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목회 신학] 설교 – 최기학 총회장

[편집자 주 ] <마을목회 신학과 실천 / 오필승 엮음>은 ‘마을목회’와 ‘마을목회신학’의 출발점이 된 뜻 깊은 책인데 시중에서 만나기 어려운 이유로 내용을 이곳에 연재합니다. 혹시 내용 중에 교정할 부분이나 공개 공유가 되지 않기를 바라시면 발행인(오필승 목사)께 연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마을목회 설교 /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 (요 3:16-17)

/ 최기학 목사 (예장통합 전 총회장, 상현교회 원로)

2013년에 서울대학교의 무신론동아리 『프리 싱커스(Free Thinkers)』가 종교전도거부카드를 만들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전도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에게 거부의사를 밝히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카이스트에서 먼저 시작된 이 동아리는 다른 학교에서도 결성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도거부카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저희는 종교가 없습니다. 세뇌로 얼룩진 울타리를 깨고 나와 세상을 둘러보면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다는 것을 더 감동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어떤 믿음을 갖고 사는 것까지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전도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것을 넘어서 단호하고도 공격적으로 의사를 표출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사회가 교회에 대하여 얼마나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한국사회는 매우 많이 변화했습니다. 한국교회는 “세상이 다 바뀌었는데 교회만 바뀌지 않았다!”는 비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이러한 변화를 겪어 오면서 한국교회는 큰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 요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복신앙입니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고 가르쳤습니다. 물론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은 아닙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잘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를 믿어야 하는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기복신앙이란 복을 받기 위해 신앙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복을 받으면 신앙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이원론입니다. 교회는 성과 속을 철저히 구분하여 세상과 교회를 분리시켰습니다. 이 이원론이 세상은 교회를 적으로, 교회는 세상을 적으로 생각하는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였습니다. 이원론으로 말미암아 교회는 세상을 위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자처하는 참다운 그리스도인의 공동체가 되지 못하고, 세상을 향한 문을 닫고 담을 쌓아 교인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1회 총회는 이런 교회의 모습을 탈피하여 교회의 본질을 찾기 위해 ‘다시 거룩한 교회로’를 주제로 정했습니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마틴 루터의 교회 개혁정신과 전통을 되살려야 합니다. 또한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로 한국교회는 다시 민족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이 시대를 위해서, 이 세상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합니까?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라는 제102회 총회 주제가 표방하는 것처럼,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교회가 세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교회의 본질은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로,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16절)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요 3:16) 많은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것이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만을 위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치명적인 착각입니다. 하나님이 당신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신 이유는 바로 세상 사람들을 그 독생자만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교회가 이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그래서 예수 믿는 사람들끼리만 서로 나누고 위하며 살면 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도 기독교인들만을 위해서 존재해 왔습니다. 이제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인식하고, 하나님이 주신 진정한 복음사명을 깨달아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그 사랑을 품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요한복음 3장 16절은 기독교복음의 핵심진리입니다. 세상을 사랑하신 하나님은 당신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시고 십자가를 지게 하심으로써 세상을 구원하십니다. 여기에 하나님 사랑의 본성과 신비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가장 큰 사랑, 고귀한 사랑, 영원한 사랑을 십자가를 통해서 완성하셨습니다. 그 사랑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맞바꿀 만큼 큰 사랑이었습니다. 그 한 사람에는 예수를 믿는 사람뿐만 아니라 믿지 않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한 일서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는 우리 죄를 위한 화목제물이니 우리만 위할 뿐 아니요 온 세상의 죄를 위하심이라”(요일 2:2)

하나님은 예수 믿는 사람들만 잘 살기를 원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집에 남아 있는 장남만 잘 먹고 잘 살기를 원하시지 않습니다. 집을 나간 탕자가 돌아오기를 문밖에서 기다리십니다. 이것이 아버지이신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4)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둘째로,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16절)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주기도문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교회 안에서만 하나님나라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교인들에게 교회생활을 가르쳐 왔습니다. 예배생활, 기도생활, 헌금생활, 교회봉사, 주일성수 등 교회 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잘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교회 밖 세상에서의 삶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나라는 교회 내에서 뿐 아니라 세상 속에서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른 복음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지역사회)에서 마을은 단순히 행정구역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담고 있는 공동체이며, 가장 실질적인 삶의 현장이자 소통 공간입니다. 바로 이 마을을 교회로, 마을 주민을 교인으로 섬기는 마을공동체 섬김센터로서 역할을 잘 감당하므로 우리가 사는 마을을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어가는 거룩한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성경적인 교회원리입니다.

셋째로, 세상이 우리의 선교지이기 때문입니다(16-17절, 요17:18)

본문 16-17절에 ‘세상’이라는 단어가 4번 나옵니다. 요한복음 17장에서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을 앞두고 대제사장의 기도를 하시면서 ‘세상’이란 단어를 14번이나 사용하셨습니다. 이것은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이 얼마나 큰가를 잘 나타낸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 세상을 우리에게 맡기셨습니다. 그 세상을 책임지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본문의 세상이란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본래 세상을 선하게 창조하셨지만 인간의 범죄로 그 세상이 타락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관심의 대상에서 심판과 저주의 대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셔서 그 세상을 심판과 저주의 대상에서 구원과 축복의 대상으로 다시 바꾸어 주셨습니다. 그 과정에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사건이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사건이 없었다면 세상은 아직까지도 하나님의 심판과 저주 속에 있었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독생자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셔서 세상을 구원하신 것처럼, 예수님도 제자들을 세상에 보내시고 제자들도 성도들을 세상으로 보내어 세상을 구원받게 하는 것이 복음의 선순환입니다(요17:18-20).

하나님이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내려오신 성육신사건이 오늘날 교회에서도 일어나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세상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 사랑의 실천이 바로 세상 속으로 가는 것입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예수께서 모든 도시와 마을에 두루 다니 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마9:35)

가르침(Teaching), 복음전파(Preaching), 치유(Healing)는 예수님의 3대 사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사역을 교회 안에서만 하신 것이 아닙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듯이 예수님은 ‘모든 도시와 마을’, 즉 세상 속에서 하셨습니다.

교회 문을 열고 세상으로 들어가기를 소망합니다. 높이 쌓은 성 안에 있는 교회, 외딴 섬처럼 마을에서 고립된 교회가 스스로 빗장을 열고 모든 도시와 마을로 들어가서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기를 소망합니다.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거룩한 교회로서 세상을 섬기고 변화시키면서 세상에서 하나님나라를 이룩하기를 소망합니다.

세상으로 들어갈 때 우리의 마음과 태도는 진정성으로 무장되어야 합니다. 하나님나라를 이룬다는 것 외에 다른 의도를 가져서도 안 되고, 먼저 구원받은 자로서 오만해서도 안 됩니다. 세상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마음이 전달될 때 세상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세상 속에서 하나님나라를 이루어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역을 섬기는 것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지역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 지역민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것, 지역 속에서 하나님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지난한 과정일 것입니다. 겸손히 섬기며 씨를 뿌려야 합니다. 지금 당장 열매를 거두겠다고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그리고 묵묵히 씨를 뿌릴 때입니다. 우리교회가 세상 속에서, 지역 속에서, 마을 속에서 겸손히, 조용히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이번 총회에서 정한 주제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를 실현시킴으로써 한국교회가 다시 한 번 이 민족의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본 게시물의 무단전재를 허용치 않습니다. 부분 인용할 경우 저작권에 유의하고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출처 : <마을목회 신학과 실천>, 오필승 엮음, 예장마을만들기네트워크, 2017. p.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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