회는 이러한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마을이라는 구체적 공간에서 실현하고자 한다. 마을 주민들의 일상적 삶의 문제, 즉 주거, 교육, 돌봄, 일자리, 환경 등의 문제에 교회가 응답하고, 주민들과 함께 더 나은 마을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는 예수께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고 하신 말씀을 마을이라는 맥락에서 실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 공공성의 회복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
도시화와 개인주의 심화 속에서 교회 역시 성장주의와 개교회주의에 매몰되어 사회적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마을만들기 운동은 교회로 하여금 스스로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인식하고, 문턱을 낮추며,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했다. 교회가 가진 공간, 인력, 재정 등의 자원을 마을과 공유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교회의 새로운 사명으로 부상했다(강성렬, 2021; 장신근, 2019).
공공성(publicness)은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갖추어야 할 핵심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종교사회학자들은 종교의 사사화(privatization) 현상, 즉 종교가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후퇴하고 공적 영역에서의 영향력을 상실하는 현상을 근대화의 주요 특징으로 지적해 왔다(Casanova, 1994; Berger, 1967). 그러나 최근에는 종교의 공공성 회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신학적으로 정교화하고 있다(Tracy, 1981; Stackhouse, 2007; 김동건, 2020).
한국교회는 특히 공공성 부재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한국교회는 개교회주의와 교권주의, 물질만능주의와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지역사회와 단절되고 사회적 공공성을 상실하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강인철, 2009; 김진호, 2012). 이러한 비판은 단순히 외부의 편견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진지하게 성찰하고 개혁해야 할 과제이다.
마을만들기 운동은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통로를 제공하였다. 교회가 마을만들기에 참여함으로써, 교회는 더 이상 지역사회와 단절된 종교 기관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선(common good)을 추구하는 공공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교회가 가진 공간과 인력, 재정 등의 자원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지역 주민들의 필요에 응답하며,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에 참여함으로써, 교회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다.
(4) 주민 주체성의 발견
마을만들기 운동이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주체성을 강조했듯, 마을목회 역시 지역 주민을 단순한 선교의 대상이 아닌, 함께 마을을 섬기는 동역자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가져왔다. 목회자와 성도들이 마을의 필요를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 마을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수평적 협력 관계를 중시하게 되었다(조용훈, 2017; 류은정, 2018).
전통적으로 교회의 선교와 봉사는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았다. 교회가 베푸는 자이고 지역 주민은 받는 자라는 수직적 관계 설정은, 주민들의 자존감을 훼손하고 의존성을 강화할 수 있으며, 진정한 공동체 형성을 어렵게 한다. 마을만들기 운동은 주민을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능동적 주체로 인식하며,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며 실행하는 과정을 중시한다(신선화, 2017; 이경림, 2023).
마을목회는 이러한 주민 주체성의 원리를 수용하였다. 교회는 마을의 필요를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마을의 필요를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이 과정에서 목회자와 교인들은 섬기는 자이면서 동시에 배우는 자가 되며, 지역 주민들은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동역자가 된다. 이러한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는 진정한 공동체 형성의 기초가 된다.
역량강화(empowerment)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주민 주체성의 강화는 단순히 주민들에게 자원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을 갖도록 돕는 것이다(Rappaport, 1984; Zimmerman, 2000). 교회가 마을목회를 통해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마을공동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5) 마을공동체정책: 마을목회 확산의 제도적 기반
마을만들기 운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2010년대 이후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마을공동체 활성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러한 정책은 마을목회가 실제적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활동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자 촉매제 역할을 했다(이재민, 2019; 이종수, 2022).
서울시는 2012년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하면서 마을공동체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유사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원센터를 설립하였으며,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마을공동체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었다. 이러한 정책은 마을공동체 활동에 대한 재정 지원, 교육 프로그램 제공, 네트워크 형성 지원 등을 포함하였다(한국민주주의연구소, 2013; 남원석 외, 2012).
마을공동체 정책은 교회의 마을목회 실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첫째, 교회가 마을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통로가 되었다. 예를 들어, 마을 카페, 공동육아, 작은 도서관, 마을 학교, 사회적 경제 조직 등 지자체의 지원 사업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마을목회의 활동은 더욱 다채로워지고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정재영, 2020; 조재석, 2020).
둘째,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등은 교회가 지역의 다양한 단체, 활동가, 주민들과 만날 수 있는 공식적인 플랫폼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교회는 고립된 종교시설이 아닌, 지역 네트워크의 중요한 허브로서 기능하게 되었고,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었다(김혜령, 2013; 정봉헌, 2022).
셋째, 교회의 마을 활동이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과 맞물리면서, 이는 단순히 종교 활동의 일환을 넘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공적인 활동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는 교회의 활동에 대한 외부의 오해를 줄이고, 더 많은 주민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강성렬, 2021).
그러나 마을공동체 정책과 교회의 관계에는 긴장과 한계도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교회가 정부의 정책과 재정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교회 고유의 신앙적 정체성과 선교적 사명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김혜령, 2013). 또한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재정 지원이 변화할 경우, 마을목회 활동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교회는 정부 정책과의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교회 고유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견지하고, 정책 지원이 없어도 지속 가능한 마을목회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마을목회는 교회의 내적 성찰과 더불어 마을만들기 운동이라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신학적, 실천적 방향성을 정립하고, 마을공동체정책이라는 제도적 토대 위에서 구체적인 활동 동력을 얻으며 성장해왔다. 이는 교회가 더 이상 지역사회와 분리된 ‘섬’이 아니라, 마을의 생태계 안에서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하나님 나라를 일구어가는 ‘마을의 교회’로 거듭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마을목회는 교회 내부의 신학적 성찰과 외부의 사회적 변화가 창조적으로 만나는 접점에서 형성된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3. 마을목회의 원형과 역사적 배경
마을목회의 원형과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마을목회가 단순한 목회 스타일이나 방법론의 변화를 넘어서, 시대적 요청과 신학적 근거에 기반한 하나님 나라 운동이라는 점이다. 마을목회는 현대적 필요에 의해 창안된 새로운 발명품이 아니라, 성서와 교회사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는 원형적 목회 패러다임의 현대적 회복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마을목회의 원형을 성서적 공동체 신앙과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 그리고 초대교회의 공동체 모델에서 탐색하고자 한다.
1) 마을목회의 성서적 원형
(1) 성서적 공동체 신앙의 토대
구약과 신약성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공동체적 신앙이다(한경미, 2022). 성서는 개인적 신앙을 넘어서 공동체 전체의 변화와 회복을 지향하는 신앙의 모습을 일관되게 제시한다. 구약성서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 개인과 언약을 맺으셨지만, 그 언약의 목적은 아브라함을 통해 “땅의 모든 족속이 복을 얻게” 하시려는 것이었다(창 12:3). 시내산에서 맺어진 언약 역시 개인이 아니라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와 맺어진 것이었으며, 율법은 공동체의 삶을 규정하는 규범이었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개인의 경건을 넘어서 사회 정의와 공동체의 회복을 강조하였다. 아모스는 형식적인 제사와 예배를 비판하면서,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하라”(암 5:24)고 선포하였다. 미가는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이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미 6:8)이라고 선언하였다. 이사야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금식이 “악한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사 58:6)이라고 가르쳤다. 이러한 예언자적 전통은 신앙이 개인의 내면적 경건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정의와 공동체의 변혁으로 나아가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신약성서에서도 공동체적 신앙은 핵심적이다. 예수께서는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마 22:39)는 계명을 하나님 사랑과 더불어 율법의 강령으로 제시하셨다. 사도 바울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묘사하면서,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한다고 가르쳤다(고전 12:26). 야고보서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약 2:26)이라고 강조하면서, 고아와 과부를 돌보고 궁핍한 형제자매를 실제로 도우라고 촉구한다(약 1:27; 2:15-16).
특히 하나님의 나라는 단순히 미래적 완성을 기다리는 소망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 이 땅 위에서 자유와 치유, 평화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적 공동체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예수께서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 17:21)고 선포하신 것은, 하나님 나라가 단지 미래의 사건이 아니라 예수와 함께 이미 현재 가운데 임재해 있음을 의미한다. 예수의 치유와 귀신 축출은 하나님 나라가 이미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표징이었다(눅 11:20). 예수의 식탁 교제는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넘어서는 하나님 나라의 포용성을 구현하였다(눅 15:1-2).
(2)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과 마을공동체
예수가 활동하던 시기는 로마제국의 억압적 통치하에서 팔레스타인 지역의 전통적 마을공동체가 해체되어 가는 상황이었다. 로마의 정치적, 경제적 지배 체제는 유대 사회의 공동체적 결속을 약화시키고, 민중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로마 제국의 세금 징수 시스템과 헤롯 왕가의 대규모 건축 사업은 농민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지웠으며, 이로 인해 많은 농민들이 토지를 잃고 소작농이나 일용 노동자로 전락하였다(Horsley, 2003; Crossan, 1991).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해체되어 가는 마을공동체를 새롭게 혁신하고 회복하는 운동으로 전개되었다(Rollens, 2013). 예수는 단순히 종교적 가르침을 전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마을 현실 속에서 억압받는 민중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공동체의 비전을 제시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이 갈릴리 농촌 마을공동체의 회복운동이었다는 주장은 최근의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 중요한 통찰로 제시되고 있다(Horsley, 1987; Reed, 2000).
예수는 제자들을 파송하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 것도 가지지 말라”(막 6:8)고 하셨는데, 이는 제자들이 마을 주민들의 환대에 의존하면서 그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예수와 제자들은 마을에서 마을로 다니며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를 고치며, 귀신을 쫓아내고,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었다(눅 9:1-6; 10:1-12).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개인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을 넘어서, 마을 전체를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로 변혁하는 것을 지향하였다.
특히 예수의 식탁 교제는 하나님 나라의 포용성과 평등성을 구현하는 상징적 행위였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식탁 교제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서 공동체의 경계를 표시하는 중요한 사회적 행위였다. 바리새인들은 율법적으로 정결한 사람들과만 식탁을 함께 하였다. 그러나 예수는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으며(막 2:15-17), 이는 당시의 사회적·종교적 경계를 무너뜨리는 급진적인 행위였다. 예수의 식탁 공동체는 신분이나 계급, 출신의 차이를 넘어서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자녀로 받아들이는 포용적 사랑을 실천하는 공간이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개인 구원이 아니라, 해체되어 가는 마을공동체의 사회경제적·윤리적·관계적 회복을 위한 실질적이고 집단적인 혁신운동이었다(Rollens, 2013). 이는 현재와 미래 모두에 걸친 하나님의 통치가 구체적인 공동체 삶의 변혁을 통해 실현된다는 신학적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추상적 이상이 아닌, 마을이라는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실천되는 변혁 운동이었던 것이다.
(3) 마을목회의 다차원적 성격과 관계 목회모델
마을목회는 이러한 성서적 전통을 계승하여 교회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삶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목회 패러다임이다. 이는 단일한 목회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차원의 목회적 과제들을 포괄한다. 마을목회는 영적 차원(영혼 구원과 신앙 성장), 사회적 차원(공동체 회복과 관계 형성), 경제적 차원(일자리 창출과 경제 정의), 생태적 차원(창조질서 보전과 환경 회복)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총체적 목회다(황홍렬, 2016; 전광현, 2020).
한국 사회에서 마을목회는 전통적인 목회자 중심의 권위주의적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는 마을공동체와 사람들에 대한 근본적으로 새로운 인식에서 출발한다. 목회자는 더 이상 단순한 종교적 권위자나 지도자의 역할에 머물지 않고, 마을의 한 이웃으로서 주민들의 삶에 참여하는 동반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관계 목회 모델은 목회자와 신도, 교회와 지역사회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상호 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수평적 관계 형성을 추구한다(조용훈, 2020; 노영상, 2020).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면서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 13:15)고 하신 것은, 목회자의 역할이 권위를 행사하고 섬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낮아져서 섬기는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예수께서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막 10:45)라고 하신 말씀은, 목회자와 교회의 근본적인 존재 양식이 섬김에 있음을 명확히 한다.
이상의 고찰을 통해 볼 때, 마을목회는 역사적·신학적으로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목회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한국 사회와 교회가 처한 다양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모델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마을목회는 교회 건물이나 제도적 틀에 갇힌 목회를 넘어서, 마을이라는 삶의 구체적 현장에서 실천되는 혁신적 목회운동이다. 이는 단순한 목회 방법론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존재 방식과 사명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다.
2) 초대교회의 공동체 모델과 마을목회의 원형
(1) 초대교회의 공동체적 삶과 마을목회의 본질
초대교회의 공동체적 삶과 신앙 실천은 마을목회의 원형적 모델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 단서를 제공한다. 사도행전 2장 42-47절과 4장 32-37절에 기록된 초대교회의 모습은 단순히 종교적 모임을 넘어서 총체적 삶의 공동체를 형성했던 그리스도인들의 실상을 보여준다.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행 2:42-47).
초대교회 공동체의 특징은 신앙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통전적 삶의 양식에 있었다. 그들에게 신앙은 주일에 모이는 예배 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고 돌보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 자체였다. 이는 교회 건물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종교 활동을 넘어서, 마을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고자 하는 마을목회의 지향점과 본질적으로 일치한다.
초대교회가 형성한 공동체는 크게 네 가지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첫째, 교육 공동체(didache)로서 사도들의 가르침을 배우고 전수하는 공동체였다. 둘째, 교제 공동체(koinonia)로서 서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삶을 나누는 공동체였다. 셋째, 예배 공동체(leitourgia)로서 떡을 떼고 기도하며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동체였다. 넷째, 선교 공동체(martyria)로서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공동체였다(은준관, 2022). 이 네 가지 차원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통합성이 초대교회 공동체의 본질이었다.
(2) 식탁 공동체와 포용적 목회
초대교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성도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나누며 교제했다는 점이다. 사도행전 2장 46절은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식탁 공동체’의 전통은 단순한 식사 모임이 아니라, 공동체적 연대와 상호 돌봄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중요한 매개체였다(Smith, 2003).
초대교회의 식탁 교제는 ‘애찬'(agape meal) 또는 ‘주의 만찬'(Lord’s Supper)으로 불렸으며, 이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서 그리스도의 임재를 경험하고 공동체의 하나됨을 확인하는 예전적 행위였다. 식탁 교제는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공간이었으며, 이를 통해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당시 로마 사회의 엄격한 계급 구조를 넘어서는 새로운 공동체를 경험하였다(Klinghardt, 1996).
이런 식탁 공동체의 예배와 교제 방식은 예수께서 제자들과 세리, 죄인들, 병자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목회하신 모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예수의 식탁 목회는 당시 유대 사회의 종교적, 사회적 차별과 배제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자녀로 받아들이는 포용적 사랑을 실천하는 상징적 행위였다. 누가복음 14장에서 예수께서는 “잔치를 베풀 때에 가난한 사람들과 몸 불편한 사람들과 저는 사람들과 맹인들을 청하라”(눅 14:13)고 가르치시면서, 식탁 교제가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실천이어야 함을 강조하셨다.
마찬가지로 초대교회의 식탁 공동체는 신분이나 계급, 출신의 차이를 넘어서 모든 구성원이 평등한 관계에서 교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현대 마을목회에서도 이러한 식탁 공동체의 정신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마을 주민들이 종교적 배경이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함께 모여 식사를 나누고 대화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공동체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회가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서 배타적 종교 집단이 아닌 개방적 공동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실제로 많은 마을교회들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공동 식사를 중요한 사역으로 진행하고 있다. 마을 잔치, 공동 밥상, 어르신 무료 급식 등은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경험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정재영, 2018; 노영상, 2020).
(3) 성만찬의 공동체적 의미와 마을목회 정신
초대교회에서 성만찬은 단순한 종교적 의례가 아니라 공동체 예배의 중심이었으며,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친교의 장이었다. 고린도전서 11장에서 바울이 성만찬의 올바른 시행에 대해 강조한 것은, 성만찬이 단순히 개인적 영성 체험의 수단이 아니라 공동체의 하나됨과 상호 돌봄을 확인하고 실천하는 사회적 행위였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주의 떡이나 잔을 합당하지 않게 먹고 마시는 자는 주의 몸과 피에 대하여 죄를 짓는 것이니라 사람이 자기를 살피고 그 후에야 이 떡을 먹고 이 잔을 마실지니 주의 몸을 분별하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자는 자기의 죄를 먹고 마시는 것이니라”(고전 11:27-29).
바울이 말하는 “주의 몸을 분별”한다는 것은 단순히 성만찬의 빵이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교회 공동체 자체가 그리스도의 몸이며, 따라서 공동체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Fee, 1987). 고린도교회에서는 부유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먼저 배불리 먹고 마심으로써 성만찬의 본래 의미를 훼손하였고, 바울은 이를 강력히 비판한 것이다.
성만찬에서 “한 떡을 떼어 나누어 먹는” 행위는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함과 동시에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한 몸임을 확인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우리가 떼는 떡은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함이 아니냐 떡이 하나요 많은 우리가 한 몸이니 이는 우리가 다 한 떡에 참여함이라”(고전 10:16-17). 이는 계급이나 신분의 구분 없이 모든 마을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마을목회의 포용적 정신과 본질적으로 일치한다. 성만찬의 나눔 정신은 물질적 나눔과 정신적 연대로 확장되어, 공동체 전체의 생활을 하나로 묶는 끈이 되었다.
마을목회에서도 이러한 성만찬의 공동체적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만찬은 교회 구성원만의 배타적 의례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마을 전체와 나누고자 하는 개방적 초대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 물론 신학적으로 성만찬은 세례받은 그리스도인만이 참여할 수 있는 예전이지만, 성만찬의 정신, 즉 나눔과 포용, 평등과 연대의 정신은 마을 전체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식탁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적 예배는 형식적 종교 행위를 넘어서 삶의 나눔과 돌봄이 일어나는 실존적 만남의 공간이 될 수 있다.
(4) 생활 공동체로서의 초대교회와 마을공동체 회복
초대교회의 공동체성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신앙공동체가 단순히 예배만을 위한 종교적 장소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일상적 생활이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생활의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사도행전 4장 32절은 “믿는 무리가 한마음과 한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물을 자기 것이라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물질적 공유를 넘어서 삶 전체를 함께 나누는 공동체적 삶의 실천이었다.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서로를 혈연가족처럼 돌보고, 물질적 자원과 정신적 지원을 아낌없이 나누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운명공동체적 연대감 속에서 살아갔다. 바나바가 자신의 밭을 팔아 사도들의 발 앞에 놓은 사건(행 4:36-37)은 이러한 공동체적 나눔의 구체적 실례를 보여준다.
초대교회의 물질 공유는 원시 공산주의나 이상주의적 유토피아가 아니었다. 이는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행 2:45) 나누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평균적 분배가 아니라 필요에 따른 분배였다. 또한 모든 재산을 공동 소유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재산을 팔아 나눈 것이었다(행 5:4에서 베드로가 아나니아에게 “네가 어찌 이 일을 네 마음에 두었느냐 땅이 네 것일 때는 네 땅이 아니더냐”라고 말한 것을 보면, 재산 소유 자체는 개인의 권리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초대교회는 과부와 고아, 병든 자들에 대한 돌봄을 공동체의 핵심 책임으로 인식했다. 사도행전 6장의 일곱 집사 선택 사건은 공동체 내 소외계층에 대한 체계적 돌봄이 초대교회의 중요한 사역이었음을 보여준다. “그 때에 제자가 점점 많아지니 헬라파 유대인들이 자기의 과부들이 매일의 구제에 빠지므로 히브리파 사람을 원망하니”(행 6:1).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곱 집사를 선택한 것은, 교회가 약자 돌봄을 우선적 과제로 인식하였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 마을목회가 지향하는 마을공동체의 회복과 본질적으로 일치하는 것으로, 교회와 지역사회의 경계를 넘나드는 총체적 공동체 형성의 원형을 제시한다. 마을목회는 단순히 교회 구성원들 간의 교제를 넘어서, 마을 전체를 하나의 생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것을 지향한다. 이는 교회가 마을 안에 위치한 하나의 건물이나 조직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품고 돌보는 섬기는 공동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5) 초대교회 모델이 현대 마을목회에 주는 함의
초대교회의 공동체 모델은 현대 마을목회에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첫째, 신앙과 삶의 통합이다. 초대교회는 종교적 영역과 일상적 삶의 영역을 분리하지 않고, 모든 삶의 영역에서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했다. 이는 마을목회가 교회 건물 안의 종교 활동에 머물지 않고, 마을 전체의 삶에 참여하고 기여해야 함을 시사한다. 마을목회는 예배와 전도라는 전통적 교회 활동을 넘어서, 교육, 경제, 복지, 문화, 환경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둘째, 포용적 공동체의 형성이다. 초대교회의 식탁 공동체와 성만찬은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넘어서는 포용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현대 마을목회도 종교적 배경이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마을 주민을 환대하고 포용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이는 교회가 신자들만의 배타적 집단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품는 포용적 공동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상호 돌봄과 연대의 실천이다. 초대교회의 물질적 나눔과 약자 돌봄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상호 책임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마을목회도 이러한 상호 돌봄의 정신을 바탕으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서로를 돌보고 지지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상호성과 호혜성에 기초한 관계 형성을 의미한다.
넷째, 일상성과 지속성이다. 초대교회의 공동체는 특별한 날이나 특별한 장소에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행 2:46) 일상적으로 지속되었다. 마을목회도 일회성 이벤트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지향해야 한다. 이는 마을목회가 프로젝트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초대교회의 모델은 현대 마을목회가 단순히 새로운 목회 전략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회복하는 운동임을 보여준다. 교회는 본래 지역 공동체와 분리된 종교 기관이 아니라, 그 지역의 생명과 평화,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신앙공동체로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마을목회는 이러한 교회의 본질을 현대적 맥락에서 회복하고 실현하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4. 마을목회의 신학적 원리
마을목회가 단순한 목회 방법론이나 전략을 넘어서 신학적 정당성과 근거를 갖기 위해서는, 명확한 신학적 원리 위에 세워져야 한다. 여기서는 마을목회의 신학적 기초를 성육신 신학, 하나님 나라의 이미-아직 신학, 창조세계 돌봄과 청지기 사명, 그리고 필요 지향 사역이라는 네 가지 핵심 원리를 중심으로 고찰한다.
1) 성육신 신학: 구체적 삶의 자리에서의 복음 실현
(1) 성육신의 본질과 마을목회
성육신(Incarnation) 신학은 마을목회의 가장 핵심적인 신학적 기초를 제공한다. 기독교에서 성육신은 하나님이 사람이 된 사건을 가리키며, 예수가 참 인간이자 참 하나님으로서 인간의 구원을 위해 사람이 되었다는 교리를 의미한다. 요한복음 1장 14절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고 선언한다. 이는 단순히 교리적 차원을 넘어서 마을목회의 실천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신학적 원리가 된다.
성육신의 핵심은 하나님께서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구체적 삶의 현실 속으로 들어오셨다는 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 즉 1세기 팔레스타인이라는 역사적 상황에서, 유대인이라는 특정한 민족적 정체성을 가지고, 목수의 아들이라는 구체적 사회적 위치에서 사역을 시작하셨다. 이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이 추상적 관념이나 보편적 원리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상황적인 삶의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Burke, 2013).
성육신 신학은 여러 측면에서 마을목회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첫째, 성육신은 하나님의 자기 비움(kenosis)을 보여준다. 빌립보서 2장 6-8절은 그리스도께서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라고 기록한다. 이는 목회자와 교회가 권위와 특권을 내려놓고, 마을 주민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둘째, 성육신은 하나님의 연대(solidarity)를 보여준다. 히브리서 2장 17절은 “그러므로 그가 범사에 형제들과 같이 되심이 마땅하도다”라고 말한다. 예수께서는 인간과 완전히 하나 되심으로써, 인간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연약함을 함께 나누셨다. 마을목회는 이러한 연대의 정신을 실천한다. 교회는 마을 주민들의 삶의 자리에 함께 거하면서, 그들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진정한 이웃이 되고자 한다.
셋째, 성육신은 하나님의 임재(presence)를 보여준다. 마태복음 1장 23절은 예수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였는데, 이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성육신은 하나님께서 인간과 함께 거하시는 것을 의미한다. 마을목회는 교회가 마을과 함께 거하며, 하나님의 임재를 마을 가운데서 경험하고 증거하는 것을 지향한다.
마을목회는 바로 이러한 성육신의 원리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목회 패러다임이다. 목회자와 교회 공동체가 마을이라는 구체적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서, 그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일상적 고민과 아픔, 기쁨을 나누는 것은 예수의 성육신을 모방하는 것이다. 이때 복음은 추상적 교리나 관념적 메시지가 아니라, 구체적 삶의 관계와 실천을 통해 전달되고 경험되는 살아있는 현실이 된다.
(2) 성육신적 목회의 특징
성육신적 마을목회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갖는다.
첫째, 상황적 적응성이다. 예수께서 유대인의 문화와 언어, 사고방식에 적응하여 사역하셨듯이, 마을목회는 각 마을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 필요에 맞게 적응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획일적 목회 프로그램의 적용이 아니라, 각 마을의 특성을 존중하고 그에 맞는 창조적 목회 방식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교학에서 말하는 상황화(contextualization)의 원리가 마을목회에도 적용되어야 한다(Bevans, 2002; Schreiter, 1985).
각 마을은 고유한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과 사회경제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농촌 마을과 도시 마을, 어촌 마을과 산촌 마을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며, 같은 농촌 마을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문화와 전통이 다르다. 마을목회는 이러한 마을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각 마을의 맥락에 적합한 목회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외부에서 만들어진 모델을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과 함께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그 마을에 맞는 목회 방식을 창조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관계 중심성이다. 성육신은 본질적으로 관계적 사건이다. 하나님께서 인간과 관계를 맺기 위해 인간이 되셨듯이, 마을목회도 마을 주민들과의 진정한 인격적 관계 형성을 중시한다. 이는 일방적 전도나 봉사가 아니라,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반자적 관계를 의미한다. 마을목회에서는 목회의 성과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교회로 데려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고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였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관계 형성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마을 주민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의 자리에 함께 거하면서,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며,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으며, 장기적인 헌신과 인내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 형성을 통해서만 진정한 복음의 소통과 공동체의 형성이 가능하다.
셋째, 전인적 돌봄이다. 예수의 사역이 영혼구원에만 국한되지 않고 병자 치료, 가난한 자 돌봄,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전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듯이, 마을목회도 주민들의 영적, 신체적, 사회적, 경제적 필요를 통합적으로 돌보는 것을 지향한다. 이는 이원론적 인간 이해를 극복하고, 인간을 총체적 존재로 보는 통전적 인간관에 기초한다(Bosch, 1991; Myers, 2011).
전통적으로 서구 기독교는 영혼과 육체,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내세와 현세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영혼과 영적인 것, 내세를 우위에 두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성서적 인간 이해는 이러한 이원론을 거부한다. 히브리적 사고에서 인간은 영혼과 육체의 결합이 아니라, 통전적 존재(integrated being)이다. 창세기 2장 7절은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고 기록하는데, 여기서 ‘생령'(네페쉬 하야, nephesh hayah)은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통합된 살아있는 존재를 의미한다.
예수의 사역은 이러한 통전적 인간 이해에 기초하였다. 예수께서는 영혼 구원을 선포하시면서 동시에 병자를 고치시고, 배고픈 자를 먹이시며, 억압받는 자를 해방하셨다. 누가복음 4장 18-19절에서 예수께서 선포하신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는 말씀은, 복음이 영적 차원과 물질적 차원,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을 모두 포괄함을 보여준다.
마을목회는 이러한 전인적 돌봄을 실천한다. 마을 주민들의 영적 필요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주거, 일자리, 돌봄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의 필요에 응답하고자 한다. 이는 교회가 단순히 영혼 구원만을 추구하는 종교 기관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 전체를 돌보는 생활 공동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3) 성육신 신학이 마을목회에 주는 함의
성육신 신학은 마을목회에 여러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첫째, 장소성의 중요성이다. 하나님께서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성육신하셨듯이, 마을목회도 추상적 공간이 아닌 구체적인 마을이라는 장소성을 중시한다. 각 마을의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 특성은 목회의 중요한 맥락이 되며, 이를 무시한 목회는 진정한 성육신적 목회가 될 수 없다. 신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 1977)은 ‘장소의 신학'(theology of place)을 강조하면서, 성서적 신앙이 추상적 보편성이 아니라 구체적 장소성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스라엘의 신앙은 약속의 땅이라는 구체적 장소와 분리될 수 없으며, 예수의 사역 역시 갈릴리와 예루살렘이라는 구체적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마을목회는 이러한 장소성을 회복한다. 교회는 추상적 보편교회가 아니라, 특정한 마을에 뿌리를 둔 지역교회이다.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은 그 교회가 위치한 마을의 역사와 문화, 필요와 과제와 분리될 수 없다. 마을목회는 교회가 자신이 위치한 마을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그 마을의 필요에 응답하며, 그 마을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지향한다.
둘째, 현재성의 강조이다. 성육신은 미래의 희망이 아니라 현재의 현실이었다. 마찬가지로 마을목회도 미래의 교회 성장이나 천국에서의 보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현재적 사명이다. 하나님 나라는 미래에 완성될 것이지만, 동시에 지금 이 순간 마을 가운데서 실현되어야 한다. 마을목회는 종말론적 긴장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실현을 추구한다.
이는 마을목회가 단순히 전도와 교회 성장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목적적 활동임을 의미한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고,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를 돌보며, 창조세계를 보전하는 모든 활동은, 그것이 교회 성장으로 이어지든 아니든, 그 자체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가치 있는 일이다.
셋째, 겸손과 자기 비움의 영성이다. 빌립보서 2장에서 바울이 강조하는 예수의 자기 비움은 마을목회자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 자세를 보여준다. 기존의 권위나 특권을 내려놓고 마을 주민들의 이웃이 되는 것, 가르치는 자에서 함께 배우는 자가 되는 것이 성육신적 마을목회의 핵심이다. 이는 목회자의 메시아 콤플렉스를 해체하고, 겸손한 섬김의 자세를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목회자는 가르치는 자, 인도하는 자, 문제를 해결하는 자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마을목회에서 목회자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동반자이다. 목회자가 모든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가진 지혜와 경험을 존중하고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겸손과 자기 비움의 영성은 성육신 신학의 핵심이며, 마을목회의 영성적 토대가 된다.
2) 하나님 나라의 이미–아직(Already-Not Yet) 신학
(1) 하나님나라의 이중적 시간성
하나님 나라는 현재성과 미래성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신학자들은 하나님나라가 ‘이미(already)’임하였으나 ‘아직(not yet)’임하지 아니하였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해는 마을목회의 신학적 토대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미와 아직 사이’는 오스카 쿨만(Oscar Cullmann, 1964)이 『그리스도와 시간』에서 영원을 향한 시간을 ‘창조-타락-구속-완성’이란 ‘직선적-구속적 관점’으로 이해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죽음-부활과 재림 사이의 긴장을 도식화’한 개념이다. 이는 하나님 나라가 예수의 초림으로 이미 시작되었지만, 재림으로 완성될 때까지는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유재성, 2017).
쿨만은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전쟁의 비유로 설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D-Day(노르망디 상륙작전)가 성공함으로써 전쟁의 승리는 이미 결정되었지만, V-Day(승전일)까지는 여전히 전투가 계속되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인해 하나님 나라의 승리는 이미 결정되었지만, 그리스도의 재림까지는 여전히 악과의 투쟁이 계속된다는 것이다(Cullmann, 1964).
조지 엘든 래드(George Eldon Ladd, 1974)는 복음서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의 이중적 시간성을 상세히 분석하였다. 예수의 선포에서 하나님 나라는 “가까이 왔다”(막 1:15)는 미래적 표현과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마 12:28; 눅 11:20)는 현재적 표현이 공존한다. 예수의 치유와 귀신 축출은 하나님 나라가 이미 현재 가운데 임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징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예수는 제자들에게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시오며”(마 6:10)라고 기도하도록 가르치셨으며, 하나님 나라의 완전한 실현을 미래의 사건으로 말씀하셨다.
이러한 ‘이미와 아직’의 긴장은 신약성서 전체를 관통하는 종말론적 긴장이다.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미 의롭다 함을 받았으나”(롬 5:1) “아직 구원을 기다리고 있으며”(롬 8:24), “이미 성령의 첫 열매를 받았으나”(롬 8:23) “아직 몸의 구속을 기다리고 있다”(롬 8:23)고 말한다. 요한은 “우리가 지금은 하나님의 자녀라”(요일 3:2)고 선언하면서도, “장래에 어떻게 될지는 아직 나타나지 아니하였으나”(요일 3:2)라고 말한다.
(2) 마을목회에서의 ‘이미‘ 차원
하나님나라의 ‘이미’ 차원은 마을목회의 현재적 가능성과 책임을 보여준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인해 하나님나라는 이미 현실이 되었으며, 이는 지금 이 땅의 마을에서도 경험될 수 있는 현재적 실재이다. 마을목회에서 ‘이미’ 차원은 다음과 같이 구현된다.
첫째, 화해와 용서의 실현이다. 마을 내의 갈등과 분열이 복음을 통해 치유되고 화해되는 경험은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실현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화해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화해를 가능하게 하였다. 에베소서 2장 14-16절은 그리스도께서 “둘을 하나로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이 둘을 한 몸으로 만들어 십자가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고 선언한다.
마을 안에는 다양한 갈등과 분열이 존재한다. 세대 간 갈등, 이해관계의 충돌, 과거의 상처로 인한 원한 등이 마을공동체를 분열시킨다. 마을목회는 이러한 갈등과 분열을 화해와 용서로 변화시키는 사역이다. 교회가 중재자로서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의 공간을 제공하며, 용서와 치유의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마을 안에 화해와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 이는 하나님 나라가 이미 마을 가운데 임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징이다.
둘째, 정의와 평화의 구현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 불의한 구조에 대한 저항, 평화로운 공동체 형성은 하나님 나라의 ‘이미’ 차원을 보여준다. 예수께서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되고, 포로된 자에게 자유가 선포되며, 눌린 자가 해방되는 나라였다(눅 4:18-19). 이는 단순히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실현되어야 할 현재적 과제이다.
마을목회는 마을 안의 약자들, 즉 빈곤층, 노인, 장애인, 이주민, 한부모 가정, 위기 아동 등을 돌보는 사역을 전개한다. 또한 마을 안의 불의한 구조, 예를 들어 부당한 개발, 환경 파괴, 차별과 배제의 관행 등에 대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며 저항한다. 이를 통해 마을 안에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도록 노력한다. 이는 하나님 나라가 이미 현재 가운데 임하고 있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셋째, 치유와 회복의 경험이다. 개인적 상처의 치유, 관계의 회복, 공동체의 건강성 회복 등은 모두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수의 치유 사역은 단순히 개인의 질병을 고치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을 공동체 안으로 회복시키는 사역이었다. 예를 들어 나병 환자를 고치신 후 제사장에게 보여 정결함을 인정받도록 하신 것은(막 1:44), 그를 사회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함이었다.
마을목회는 개인적 치유와 공동체적 회복을 통합적으로 추구한다. 마을 주민들의 육체적, 정신적, 영적 상처를 치유하고,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며, 해체된 공동체를 재건한다. 이러한 치유와 회복의 경험은 하나님 나라의 능력이 현재 마을 가운데서 역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마을목회에서의 ‘아직‘ 차원
동시에 ‘아직’ 차원은 마을목회의 한계와 소망을 동시에 인식하게 한다. 아무리 선한 목회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변화나 완성은 이 땅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이 필요하다. 이는 목회자들이 메시아 콤플렉스에 빠지지 않고 겸손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마을목회를 실천하다 보면, 많은 한계와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반복되는 갈등과 분열을 경험하면서, 목회자는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때 ‘아직’ 차원에 대한 인식은 현실적 겸손함을 유지하게 해준다. 완전한 하나님 나라의 실현은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올 것이며,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것이라는 인식은, 목회자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도록 돕는다.
바울은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고전 13:12)고 말한다. 이는 현재의 불완전함과 미래의 완전함을 대비시키면서, 동시에 현재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소망 가운데 지속하도록 격려한다.
‘아직’ 차원은 또한 끊임없는 성장과 변화에 대한 소망을 제공한다.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마을 공동체를 향한 지속적 노력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실패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희망의 근거가 된다. 로마서 8장 24-25절은 “우리가 소망으로 구원을 얻었으매 보이는 소망이 소망이 아니니 보는 것을 누가 바라리요 만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면 참음으로 기다릴지니라”고 말한다.
마을목회는 완성을 향한 여정이다. 지금 이루어진 작은 변화와 성과는 소중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더 나은 마을,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 ‘아직’ 차원에 대한 인식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동력이 된다.
(4) 긴장 속에서의 균형잡힌 마을목회
‘이미-아직’ 신학은 마을목회가 과도한 낙관주의나 비관주의에 빠지지 않고 균형잡힌 관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한편으로는 하나님나라의 현재적 능력을 믿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적 한계와 죄의 현실을 인정하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과도한 낙관주의는 하나님 나라를 인간의 노력으로 완전히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오류에 빠진다. 이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사회복음운동(Social Gospel Movement)이 빠진 함정이기도 하다. 사회복음운동은 사회개혁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건설할 수 있다는 낙관적 진보주의에 기초하였으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경험하면서 그 한계가 드러났다(Rauschenbusch, 1907/1997; Niebuhr, 1932).
반면 과도한 비관주의는 이 세상에서의 변화를 포기하고 오직 내세만을 바라보는 도피주의에 빠진다. 이는 세상을 악한 것으로 규정하고 교회를 세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근본주의적 경향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성서는 이러한 이원론적 도피주의를 거부한다.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셨고(요 3:16),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마 5:13-16).
‘이미-아직’ 신학은 이 두 극단을 피하고 균형잡힌 관점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하나님 나라는 이미 임하였으므로, 우리는 현재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우리의 노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주권과 그리스도의 재림을 신뢰해야 한다.
이러한 긴장은 마을목회를 더욱 역동적이고 창조적으로 만든다. 완전한 성공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으며, 동시에 부분적 성공에도 감사하며 소망을 유지할 수 있다.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 1932)는 “우리는 가능성의 한계를 알면서도 불가능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긴장 속에서의 실천을 강조하였다.
3) 창조세계 돌봄과 청지기 사명
(1) 창조신학의 마을목회적 함의
창조신학은 마을목회에서 매우 중요한 신학적 기초를 제공한다. 창세기 1장과 2장에 나타난 하나님의 창조 사역은 단순히 개별적 존재들을 만든 것이 아니라, 상호 연관되고 의존하는 생태적 공동체를 형성한 것이다. 인간은 이 창조세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특별한 책임을 부여받았다.
창세기 1장 26-28절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땅을 정복하라, 다스리라”고 명령하신 것으로 기록한다. 전통적으로 이 구절은 인간 중심적으로 해석되어,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할 권리를 가진 것으로 이해되었다. 린 화이트(Lynn White, 1967)는 유대-기독교 전통의 인간 중심적 자연관이 현대 생태 위기의 역사적 뿌리라고 비판하였다. 그러나 현대 생태신학은 이러한 해석을 거부하고, 창세기의 “정복하라, 다스리라”는 명령을 돌봄과 보존의 책임으로 재해석하고 있다(Moltmann, 1985; McFague, 1993; 정원범, 2017).
히브리어 ‘라다'(radah, 다스리다)와 ‘카바쉬'(kabash, 정복하다)는 왕의 통치를 나타내는 용어인데, 고대 근동의 맥락에서 왕의 통치는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책임을 의미하였다. 또한 창세기 2장 15절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에덴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셨다”고 기록하는데, 여기서 ‘경작하다'(아바드, abad)는 ‘섬기다’는 뜻이며, ‘지키다'(샤마르, shamar)는 ‘보호하다’는 뜻이다. 이는 인간의 역할이 자연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고 보호하는 것임을 명확히 한다.
창조신학은 또한 모든 피조물의 가치를 강조한다. 창세기 1장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각각의 피조물을 보시고 “좋았더라”(토브, tov)고 평가하신 것으로 기록한다. 이는 피조물의 가치가 인간에게 유용한지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다는 사실 자체에 근거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은 다른 피조물을 단순히 자신의 필요를 위한 도구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그들의 고유한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마을목회에서 창조신학은 마을을 단순히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생태적 공간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마을의 숲과 하천, 토양과 대기, 그리고 그 안에 사는 다양한 동식물들은 모두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속하며, 인간은 이들을 돌보고 보존할 청지기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2) 생태적 마을목회의 실천
마을목회에서 창조세계 돌봄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과제가 된다. 마을은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생태적 공간이다. 따라서 진정한 마을목회는 인간 공동체의 회복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 회복을 포함해야 한다.
첫째, 환경 보존과 복원 사역이다. 마을의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은 중요한 목회적 사명이다. 이는 단순히 환경 운동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신앙적 행위이다. 많은 농촌 마을들이 무분별한 개발과 화학농법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하천이 오염되고, 토양이 산성화되며, 생물다양성이 감소하였다. 교회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이러한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역을 전개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하천 정화 활동, 나무 심기, 생태 습지 조성,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 등의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이고 유기농법으로 전환하도록 장려하며, 마을 공동 텃밭이나 공동 과수원을 조성하여 생태적 농업을 실천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주민들이 창조세계와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하고,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경험하도록 돕는다.
둘째,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의 실천이다. 에너지 절약, 자원의 재활용, 친환경적 농업 등은 창조세계에 대한 청지기적 책임을 실천하는 구체적 방법이다. 현대 산업문명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 소비형 문명이며, 이는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이다. 마을목회는 에너지 전환과 생활 방식의 전환을 추구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시설을 마을 공동으로 설치하고, 에너지 절약형 생활 방식을 실천하며, 자원 순환형 마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빗물을 저장하여 활용하며, 로컬푸드 운동을 통해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는 등의 실천이 가능하다. 또한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자전거나 도보를 이용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 개인의 생활 방식 전환도 함께 추구한다.
이러한 실천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청지기로서 돌보는 신앙의 표현이다. 또한 이는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환경을 물려주는 세대 간 정의의 실천이기도 하다.
셋째, 생태 영성의 개발이다. 자연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창조세계와의 조화로운 관계에서 영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마을목회의 중요한 영성적 차원이다. 전통적으로 기독교 영성은 인간 내면이나 교회 안에서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왔으나, 생태 영성은 창조세계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을 강조한다.
시편 기자는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시 19:1)라고 노래하였다. 로마서 1장 20절은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라고 선언한다. 이는 자연이 하나님을 계시하는 통로임을 의미한다.
마을목회는 주민들이 자연 속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마을의 숲이나 산, 하천에서 묵상과 기도의 시간을 갖고, 계절의 변화와 생명의 순환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며, 농사일이나 텃밭 가꾸기를 통해 창조 질서에 참여하는 경험을 한다. 이러한 생태 영성은 인간과 자연의 이원론을 극복하고, 창조세계 전체가 하나님의 임재로 충만한 성스러운 공간임을 깨닫게 한다.
(3) 공동체적 청지기 사명
청지기 사명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공동체적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청지기 공동체로서 창조세계를 돌보는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이는 교회 구성원만의 과제가 아니라 마을 주민 전체가 참여해야 할 공동 과제이다.
구약성서에서 이스라엘 공동체는 토지에 대한 청지기적 책임을 공동체적으로 수행하였다. 안식년(레 25:1-7)과 희년(레 25:8-55) 제도는 토지가 하나님의 소유이며, 인간은 단지 청지기로서 그것을 관리할 뿐이라는 신학적 이해를 반영한다. 안식년에는 땅을 쉬게 하고, 희년에는 팔린 땅을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주었다. 이는 토지의 무분별한 개발과 착취를 막고, 토지의 생산성을 유지하며, 경제적 불평등을 시정하는 제도였다.
마을목회는 이러한 공동체적 청지기 정신을 회복한다. 마을의 자연 자원은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사유 재산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공동 자원이며, 나아가 미래 세대의 자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마을 주민들은 함께 이 자원을 돌보고 보존할 책임이 있다. 교회는 이러한 공동체적 청지기 의식을 고양하고,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생태 보전 활동을 조직하며, 마을의 환경 정책 수립에 참여한다.
이러한 공동체적 청지기 사명은 마을 주민들 사이의 연대감을 강화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한 협력을 증진시킨다. 환경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공동체 전체의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나무를 심고, 하천을 정화하며,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공동체적 유대를 강화하고 집단적 효능감을 경험한다.
4) 필요 지향 사역을 통한 지역교회 세우기
마을목회가 단순한 목회 전략이나 방법론이 아니라, 깊은 신학적 토대 위에 세워진 목회 패러다임임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패러다임(Paradigm)이란 말을 함부로 아무데나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작용하는 통합된 신념으로서 전환(Shift)에 필요한 기본 개념으로 삼아야 한다”(박순영, 2017). 이것을 전제할 때, 마을목회는 성서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현대적 상황에 대한 신학적 응답으로서의 정당성을 갖는다.
윤장훈(2012)은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와의 단절을 경험하는 주된 이유가 교회 자체의 성장에만 집중한 채, 지역사회의 실제적인 필요를 채우는 사역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교회가 지역사회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채워주는 ‘필요지향 사역(Needs-Oriented Diaconal Ministry, NDM)’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역은 단순히 봉사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핵심 기능인 코이노니아(koinonia, 교제), 케리그마(kerygma, 선포), 레이투르기아(leitourgia, 예배)가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이루어 지역사회의 필요에 응답하는 통전적 사역이다.
코이노니아는 단순히 교회 내부의 친교를 넘어서, 지역사회와의 관계 형성과 공동체 구축을 포함한다. 교회가 마을 주민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고, 그들의 삶에 참여하며,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기뻐하는 것이 코이노니아의 확장이다. 케리그마는 단순히 복음을 언어로 선포하는 것을 넘어서, 삶과 행동으로 복음을 증거하는 것을 포함한다. 지역사회의 필요에 응답하고,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며, 생명을 돌보는 모든 활동이 복음의 선포이다. 레이투르기아는 단순히 교회 건물 안에서의 예배를 넘어서, 일상의 모든 삶을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로 이해한다. 마을에서의 섬김과 돌봄, 정의 실현과 평화 구축이 모두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이다.
필요 지향 사역은 지역사회의 필요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지역사회 조사(community assessment)가 필요하다. 마을의 인구 구조, 경제적 상황, 사회적 문제, 문화적 특성 등을 조사하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들이 느끼는 필요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교회가 일방적으로 필요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필요를 발견하는 것이다.
필요가 파악되면, 교회는 자신이 가진 자원과 역량을 평가하고, 어떤 필요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지 전략을 수립한다. 이때 교회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지역사회의 다른 자원들, 즉 지방자치단체, NGO,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는 네트워크의 한 노드(node)로서 다른 주체들과 연결되고 협력함으로써,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강성열(2018)은 고대 이스라엘의 신정 공동체를 마을목회의 원형으로 제시한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회복해야 할 바람직한 지역 공동체의 원형은 이스라엘의 신정 공동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출애굽의 해방 정신에 뿌리를 둔 이 공동체의 핵심은, 단어의 의미 그대로 ‘하나님(theos)이 친히 통치하시는(kratein)’ 신정(theocracy, 神政)에 있었다.
이스라엘의 신정 공동체는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서 정의와 평등, 자유와 해방이 실현되는 공동체였다. 율법은 약자를 보호하고 억압을 금지하며, 경제적 평등을 유지하도록 규정하였다. 안식일과 안식년, 희년 제도는 인간과 자연의 쉼을 보장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시정하며, 자유를 회복하는 제도였다. 십일조와 구제 규정은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를 돌보도록 하였다.
이러한 신정 공동체의 정신은 마을목회의 지향점을 제시한다. 마을목회는 단순히 교회의 성장이나 개인의 영혼 구원을 넘어서, 마을 전체가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서 정의와 평등, 자유와 평화가 실현되는 공동체가 되도록 추구한다. 이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전진이며, 전통의 계승이면서 동시에 혁신적 도전인 것이다.
마을목회는 교회론과 선교론, 목회론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한다. 교회는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존재하며, 선교는 교회 안으로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목회는 교인들만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돌보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한 방법론의 변화를 넘어서, 교회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다.
5. 실천신학적 관점에서 본 마을(Maeul)
마을목회를 실천신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을’이라는 개념 자체를 명확히 정의하고, 마을과 지역, 마을공동체와 마을만들기의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마을의 개념과 의미, 지역과 마을의 관계, 마을공동체와 마을만들기의 개념을 실천신학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1) 마을이란
‘마을’을 어원에서 찾아보면, 이는 물과 땅이라는 공간적이고 지리적인 의미와 함께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모을’이라는 사회적 의미가 결합된 것이었다. 비교적 큰 정주체계인 고을, 목, 방(方), 부(部), 성(成)이 여러 마을의 집합체로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마을은 그 아래의 작은 단위를 의미했다. 고대 국가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사회체계는 ‘마을-고을-도읍’이라는 구조를 3천 년 이상 지속 유지해왔다(이종수, 2022).
마을은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관점이다. 이것은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 세계를 보는 것이다.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을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김기홍(2014)은 마을을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서, 역사적으로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가지고 발전해 왔다고 설명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도시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마을과 공동체의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마을과 공동체의 복원과 활성화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마을은 사람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단위이며, 소규모의 국가에 비견될 정도로 자율적이고 독자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은 국가의 원형이며, 마을의 모습을 통해 국가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김기홍, 2015).
마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었고 기초적인 모둠살이 공간이다. 보통 한 마을의 가구 수는 30-60호이고, 주민 수는 100-200명이다. 이러한 마을 규모가 보편적인 이유는 구성원들의 공통성을 바탕으로 활발한 대면 관계를 촉진하고 협력을 증진하기에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모는 주민들이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적 노력을 가능하게 한다.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 1992)는 인간이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인지적 한계가 약 150명이라는 ‘던바의 수’를 제시하였다. 이는 신석기 시대 마을의 평균 규모이기도 하며, 현대의 다양한 조직에서도 이 규모가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의 규모가 100-200명 정도인 것은 이러한 인간의 인지적·사회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 초부터 인보(隣保)·조세·감시 등을 위해 마을을 조직화하면서, 17세기 중엽 이후 조선 정부는 촌락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원활히 하고자, 이웃 다섯 집을 하나의 통으로 묶고 통수를 두어 통 내를 관장하는 오가작통제(五家作統制)를 실시하였다. 이는 5가구가 1개의 통을 만들고 5통이 1개의 마을을 구성하도록 하는 행정조직 편제를 의미한다. 인간이 이러한 규모로 마을을 구성할 때 ‘이웃집의 숟가락 개수도 알 만큼’ 직접적이면서도 밀접하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마을을 지탱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오가작통제의 전통은 우리나라 마을의 기본적인 골격이라고 볼 수 있다(김기홍, 2014).
2) 마을의 개념
마을에 대한 정의와 개념은 다양하다. 마을을 농사가 바탕이 되는 주민들의 ‘모둠살이’라 할 수도 있고, 지리적 특징과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바탕으로 한 상대적으로 안정된 관계적 조직체라 할 수도 있으며, 모여 사는 사람들의 정착 공간이며 이웃 관계(neighborhood)를 포함하기도 한다. 마을의 정의는 농업을 주로 하는 농촌 지역에 한정해서 적용되다가 그 대상을 도시의 이웃 관계로까지 차츰 확대되었다(최종후, 2011).
즉, 마을은 농촌과 도시 어디에서나 편재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모둠살이 공간으로, 자발성, 자족성, 지속성을 추구하는 안정되고 통합된 관계적 단위를 뜻한다(김기홍, 2015). 마을이란 개념은 협의적 표현인 동네라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여 마을 사람들, 마을공동체 문화를 포함하는 언어이다. 즉 동네란 주로 이웃이 살아가는 주거 공동체를 통상적으로 지칭하는데 비하여 마을이라는 표현은 주거 공동체 이외에도 직업, 종교, 취미를 공유하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 또는 커뮤니케이션 등의 포괄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는 마을을 “주민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경제·문화·환경 등을 공유하는 공간적, 사회적 범위”로 정의한다. 또한 마을공동체를 “주민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며 상호 대등한 관계 속에서 마을에 관한 일을 주민이 결정하고 추진하는 자치적 형태의 공동체”로 규정한다(서울특별시, 2012). 이는 마을이 단순히 물리적 범위를 넘어서 공동체적 관계망이 형성되는 범주로서 이해됨을 보여준다.
따라서 마을을 조성하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주민들이 상호부조에 근거한 공동체적 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확장하여 촘촘한 관계망이 작동하는 마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을의 주민은 그 지역에 거주하고 일하며 공부하는 모든 세대와 계층을 포함한다. 이러한 주민들은 마을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이자 주인으로서 역할을 담당한다. 통학하는 학생, 출퇴근하는 노동자, 사업체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등도 모두 마을 주민에 포함되며, 이들은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마을 주민을 단순히 주소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마을만들기전국대회조직위원회, 2015).
마을은 주민들의 생활공간이자 경제적 공동체로서, 주민 생활에 필요한 자원을 생산하고 유통하며 분배하는 상생과 순환의 협동공간이다. 또한, 사회문화적 공동체로서 다양한 관계와 여가 문화 활동을 통한 자아실현과 휴식 및 재충전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마을은 생활공동체와 경제 공동체가 통일될 때 그 온전한 역할을 한다. 현대사회의 특성인 교통 발달과 활동 반경의 확장을 반영하여, 마을의 정의는 지속적으로 재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내 경제 공동체 활동이 모색되어야 함은 변함이 없다. 마을은 물리적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주민들의 상호부조와 협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마을만들기전국대회조직위원회, 2015).
3) 지역과 마을
‘지역’과 ‘마을’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개념적으로 차이가 있다. 지역은 영어로 ‘area’ 또는 ‘region’으로 번역되며, 주로 물리적이고 지리적인 범위를 가리킨다. 반면에 마을은 ‘neighborhood’로 번역되며, 이는 물리적 범위뿐만 아니라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 간의 긴밀한 관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마을은 ‘community’와 더욱 유사한 개념이다. 커뮤니티는 구성원들 간의 공동체적 관계를 강조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최종후, 2011).
지역은 물리적 공간과 사회적 관계의 상호작용이다. 즉, 지역은 단순히 지리적 위치나 물리적 경계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네트워크와 권력 구조에 의해 정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지역 연구에서 물리적 공간과 사회적 관계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이은진, 2009).
지역과 마을이 가지는 의미 차이를 다음과 같다. 먼저, 지역은 밀접한 상호작용의 흐름으로 묶여 있는 지리적으로 연속된 공간 단위를 의미한다. 반면, ‘마을’은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범위를 지닌 공동체의 거점 역할을 하며, 물리적인 범주보다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간의 긴밀한 관계를 주로 의미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개념은 사전적 의미로는 ‘자연적 또는 사회적, 문화적 특성에 따라 일정하게 나눈 지리적 공간’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의 하위 공간 단위로서 행정구역의 개념을 포함하는 것을 지역이라 하며, 다양한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으로 구성되어 그곳만의 고유한 지역성을 가지며, 각 지역은 인접한 다른 지역과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지역이라는 공간 단위는 국가라는 공간 단위의 하위 개념으로 사용되며, 지역이라는 공간 단위의 하위 단위는 서로 공통의 특성을 지니거나 상호 보완적인 연계를 가진다. 이러한 지역이라는 공간 단위의 특성을 고려하여 지역을 ‘상호 보완 및 연계의 특성을 가지면서 물리적 혹은 지리적으로 연속된 공간 단위’로 정의하기도 한다(문미경, 2023).
지역의 이해와 함께 ‘지역사회’의 개념은 주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영향권의 범위를 말한다. 지역사회에는 다양한 주민이 거주하거나 활동하며, 특히 도시지역에서는 그 구성이 매우 다양하다. 지역의 주민 구성과 생활환경에 따라 마을의 형태는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마을운동을 포함한 지역사회에서의 활동은 해당 지역의 주민 구성과 요구에 맞게 적절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즉 도시와 농촌 등 해당 지역사회의 특성에 따라 마을 구성의 성격과 방식은 다르고 마을 운동의 지향점이나 실천과제도 달라진다(마을만들기전국대회조직위원회, 2015).
지역사회를 공동체와 동일시하는 입장은 대체로 미국의 커뮤니티(community) 연구 경향을 수용한 결과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공동체 연구가 미국으로 전파되면서, 유럽에서 역사적으로 발견된 여러 형태의 공동체를 지칭하는 용어들(Gemeinde, Gemeinschaft, Dorfgemeinde, Dorfgenossenschaft)이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게 되었다. 따라서 커뮤니티는 공동체 외에도 단순한 지역집단이나 지역사회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이은진, 2009).
이러한 논의를 정리해 보면, 마을은 지역 내 작은 단위로서, 여러 마을이 모여 하나의 지역을 구성한다. 마을 간 상호작용과 협력은 지역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발전을 가져오며, 지역은 이러한 마을들의 상호 보완적 연계와 협력을 통해 더 큰 범위의 발전을 도모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마을들이 협력하여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원을 공유할 수 있다. 마을과 지역은 상호 보완적이며, 서로의 발전과 성장을 촉진하는 관계에 있다. 마을은 공동체적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단위이며, 지역은 이러한 마을들이 모여 형성된 더 큰 지리적, 사회적 단위이다. 따라서 마을과 지역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지역사회 발전과 공동체 형성 및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된다.
4) 마을공동체와 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와 마을만들기는 연구자와 연구 목적과 대상에 따라 ‘마을’이라는 공통점을 다루면서도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차이보다는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과 사업의 현장 경험을 통해서 필자의 견해로는 ‘마을공동체만들기’로 재구성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마을공동체’는 사회자본이 축적된 마을을 지역 범위로 설정하고 성원들이 소속감으로 그 집단 내에서 공동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성원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그리고 마을만들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므로 ‘활동’이라고 간주한다. 따라서 ‘마을만들기’는 마을 공동체 활동이며, 마을공동체 ‘운동’이다(이재민, 2019). 즉, 마을만들기는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실천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마을만들기는 농촌과 도시, 마을 간의 연계와 소통을 유기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을만들기는 주민참여, 소통, 협력을 통해 지역의 활력을 되찾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둔다. 마을은 단순히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기’의 대상이다. 마을공동체만들기는 공동체 중심의 대안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자 집단이다(이경림, 2023).
마을은 인간 삶의 기본 단위로서, 역사적으로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가지고 발전해 왔다. 현대사회에서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마을과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으며, 이를 복원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마을공동체만들기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주민들의 소통과 협력을 증진하며,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을 도모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경림(2023)은 1990년대 이후 마을공동체는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대상으로 ‘재의미화’ 되었다고 말하며, 마을공동체만들기의 조건으로는 지리적 영역의 공유, 사회적 상호작용, 공동 유대감 등으로 마을공동체만들기를 구성하는 행위자에 관한 논의로 이어간다.
‘마을공동체’와 ‘마을만들기’는 새롭게 재구성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더욱 개방된 공간으로서의 ‘열린 마을’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지 않고 상부상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런 약속들이 마을 규약이나 자치단체 조례에 반영될 필요도 있다. 바뀐 시대에 맞추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마을의 안정성과 동질성을 찾아가면서도 차이를 존중하고 외부의 변화에 익숙해야 한다.
바뀌지 않으며 오래된 시스템은 흔히 개인을 억압하기 쉽다. 마을 단위의 좁은 공간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자유로운 개인의 유연한 네트워크가 마을공동체만들기의 조직논리이다(민건동, 2018). 전통적 마을공동체가 혈연과 지연에 기반한 폐쇄적이고 동질적인 공동체였다면, 현대의 마을공동체만들기는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5) 마을공동체만들기 (Making Maeul-Community)
마을공동체만들기는 최종 목표나 성과물이 아니라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는 과정임을 인식해야 한다. ‘어떻게’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왜’ 그리고 ‘누가’ 인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커뮤니티(지역) 재생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주민 중심의 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 주민참여, 공동체 활동, 커뮤니티 디자인, 커뮤니티 역량 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신선화, 2017).
‘마을의 귀환’은 현대사회에서 공동체의 중요성과 그 가능성을 강조한다(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2013). 이는 도시 환경에서도 대안적 삶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하며,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구축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미래 사회에서 공동체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부각한다.
이를 위해 마을공동체 구축에 있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물론, 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지원과 정책이 공동체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공동체 형성 전략을 제안한다.
마을공동체만들기는 “부가가치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실질적인 면에서 부가가치 만들기에 중요한 것은 경관이며, 생활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생활에 부가가치 더하기는 결국 지역사회 공동체에 부가가치는 더하는 것이다. “양호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수요자 대응형(cooperative)’의 마을공동체만들기라면 ‘커뮤니티의 질’을 높여 마을”에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야마모토 마사유키, 2006).
부가가치를 만드는 마을공동체만들기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삶터 가꾸기’이다. 이는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생활환경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며, 공용공간이나 시설을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활 공간을 직접 가꾸고 개선함으로써, 마을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갖게 되며, 이는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토대가 된다.
둘째, ‘공동체 이루기’이다. 이는 마을공동체를 형성하여 공유공간에서 발생하는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개선하며, 단절된 이웃 관계를 회복하고 의사소통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포함한다. 현대 도시 사회에서 이웃 간의 관계는 단절되고 개인화되어 있다. 마을공동체만들기는 이러한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고,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셋째, ‘사람 만들기’이다. 이는 주민들이 공유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책임감 있고 건강한 주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진정한 주민이자 민주시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다. 마을공동체만들기는 단순히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거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넘어서,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민주적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적 과정이기도 하다.
마을공동체만들기는 물리적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 형성과 역량 강화라는 소프트웨어적 의미까지 포괄한다. 특히,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커뮤니티가 붕괴된 현실에서 이웃 관계를 회복하고 마을공동체를 재생해 나가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마을공동체 형성을 도모하는 ‘운동’으로 시작되어 이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정책사업’의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신선화, 2017).
마을공동체만들기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첫째, 마을이라는 공간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익하기 때문이다. 마을은 인간의 삶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며, 일상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해결되는 공간이다. 둘째, 심리적으로 본다면 주민의 참여를 끌어내기 좋은 공간이다. 마을은 주민들에게 친숙하고 구체적인 공간이므로, 추상적인 국가나 사회보다 마을의 문제에 대해 주민들이 더 쉽게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다. 셋째, 전략적인 측면을 본다면 우리나라의 정서상 마을에 대한 특별한 애착, 향수 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을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마을공동체만들기 운동을 외부로 홍보하는 좋은 방편이 되기도 한다(민건동, 2013).
마을의 공동체 의식이 약화 되고, 더욱이 농촌 마을의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인해 마을 자체의 존재가 위협받는 현재 상황에서 마을공동체만들기는 공동체 회복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된 결과를 바탕으로, 마을만들기는 전근대의 ‘마을’과 근대의 ‘공동체’를 통합한 ‘마을공동체’가 불가피하게 대두되기 때문에(김기홍, 2015) ‘마을공동체만들기’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마을공동체만들기는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국가 균형발전의 ‘아젠다’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역공동체 활성화는 마을의 구성원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이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공동체 활성화 요소에는 정답이 없으며 모범적 지역공동체의 사례에서 주체의 발굴, 조직의 구성, 과제의 선정이다.
마을공동체만들기의 활성화 요소들을 종합하면 ‘자산’, ‘재원’과 ‘주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음으로 ‘민주적 조직’, ‘리더십’, ‘정보공유’, ‘역량강화’ 등의 키워드로 통합되며 ‘의제’, ‘일감’, 등으로 마을공동체가 공동의 목표 수립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비즈니스를 위한 모델을 수립하고 외부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성장과 확산이다(남원석 외, 2012).
필자는 사회자본의 확장과 이를 통한 마을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였다. ‘사이버 사회자본’과 ‘생활SOC’ 와 같은 두 가지 새로운 사회자본의 형태가 마을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은. 생활SOC는 유형의 사회자본으로 확장하여 사회자본은 이제 ‘유무형(有無形)’ 자본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이러한 유무형의 사회자본은 우리의 마을 안에 이미 있었다. 이미 있었던 사회자본을 더욱 강화하고 축적하는 과제도 있다.
그래서 마을과 지역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마을공동체와 마을만들기의 공통점과 중요성을 강조하여, 마을공동체만들기로의 재구성을 통해 전통적 공동체의 장점과 현대적 요구를 조화롭게 통합할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는 마을공동체만들기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상호작용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었다.
마을공동체만들기란 완전히 무(無)의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일 수도 있고, 기존의 마을을 재창조하는 작업일 수도 있다. 한두 가지의 처방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짧은 시간 내에 추진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성공이나 완성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없는 하나의 지속적인 과정, 나아가서는 삶의 과정에 해당한다(이종수, 2022).
즉, 마을공동체만들기의 다른 표현은 ‘관계 만들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마을공동체만들기는 공동체의 복원과 활성화, 그리고 주민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고안된 사회적 상상력의 산물이자 제도이다. 즉, 마을공동체만들기는 공동체를 복원하고 주민참여를 확대하며, 나아가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도구이자 수단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자신들의 필요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지역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한국민주주의연구소, 2013).
이러한 과정에서 주민들은 상호 협력과 소통을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며,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마을공동체만들기가 모든 병을 고치는 약은 아니다. 하지만 복잡하고 많은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가장 좋은 대안이다(민건동, 2013).
마을공동체는 다른 지역의 도움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이 속한 마을 주민들 간의 자발적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빈곤과 소외,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들에서 스스로 헤쳐나가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마을공동체만들기가 진행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누군가의 윤리적 대상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이웃들과 더불어 스스로 상호 호혜적 관계를 맺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이웃과의 생활 관계를 만들어, 개인으로서의 닫힌 사생활(privacy)에서 확장된 “공공적 생활세계”로 나아간다(조명래, 2012).
현재 주민참여형 마을공동체만들기의 여러 정책들은 과거의 ‘새마을 만들기’와 같은 은유를 공유하고 있다(이은진, 2006). 그러나 중요한 차이는 새마을운동이 정부 주도의 하향식 운동이었다면, 현대의 마을공동체만들기는 주민 주도의 상향식 운동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마을공동체만들기의 최종적인 목적은 주민의 자율적, 주체적, 의도적인 활동을 통하여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동일 지역에 거주하면서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자연스럽게 상호 유대의식을 가지는 공동체를 ‘정주공동체’라 하고 반면, 주민들이 공동의 목적이나 관심사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그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공동체를 ‘지역공동체’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을공동체만들기에 돌입한 공동체는 이제 정태적인 정주공동체가 아니며 주민의 실천을 통해 지식, 전문성과 같은 역량을 축적, 강화해 나가는 실천공동체로 성격이 전환된다(조재준, 2020). 실천공동체 이론(Wenger, 1998)에 따르면, 사람들이 공동의 관심사나 열정을 공유하고, 정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그 영역에 대해 배우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공동체가 형성된다. 마을공동체만들기는 바로 이러한 실천공동체의 형성과 발전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회자본은 마을/지역 공동체의 발전과 유지에 필수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하는 마을/지역 공동체는 다시 다양한 사회자본을 구축한다. 퍼트남(Putnam, 2000)은 사회자본을 “상호 이익을 위한 조정과 협력을 촉진하는 네트워크, 규범, 사회적 신뢰”로 정의하면서, 사회자본이 풍부한 지역사회일수록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민주주의가 잘 작동한다고 주장하였다. 마을공동체만들기는 신뢰, 호혜성 규범, 네트워크라는 사회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이러한 사회자본을 활용하여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과정이다.
6. 마을목회 이해
1) 교회형 마을공동체만들기: 마을 목회/사역
‘마을목회’와 ‘마을사역’은 모두 지역사회나 마을의 사람들을 돕는 활동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두 용어는 사용되는 맥락과 강조점에서 차이가 있다. 마을목회는 교회나 종교 단체가 지역 사람들을 위해 사역하는 활동을 중심한다. 반면, 마을사역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돕기 위한 일반적인 활동을 의미하며, 이는 종교적 배경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마을사역은 종교적 배경을 벗어나 지역사회의 실질적, 물질적, 사회적 문제나 요구를 해결하거나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포함한다. 마을목회는 제한적 개념이며, 마을사역은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회적, 물질적인 지원에도 관심을 가진다. 물론 실제로는 두 활동이 서로 중첩되거나 연계되어 실행될 수 있다.
“신학은 복음이 아니라 복음에 대한 응답이다.” 복음은 하늘로부터 인간에게 계시된 유일성과 불변성을 특징으로 하는 말씀이다. 반면, 응답은 그 하늘의 말씀에 대한 다양성과 가변성을 가진 화답이다. 신학은 복음이 아닌 응답에 속한다. 문성모(2005)는 이러한 응답으로서 신학은 다양성을 용납하며, 그 다양성은 각 시대와 장소, 민족과 문화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신학 안에서의 ‘같지 않은 것’은 ‘다른 것’일 뿐이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
이러한 ‘다른 것’이라는 사고 속에서 한국 신학으로서의 응답은 한국 고유의 특성을 가진다. 즉, 미국이나 유럽의 아류에서 벗어나 우리의 응답으로서의 신학을 형성해야 한다. 마을목회는 바로 이러한 한국적 맥락에서의 신학적 응답이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마을공동체만들기에서 소외된 이유는 탈지역화, 비지역화, 종말론 강조, 반세속주의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주류의 근본주의적 성향 속에서도 상당히 교회들은 가장 세속적인 물질의 축복을 믿는 자를 위한 하나님의 거룩한 축복이라고 가르치며, 한국 사회와 해외의 선교 대상국들에게 자본주의 정신을 아무런 비판 없이 확산시켜 왔다. 이러한 위선적인 모습이야말로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항하며 대안적 삶의 창조를 모색하는 한국의 일반사회나 시민사회에서 반기독교주의를 양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김혜령, 2013).
과거 한국의 지역사회에는 소박하고 작은 교회들이 있었다. 동네교회는 출석 교인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었고, 목사도 마을에서 함께 지내는 주민이었다. 동네교회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주민에게도 친숙한 공간이었다. 마을 청소년들이 교회의 탁구대나 마당에서 함께 놀았고 성탄절에는 주민들이 교회에 모여 어린이가 준비한 노래와 연극을 감상했다. 지역사회에서 종교에 무관하게 어려운 주민끼리 안부를 전하며 도와주며 살았다. 마을 주민은 교회를 신뢰했고 교회는 마을에 존재하며 함께 소통했다. 동네 주민들에게 교회는 훈훈한 마음을 갖게 하는 지역사회의 안식처였다.
교회가 가진 자원들과 봉사와 헌신의 태도가 지역사회에 펼쳐지면, 살기 좋은 마을이 조성되어 지역사회는 성장한다. 하나님의 복음이 주민에게 더욱 전파되어 구원받고 행복한 일상을 경험하게 된다(정봉헌, 2022).
2) 마을목회의 의의
1884년 이후 개신교 선교 초기의 한국교회가 반상의 제도와 같은 봉건폐습을 변화시키며 근대화의 원동력이었던 한국교회의 영향력 상실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말한다. 하나는 교회 본질의 상실이고, 다른 하나는 목회 패러다임 전환의 실패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마을목회라고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목회는 교회 본질의 핵심 요소인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에 참여하는 목회이며 동시에 그것은 새로운 시대 변화에 제대로 부응하는 목회이기 때문이다.
마을목회를 통한 교회의 심각한 신뢰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제언으로 첫째, 한국교회가 현재 보이고 있는 개신교의 역기능이 무엇인지를 자각하여 그 역기능의 모습을 탈피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종교의 사회통합 기능과 사회변혁 기능과 같은 순기능 역할을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이고, 둘째, 21세기 문명의 전환 상황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도록 교회 패러다임과 목회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정원범, 2022).
마을목회는 목회의 범위를 교회 울타리 안에 국한하는 것에서 벗어나 교회가 위치하는 마을과 주민 모두를 목회 대상으로 보고 목회를 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마을 전체가 함께 행복하자는 것이다(류은정, 2018). “예수님은 제자들을 세상에서 부르셨고, 세상 속으로 부르셨고, 각 마을로 보내셨다. 현장으로 보내 살아 내도록 하셨다. 성령의 일하심이 현장에서 펼쳐지는 삶의 자리를 통해 주의 제자로 다시 태어나게 하셨다”(이재학, 2024).
노영상(2020)은 마을목회를 농촌과 도시를 아우르며 실천을 중시하는 목회 접근법으로 설명한다. 이는 교회들이 실제 목회 활동에서 보여준 노력을 바탕으로 정립된 이론으로, 실천성을 강조하는 목회운동이다. 이는 이론을 먼저 수립하기보다는 실천을 통해 이론을 창출한 접근법으로, 실천과 행동을 강조하는 정행(orthopraxis)의 신학으로 평가한다. 그는 한마디로 마을목회를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으로 마을을 품고 세상을 살리는 목회”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마을목회의 모토를 “마을을 교회로, 주민을 교인으로”로 하여, 주민을 교인으로 품어 그들도 하나님의 사랑받는 사람들이 되게 하는 것으로 설파한다. 교회 안으로만 응축된 공동체가 아니라, 온 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마을 전체를 돌보는 교회가 되자는 것이다. 지역사회로 들어가 교회 밖을 포괄하는 마을목회를 주장한다.
마을목회의 실제적 원리는 지역사회로 나아가 지역사회의 주민으로서 교회중심의 프로그램으로부터 지역사회의 필요에 맞추는 것을 기초로 교회와 목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다(한국일, 2018). 마을목회는 목회자가 교회의 교인들을 돌보는 목회를 넘어서서 교회/기독교 기관과 그리스도인들이 마을의 주민들과 마을공동체의 회복과 성장을 위해 다양한 모습-마을을 살리는 학교, 마을기업, 마을을 살리는 문화, 생태마을, 마을을 살리는 생활정치 등-으로 돌보고 섬겨 하나님의 나라를 마을에 이루는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목회인 것이다(황홍렬, 2016).
3) 마을목회의 필요성
마을목회의 필요성은 목회 환경의 변화와 패러다임 전환의 요청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목회의 범위를 교회 외부의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목회 활동으로 간주하지 않던 영역들도 자비량 목회의 일부로 받아들이거나 그 영역 자체를 선교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목회의 가능성을 가진다. 이는 마을목회의 핵심 의미에 해당한다.
특히 최근에는 지역사회에 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지역사회 목회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교회의 본래적인 사역과 연결되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교회는 지역공동체 운동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재정립하고, 교회가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깊은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한다(정재영, 2020).
마을목회의 필요성을 정리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마을목회는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 현대 교회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변화로 인해 위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교회 출석률의 감소, 사회적 신뢰의 하락, 차세대의 이탈 등은 교회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지속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마을목회는 교회가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됨으로써, 교회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발견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를 통해 교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둘째, 마을목회는 목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 목회자들은 교회 내에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마을목회를 통해 목회자들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목회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전통적 목회 모델에서 목회자는 설교자, 교사, 상담자, 행정가 등 다양한 역할을 혼자 감당해야 했으며, 이는 목회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었다. 마을목회는 목회의 범위를 확장하면서 동시에, 평신도와 지역 주민들과 함께 목회를 감당함으로써 목회자의 부담을 경감하고, 더 풍성한 목회를 가능하게 한다.
셋째, 마을목회는 하나님 나라 운동의 일환으로 필요하다. 하나님 나라는 정의와 평화, 사랑과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마을목회는 이러한 가치를 지역사회에서 구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정원범, 2017). 하나님 나라는 단순히 교회 안에서만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전체를 향한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을목회는 마을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하나님 나라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질서’로서 마을목회는 기독교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종교적 의미의 진전과 보편적 가치의 실현을 통해 사회혁신을 이루는 기독교의 올바른 개혁이다. 마을목회를 인간미 넘치는 공동체 구현의 가능성을 재고하며, 생태계 파괴,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불균형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종교의 본질로 간주한다. 더불어, 기독교가 직면한 현대의 문제, 즉 산업화의 성공에 따른 교회의 대형화와 그에 따른 부작용 및 반작용은 교회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간주된다(조재석, 2020).
교회가 지역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려면 지역성과 공동체성에 기초한 선교적 교회론의 정립을 위해 지역성에 기초한 ‘지역(local)교회’. ‘유기체적 사귐(코이노니아)’을 실천해야 한다. 지역사회 전체를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어 가는 일에 관심 갖고, 자연스럽게 교회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지역목회 혹은 마을목회로 확장하여 목회자는 한 교회의 목회자이며 동시에 마을 전체를 돌보는 ‘마을목사’라는 정체성을 가져야 하며, 전통적인 목회사역에 대해 교인들도 의식이 변화되어야 한다(조용훈, 2017).
마을목회 관점에서 교회는 지역교회다. 지역교회의 실존 근거가 지역사회이므로 교회와 지역사회는 불가분의 관계로 본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도시와 농촌에서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고 주민들의 지역 애착심이 매우 약하며 이동이 빈번하기 때문에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 것은 교회의 존립과도 무관하지 않다. 교회의 구성원인 성도들이 곧 지역 주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목회는 교인들의 돌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전인적 삶에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 발전에 참여하면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교회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조용훈, 2020).
마을목회란 하나님 나라를 마을에서 실현하기 위한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고 교회 중심의 목회가 아니라 교회 밖의 세상, 마을이라는 지역을 목회의 범위로 확장하여 선교적 과제를 실천하려는 선교적 교회의 목회 방안이다. 그러므로 마을목회는 교회가 지역과 공존하고 함께 성장하는 가운데 실제적으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통전적이고 성육신적인 선교를 행하게 되어 마을을 하나님 나라의 생태계로 확장하는 중요한 선교 전략이다(전광현, 2020).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생존과 미래를 위해, 교회와 목회자는 사회와 공감해야 한다. 미래의 목회는 반드시 “사회를 공감”해야 한다. 교회의 위기를 성찰해 보면 역사적, 사회적 변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회적 변동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위기의 원인을 둘러싼 분석은 단지 현상적이고 대처 방안들은 대증요법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교회의 형태와 습관, 더 나아가 메시지와 신학도 바뀌어야만 한다(민건동, 2022).
마을목회는 농어촌 지역의 목회전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공동체로서의 하나님 나라를 마을(동네) 속에 세우기 위한 목회다. 대사회적인 교회의 기능을 강화하여보다 활력 있는 하나님의 선교가 가능하도록 하는 목회다. 마을목회는 오늘의 시대에 기독교 사랑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목회다. 교회들이 전개한 현실 목회에서의 만들어낸 이론으로 실천성을 강조하는 목회운동이다. 그러므로 마을목회는 신학을 위한 신학이 아니라 교회를 위한 신학이다. 전략을 세워 마을사역을 추진하는 과학적 목회방안으로 지역사회 개발 이론, 역량강화 이론 및 전략기획 이론 등의 방법론을 사용한다(민건동, 2022).
4) 마을목회의 실천을 위한 네 가지 핵심 키워드
마을목회의 실천과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네 가지 핵심 키워드를 제시할 수 있다. 이는 현대 한국사회가 직면한 주요 과제들에 대한 교회의 응답이며, 마을목회가 지향해야 할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지역의 약자와 함께하는 교회’이다. 교회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위한 공공선을 실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회가 위치한 지역 공동체가 사랑, 나눔, 섬김을 기반으로 하는 건강한 마을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수께서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눅 4:18) 보내심을 받았다고 선포하신 것처럼, 교회는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돌보아야 한다.
한국사회는 심각한 빈부 격차와 사회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으며, 취약계층의 고통은 가중되었다. 마을 안에도 빈곤층, 노인, 장애인, 이주민, 한부모 가정, 위기 아동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이 존재한다. 교회는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필요에 응답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며, 그들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무료 급식, 반찬 나눔, 의료 지원, 주거 지원, 교육 지원,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에 반대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불의한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정의와 평등이라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둘째, ‘고령화 사회의 노년층 배려’이다. 교회는 인구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면서 동시에 지역 공동체의 노년층을 섬기고 보살피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한국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농촌 지역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하여, 일부 농촌 마을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50%를 넘는다.
고령화는 단순히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넘어서, 독거노인의 증가, 노인 빈곤, 노인 질병, 치매, 노인 고독사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교회는 마을의 노인들을 돌보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경로당 지원, 노인 돌봄 서비스, 노인 일자리 창출, 치매 예방 프로그램, 노인 문화 활동 지원 등을 통해 노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세대 간 통합을 촉진하여, 노인들이 마을 공동체의 소중한 구성원으로서 존중받고, 그들의 지혜와 경험이 마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서는 “백성 앞에서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레 19:32)고 가르치며, 노인 공경을 중요한 가치로 제시한다.
셋째, ‘다문화 사회와 이주민 섬김’이다. 이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역사회 적응을 돕는 것이 한국교회의 중요한 과제로, 이는 지역 공동체 내 결속과 일체감을 형성하고,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상생 협력하는 교회의 공적 책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데 중요하다. 한국사회는 2000년대 이후 급격하게 다문화 사회로 전환되었다. 2023년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약 5%에 해당한다.
이주민들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 법적 지위의 불안정, 차별과 편견 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마을의 중요한 구성원이 되고 있다. 교회는 이주민들을 환대하고, 그들의 정착을 돕으며, 그들이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국어 교육, 문화 적응 프로그램, 법률 상담, 취업 지원, 자녀 교육 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포용적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성서는 “너희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라 너희가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었은즉 나그네의 사정을 아느니라”(출 23:9)고 가르치며, 이방인에 대한 환대와 보호를 강조한다.
넷째, ‘기후 위기 시대의 생태계 회복’이다. 환경파괴와 기후 변화의 위협은 전 지구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제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지키고 보전하는 것을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생태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후 위기는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이며, 이는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서 생존의 문제이다.
교회는 창조세계를 돌보는 청지기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마을 단위에서 에너지 절약, 재생에너지 사용, 자원 재활용, 친환경 농업, 생태 복원 등의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또한 기후 위기에 대한 교육과 의식 고양, 생태 영성의 개발, 환경 정책에 대한 참여 등을 통해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들기에 기여해야 한다.
이렇듯이 마을목회의 실천과제를 교회는 부의 편중과 계층의 양분화라는 경제 구조의 왜곡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강성렬, 2021). 마을목회의 실천과제는 지역사회에서 교회가 당면한 경제적, 사회적, 인구학적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하며, 교회가 더 넓은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는 데 중요하다.
마을목회를 요약하면 한마디로 ‘새로운 시대를 위한 대안’이다. 마을목회는 대사회적 역할과 특징을 보여주는 공동선의 원리, 보조성의 원리, 참여, 연대성의 원리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청교도 윤리에서 유래한 근대 자본주의 정신을 되찾는 길이기도 하다. 마을목회를 위해서 “타자를 위한 교회의 비전”이며, 공공신학은 지역사회와 공론의 장을 함께 나누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타자를 위한 교회가 됨으로써 지역사회의 가치와 원칙을 공유할 수 있다.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이 땅에서 실현하는 선한 도구로 쓰임 받도록 하는 것이 마을목회다.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타자를 위한 교회는 물질적 가치의 지향이나 실현이 아니라 윤리적 가치의 구현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교회는 지역사회를 위한 신학의 역량과 실천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민건동, 2021).
마을목회는 교회와 사회, 민족의 현장으로부터 출발하는 신학이다. 그리고 그 열매는 교회를 위한 신학이자 세계교회를 위한 신학이다. 이러한 작업 과정을 통하여 ‘오늘’, ‘여기’라는 신학의 고유성이 확보될 때 비로소 세계에 공헌할 수 있는 신학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의 신학은 외국의 현장에서 얻어진 이론을 가지고 한국의 현장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신학은 외국 신학의 모방이나 아류로 끝날 수는 없다(문성모, 2005).
이러한 의미에서 마을목회 신학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교회는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의 근원적 목표와 정신을 계승하며, 교회와 지역사회 간의 경계를 넘어선 사회적, 공동체적 활동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현실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는 교회가 단순한 예배의 공간을 넘어서 사회적, 지역적 참여와 변화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함을 의미한다(정원범, 2017).
7. 마을목회의 사회자본화: 마을사역
마을 관련 정책은 지역사회의 회복과 공동체적 삶의 복원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교회 역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여 마을에서 목회적, 신학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마을교회’들이 있다. 교회가 마을 관련 정책에 참여함으로써 교회가 얻은 것은 예상외로 많다. 교회의 지역성 회복과 마을목회로서 실천을 발판으로 더 나아가 마을사역으로 단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마을목회를 사회자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통해서 평신도 중심의 마을사역이 교회의 리빌딩 핵심이다. 교회 리빌딩이 성도들의 다양한 신앙적 욕구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현대 목회 환경의 변화는 목회자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다양성을 반영하며, 이에 목회자와 평신도가 함께하는 목회 방식을 지향해야 한다. 이는 목회자와 평신도 간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하며, 권한과 책임의 공유가 필요하다.
또한, 교회 리빌딩은 목회자와 평신도 간의 역할 구분 및 협력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종교개혁에서 사제와 평신도 간의 신분적 차이를 없앤 것처럼, 목회자와 평신도의 역할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조성돈, 2023).
1) 마을목회를 넘어 마을사역으로
마을 현장의 목회를 이론화하는 과정으로서의 마을목회에 대한 시선도 ‘목회자만’, ‘목회의 필요에 의해서만’, ‘제일 먼저 마을목회를 표방한 그룹만’등의 제한성과 불편한 시각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마을목회를 넘어서는 “마을사역”으로의 확장은 필연적이다.
“사역”은 좀 더 일반적인 용어로서,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돕기 위한 활동을 의미한다. 이는 기독교적 배경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마을사역은 목회자만이 아니라 평신도도 지역사회의 실질적, 물질적, 사회적인 문제나 요구를 해결하거나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함께할 수 있고 해야 한다(민건동, 2023).
폴 스티븐스(2008)는 신약성경에 라이코스(laikos, 평신도를 의미하는 그리스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하며 성직자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간과할 수 없는 일이 이미 교회 현장에서는 부교역자가 사역을 기피하여 평신도가 부교역자를 대체하는 현상(Potential Laity)이 나타나고 있다(신상목, 2024).
마을목회는 그 당위성과 신학적 주장이 중심이 되어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마을목회에 참여하는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신학적 지향에 따라 이해와 목표가 달라, 복음주의권은 주로 전도와 영혼 구원을 목적으로 하고, 에큐메니칼 진영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 마을공동체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은준관(2022)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님의 통치(하나님 나라)를 기억하고, 역사를 긍정하며, 역사 안에서 소망하고 증언하는 하나님 백성 공동체는 이 일을 위해 사역의 위임을 받는다.”고 하였다. 즉, 하나님 백성 모두가 위임받고 또 참여하는 공동체 사역인 것이다. 특히 하나님의 백성인 평신도의 사역은 역사 전반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사역(Ministry)’이라는 용어는 주로 교회 안에서만 활동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교회 밖에서는 전도나 선교와 같은 일을 의미했다. 그러나 사역은 ‘하나님 나라 백성 공동체’의 교회론의 관점으로 함께 이뤄가는 ‘공동체 사역’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오만종, 2022). 그러한 의미에서 마을사역은 ‘하나님의 사역’으로 인식하고 참여하는 창조적 과업으로 받아들이고 지역활동을 해야 한다.
모든 교회 구성원들은 동역자 의식과 함께 ‘은사’에 따라 직업적 및 지역적 전문성을 활용하는 마을사역으로의 전략적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경제적 생산에 전문 능력을 갖추고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마을사역은 글로벌시대의 교회에 시너지를 창출하고 지역사회에 역동성을 불러일으키는 효과적인 전략이다(김은호, 2016).
하나님의 백성인 평신도는 탈성직의 관점에서 목회자에게 수동적으로 의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인 신앙인으로서 일상의 삶 속에서 신학하는 존재다. 이런 의미에서 평신도는 ‘세상 속 생활신학자’가 되어야 한다. 교회 구성원 모두가 성직자이며, 모두가 평신도라는 평등 의식을 가지고 목회의 리더십과 구조를 대화적이고 소통적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또한, 교회 내 의사결정 과정에 사회에서 다양한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경력을 교회 봉사에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여성과 젊은 세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쿼터제 같은 제도를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장신근, 2019).
2) 마을사역의 의의와 중요성
마을사역이란 지역사회나 마을에서의 개인들이나 집단들을 지원하고 돕는 활동을 의미하며, 이러한 활동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에 따른 마을사역의 의의와 중요성을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사회의 연결고리 구축이다. 마을사역은 지역사회의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강화시키며, 서로의 이해와 협력을 가져온다. 이로 인해 공동체 내에서의 연대감과 유대감이 형성되고, 마을의 일원으로서의 소속감과 정체성이 강화될 수 있다. 사회자본 이론(Putnam, 2000)에 따르면, 신뢰와 네트워크, 호혜성 규범으로 구성된 사회자본이 풍부한 지역사회일수록 집단 행동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공동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약자의 지원이다. 마을사역은 다양한 사유로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이나 집단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가 더 나은 삶의 질을 경험하게 도와줄 수 있다.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마을사역은 공식적 사회복지 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비공식적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 문제의 해결과 예방이다. 마을사역은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직접적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 내에서의 예방 활동을 통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응할 수 있게 돕는다. 공중보건학의 예방 패러다임을 적용하면, 1차 예방(문제 발생 전 예방), 2차 예방(조기 발견과 조기 개입), 3차 예방(문제 악화 방지와 재활)이 모두 마을사역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넷째, 지역사회의 발전 및 변화이다. 마을사역은 지역사회의 문화, 경제, 교육,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발전과 변화를 촉진한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가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개발론(community development)의 관점에서 마을사역은 외부의 자원 투입에 의존하는 개발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역량 강화와 내생적 발전을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이다.
다섯째, 시민 참여와 민주주의의 활성화이다. 마을사역을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직접 문제해결과정에 참여하게 되므로,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가 활성화된다. 참여 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 이론에 따르면, 시민들이 직접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민주적 시민의식과 역량이 함양된다.
여섯째, 지역 특성과 자원의 활용이다. 마을사역은 지역사회의 특성과 자원을 기반으로 하여 지역의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서의 잠재력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효과적인 사역이 가능하다. 자산기반 지역사회 개발(Asset-Based Community Development, ABCD) 접근법은 지역사회의 결핍이나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지역사회가 가진 자산과 강점을 발견하고 활용하는 것을 강조한다(Kretzmann & McKnight, 1993).
마을사역은 지역사회를 더 건강하고, 연결된, 그리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공동체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을사역은 마을공동체만들기의 공동체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에 일정한 방법론을 교회에서 받아들여 평신도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실천과정을 중시해야 한다.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또는 살아갈 주민들에게 마을사역은 평신도들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만들어가도록 돕는 것이다(민건동, 2021).
3) 마을사역 키: 평신도
마을목회는 평신도 사역을 강화하는 목회전략이다(고전 12:4-31). 평신도의 역량을 강화하여 그들을 지역사회와 교회사역의 전면에 내세우는 목회이다. 또한, 마을목회는 지방자치 분권화를 통해 마을공동체만들기 운동을 전개함으로 우리 사회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지지한다. 평신도들이 지역 주민으로서 자주성과 소통능력, 마을을 개발하는 일을 위한 핵심 역량과 민주적 시민정신이 함양되도록 교회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민건동, 2021).
21세기는 세속사회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던 크리스텐돔(Christendom)시대가 가고 교회는 종교적 영역에 갇힌 사사화(私事化, privatization)의 위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오늘의 교회는 이 사사화의 극복을 위한 전통적 개념의 선교나 교회론을 넘어서는 “평신도 중심 구조의 교회”라는 공적 기능을 화보하면서 성직자 중심의 전통적 교회가 아닌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평신도 중심의 마을사역은 지역의 교회로서 기능을 중요하게 본다. 이에 김동건(2020)은 공적신학의 새 모델로 ‘지역교회’를 제시하고 있다. 지역교회라는 인식 없이는 강력한 실천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회의 탄생부터 모든 평신도가 다 복음을 위하여 직접적인 부름을 받았다(핸드릭 크래머, 2014). 교회는 그리스도의 머리에 연결된 각 지체들의 연합으로서의 교회이다. 따라서 “교회가 결코 한 개인의 크고 작은 혹은 그르거나 바라는 역량에 의해 결정될 수 없다”(명재명, 2021).
지역사회의 문제에 공감하고 공적인 책임을 다하는 마을 목회와 사역은 교인과 지역 주민의 함께하는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마을 목회/사역의 활동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교회와 지역사회에 대한 자원조사과 인력개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도록 촉매의 역할을 해야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교회로 시작하고 무게중심을 더 두어야 교회는 진정성을 인정받게 되면 교회는 사회적 영향력과 리더십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민건동, 2023).
사회자본 관점에 근거한 교회의 지역사회역량 강화 방안에 대하여 두 방향으로 시도할 수 있다. 하나는 구성원들에 대해 인적 자본을 개발하는 등의 직접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사회를 촉진함으로써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케 하는 공간 중심의 실천 방법일 것이다. 공간 중심의 지역사회 역량 강화 방안은 사회자본의 관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사회자본은 공유되는 특성을 보이는 ‘공공재’로서의 속성을 지니며 또한, 사회자본의 ‘관계 맺음’의 특성 자체가 개인이나 조직의 차원에서 생산적인 ‘자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사회자본은 지역사회의 중요한 자원이자 환경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실천적인 측면에서도 효용이 크다(김수정, 2017).
지역사회를 품는 지역 교회의 주체로서 평신도의 역할은 교회가 가진 사회자본을 강화하고 세상을 향해 사회자본을 제공하여 ‘파송된 교회’로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평신도는 단순히 예배의 참석자에서 그치지 않고,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이행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여, 지역사회 내에서 구체적인 마을사역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평신도의 활동은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교회가 지역사회의 필요에 응답하는 효과적인 방법들을 모색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교회는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고, 다양한 사회 집단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 또한, 평신도들이 각자의 직장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기독교적 가치와 윤리는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교회의 사회자본은 이렇게 평신도의 활동을 통해 강화되며, 이는 교회가 지역사회의 어려움과 문제들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해결책을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평신도가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교회는 단순한 종교 기관을 넘어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파송된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
교회는 평신도 사역을 확대하고 강화함으로 지역사회의 한 구성요소로서 여러 활동과 사역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마을사역을 통해 교회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마을사역의 역할이며, 그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실질적인 도움 제공이다. 교회는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필요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회는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필요 조사(needs assessment)를 통해 지역사회의 실제 필요를 파악하고, 교회의 역량과 자원을 고려하여 효과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와의 소통 강화다. 교회는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여, 교회의 활동 및 목적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오해나 편견을 줄이고, 교회와 지역사회 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소통의 방법은 다양할 수 있으며, 마을 회의 참석, 마을 신문이나 소식지 활용,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한 정보 공유 등이 포함된다.
셋째, 다양성과 포용성 강조다. 교회는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협력하는 마을사역을 추진하여 포용성을 강조해야 한다.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환대와 포용이 교회의 정체성이 되어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와의 협력 및 파트너십 구축이다. 교회는 다른 단체, 조직,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교회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협력함으로써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섯째, 투명성 강화다. 교회는 자금 사용, 활동 계획 및 실행 결과 등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회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정기적인 보고와 공개, 주민들의 감시와 평가를 받아들이는 개방적 태도가 필요하다.
여섯째, 지속적인 교육 및 훈련, 평가 및 피드백이다. 교회 구성원들에게 지역사회와의 협력, 서비스 제공, 소통 기술 등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마을사역의 효과를 최대화해야 한다. 또한, 교회는 마을사역의 활동과 결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지역사회의 피드백을 수집하여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평가는 단순히 양적 지표만이 아니라 질적 평가, 즉 관계의 질, 신뢰의 정도, 주민 만족도 등을 포함해야 한다.
4) 마을 목회/사역을 통한 교회의 신뢰회복
마을사역을 통해 교회는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교회의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과 지역사회의 요구와 변화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역사회에서 마을사역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고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다양한 실천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마을공동체 목표와 비전 설정이다. 목표와 비전은 지역사회에서 마을만들기의 출발점이며 기반이다. 목표는 마을의 필요와 실정을 감안해서 실질적이며 실현 가능해야 한다. 교회의 마을만들기에는 기독교적 가치와 이상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교회 중심적이거나 배타적이어서는 안 되며, 마을 전체의 공동선을 지향해야 한다.
둘째, 마을의 특수자원을 발굴하여 활용한다. 마을에 있으면서 다른 마을과 차별화되고 강점들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마을의 역사, 기후, 자연경관, 특산물, 음식, 유산, 지역생활 및 축제 등이 해당된다. 마을의 보물에는 역사적 가치, 풍토적 가치 및 행위적 가치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자산기반 지역개발(ABCD) 접근법을 활용하여 마을이 가진 자산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활용해야 한다.
셋째, 마을만들기 현장 지도자를 육성한다. 지도력(leadership)에는 자질, 참여자의 관리력(stewardship)과 친교력(followship), 협력관계(partnership) 등을 포함한다. 주민을 위한 자립 및 공동체 정신교육과 더불어 리더십과 협력 훈련도 필요하다. 리더는 지시하고 명령하는 자가 아니라, 주민들을 격려하고 조직하며 함께 비전을 실현해가는 촉진자(facilitator)이어야 한다.
넷째, 공동 의제와 사업을 발굴한다.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지지와 참여를 유도하는 공동 의제와 사업이 절실하다. 이를 위하여 마을전체를 대표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마을 의제와 사업을 선택해야 실패의 위험성이 감소한다. 의제는 주민들의 일상적 필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야 하며,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주민들의 자신감과 참여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마을 주민 간 인간관계의 형성이다. 마을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면 공동체성이 회복되고, 다양한 마을구성원 간에 상호 소통과 신뢰가 증대된다. 이를 통하여 마을만들기가 민주적이며 우호적인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마을 잔치, 동아리 활동, 공동 작업 등이 효과적이다.
여섯째, 의사소통 및 결정절차의 민주화이다. 지역 주민 사이의 의사소통 구조와 결정 과정을 민주화해야 한다. 마을만들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과정으로 주민 스스로 자기의 운명을 결정한다. 소수의 리더나 목회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민주적 과정이 필요하다.
일곱째, 마을만들기 사업성과의 공평한 배분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의 성공 후에 성과를 구성원 간 공명 정당하게 배분해야 한다. 마을만들기에서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성과는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혜택을 독점해서는 안 되며, 마을 전체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전광현, 2020).
이처럼 새로운 교회(론)의 시도를 위한 실천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전통적인 교회 활동을 넘어서 지역사회에서 사회자본을 형성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회는 전도와 제자도의 실천을 넘어서 지역사회 내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사회집단과의 연계를 강화한다.
둘째, 교회는 ‘제 3의 장소’로서의 기능을 갖추어, ‘교회 외부의 사람들’과 ‘가나안 성도들’에게 접근하여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는 교회가 단순한 예배의 장소를 넘어서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한다(주상락, 2019).
셋째, 교회는 이러한 사회적 자본형성을 통해 제자도를 더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자본이 풍부한 교회는 지역사회 내에서 신뢰와 협력의 관계를 바탕으로 더 깊이 있는 영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8. 맺는 글
마을 목회와 사역의 본질은 ‘사회적 목회’와 연관있으며, 교회가 그들이 섬기는 지역 공동체에 대해 더 폭넓고 통합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목회사회학은 성서에서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하는데 즉, 예수께서는 그의 사역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 사랑, 공동체, 정의 등의 가치를 강조했으며, 병든 사람을 치료하고, 배척당한 사람을 포옹하며, 가난한 사람과 소외된 사람을 돌보는 등, 전체 공동체의 복지에 관심을 보이셨다. 이러한 예수의 사역은 마을사역의 중요한 근거로 볼 수 있다.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레위기 19장 18절에서와 같이 성서에서는 이웃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사마리아인 이야기는 이웃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 지역적, 종교적, 사회적 경계를 초월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가르침은 목회자가 그들이 섬기는 마을 전체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가져야 함을 보여준다(민건동, 2023).
마을목회와 마을사역을 사회적 목회의 영역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 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이들에게 참된 복음을 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할 때 그 실마리를 처음은 우리가 공적 복음으로 회심하는 일이다. 우리의 진심을 이 공동체, 하나님 나라의 비전으로 교회를 넘어 이 세상을 향하는 공동체로 회심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사명이다(조성돈, 2021).
현재 한국교회가 침체의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은 시대적 변화 속에서 현재 한국교회가 어떠한 복음의 틀을 마련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으며, 변화하는 상황에 아직 한국교회는 이 사회와 소통의 과정과 통로가 되지 못한 것으로, 이제 한국교회는 그 특유의 조직적 유연함을 통하여 선교적 방향성을 만들어 갈 것을 요청받고 있다(조성돈, 2007).
본 논문은 마을목회를 한국교회와 한국사회가 직면한 다중적 위기에 대한 신학적이고 실천적인 응답으로 제시하였다. 마을목회는 단순히 새로운 목회 방법론이나 전략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회복하고, 하나님 나라를 구체적인 마을의 현장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총체적인 목회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첫째, 마을목회는 성서적·신학적 정당성을 갖는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과 초대교회의 공동체 모델에서 그 원형을 발견할 수 있으며, 성육신 신학, 하나님 나라의 이미-아직 신학, 창조세계 돌봄의 청지기 사명, 필요 지향 사역 등의 신학적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둘째, 마을목회는 한국적 맥락에서의 신학적 응답이다. 서구 신학의 모방이 아니라, 한국 교회와 사회의 구체적 현실에 뿌리를 둔 토착적 신학이며, 동시에 세계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보편적 의미를 가진다.
셋째, 마을목회는 목회자만의 과제가 아니라 평신도가 주체가 되는 마을사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평신도는 각자의 은사와 전문성을 활용하여 마을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동역자이며, 이를 통해 교회의 사회자본이 강화되고 지역사회와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넷째, 마을목회는 지속적인 과정이며 완성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의 ‘이미와 아직’ 사이의 긴장 속에서, 현재의 부분적 성취에 감사하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
마을목회는 21세기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교회 중심에서 마을 중심으로, 성직자 중심에서 평신도 참여로, 건물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성장주의에서 섬김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환을 통해 교회는 지역사회와 함께 생명을 돌보고 회복하는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마을목회는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이다. 교회가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 마을과 함께할 때, 쇠락하던 교회도 활력을 되찾고, 해체되던 마을공동체도 회복될 수 있다. 마을이 살아야 교회도 살고, 교회가 마을을 섬길 때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한다. 이것이 마을목회가 한국교회에 주는 메시지이며, 21세기를 향한 교회의 새로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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