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지원법 이해와 마을목회

민건동 목사 (Ph.D. 목회사회학) / 마을학연구소장,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1. 시작하는 글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시대적 도전의 교차점에 서 있다.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6%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한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기존의 시설 중심 돌봄 체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요양병원이나 시설에서의 “사회적 입원”이 증가하고, 돌봄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국가는 더 이상 기존의 방식으로 돌봄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대한 국가적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 Care)” 정책이다.

이 정책의 핵심은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존엄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Aging in Place)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 주도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2026년 3월 본격 시행을 앞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통합돌봄지원법)에 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적 신뢰도 하락, 교인 수 감소, 성장 정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통합돌봄지원법과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는 이러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거나 새로운 차원의 도전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신학적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아래,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를 목회의 대상으로 삼는 마을목회(Maeul Ministry)가 새로운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을목회는 교회가 단순히 지역사회 ‘안에 존재하는(church in the community)’ 것을 넘어,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우고 아픔을 보듬는 ‘하나님 나라 공동체(church for the community)’가 되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국가의 통합돌봄 정책과 교회의 마을목회 운동은 단순한 시대적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파편화된 사회 속에서 공동체성 회복이라는 공통의 지향점을 가진 필연적 만남이다. 정부는 지역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생활권 단위의 충분하고 지속가능한 통합지원 생태계 조성을 법적 책무로 명시하며 ‘민관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을목회는 바로 이 ‘민(民)’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국가의 정책적 지향과 교회의 신학적 지향이 만나는 이 지점에서 한국교회의 새로운 선교적 기회와 사회적 책임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 두 흐름의 연계 가능성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신학적, 정책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은 통합돌봄 시대에 교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통합돌봄 시대에 한국교회가 응답해야 할 선교적 과제를 마을목회의 관점에서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내용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국가 정책으로서의 통합돌봄과 신학적 운동으로서의 마을목회 간의 연계가 왜 중요한지를 신학적, 실천적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합돌봄 정책의 비전과 핵심 과제를 분석하고, 그 내재적 한계를 지적함으로써 교회가 채워야 할 돌봄의 공백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마을목회의 신학적 기반과 실천 모델을 제시하여, 교회가 어떻게 이 공백을 메우고 지역사회 돌봄 생태계의 구심점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회가 통합돌봄의 주체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신학적 당위성을 기독교의 핵심 정체성인 디아코니아(Diakonia) 개념을 통해 정립할 필요가 있다. 디아코니아의 성서적, 역사적 의미를 고찰하고, 이를 사회적 책임과 연결하여 통합돌봄 참여가 교회의 본질적 사명임을 밝혀야 한다. 특히 독일 디아코니아의 민관협력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교회가 지향해야 할 역할과 전략적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통합돌봄지원법의 주요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교회의 관점에서 법률이 지닌 가능성과 구조적 한계를 비판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법률 개정 요구, 조례 제정 참여, 대안적 돌봄 모델 제시 등 교회가 수행해야 할 예언자적 역할과 실질적인 정책 참여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2. 한국 통합돌봄지원법의 제정 취지, 의의 및 전면 개정 논리에 대한 분석

2024년 3월 제정된 통합돌봄지원법은 대한민국 돌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중요한 입법적 성과로 평가된다. 급격한 고령화와 가족 구조의 변화 속에서 돌봄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기존의 서비스는 의료, 요양, 복지 등 각 영역별로 분절되어 있어 통합적인 지원에 한계를 보여왔다. 통합돌봄지원법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살던 곳에서(Aging in Place)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돌봄이 사회적으로 정당한 위상을 확보하게 되면, 단순히 누가 돌봄을 책임질 것인가와 같은 실질적인 질문을 넘어, 그동안 돌봄이 저평가된 채 구축되어 온 사회 질서의 정당성(正當性) 자체가 중요한 도덕적 논의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사회는 돌봄의 문제를 ‘돌봄 정의’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심도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이는 돌봄의 가치를 올바로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아울러 통합돌봄지원법의 제정 취지와 법이 갖는 의의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동시에 법의 전면 개정을 주장하는 측의 핵심 논리를 체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해당 법안을 둘러싼 다각적인 시선도 조명해 보고자 한다.

1) 통합돌봄지원법의 제정 취지

통합돌봄지원법의 제정은 기존 돌봄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결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핵심 취지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체계로의 전환이다. 기존의 돌봄 서비스는 병원이나 시설 입소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개인의 선택권과 삶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려웠다. 통합돌봄지원법은 제1조(목적)에서 명시하듯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이는 돌봄의 장소를 시설에서 지역사회와 개인의 가정으로 전환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성을 갖고 지역 실정에 맞는 돌봄 서비스를 기획·제공하는 주체가 되도록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둘째, 서비스의 통합과 연계를 통한 수요자 중심성 강화이다. 기존에는 의료, 요양, 주거, 일상생활 지원 등 각기 다른 법률과 전달체계에 따라 서비스가 분절적으로 제공되었다. 이로 인해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대상자는 여러 기관을 전전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고, 서비스의 중복이나 누락이 발생하는 문제가 심각했다. 통합돌봄지원법은 시군구에 설치되는 통합지원 전담조직을 통해 개인의 욕구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연계·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는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 서비스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로 나아가는 것을 지향한다.

셋째, 돌봄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및 사각지대 해소이다. 돌봄은 더 이상 개별 가족의 책임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사회적 과제라는 인식이 법 제정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특히 노인, 장애인뿐만 아니라 질병이나 사고로 일시적 돌봄이 필요한 중장년 등 그동안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다양한 계층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보편적 돌봄권을 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민의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증진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는 취지를 갖는다.

2) 법의 의의 및 의미

Thomas C. Adriaenssens의 주장을 중심으로 통합돌봄지원법 제정의 의의와 의미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형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법적 근거를 최초로 마련했다는 점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 선도사업 등 정책적 시도는 있었으나,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이 부재하여 전국적 확산과 지속가능성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돌봄 자원을 총괄하고 연계할 수 있는 법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돌봄 정책의 핵심 주체로 격상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법은 시·도 및 시·군·구가 지역계획을 수립하고, 통합지원 전담조직을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던 복지 정책의 집행을 넘어, 지자체가 지역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율성과 책임성을 가지고 돌봄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로컬 거버넌스(Local Governance)’의 실질적 구현을 촉진한다.

셋째, 돌봄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신청주의’에서 ‘권리’로 전환하는 출발점을 제시했다. 법에 따라 설치될 돌봄통합창구는 단순히 서비스를 신청받는 수동적 역할에서 나아가, 잠재적 대상자를 발굴하고 개인의 욕구를 먼저 파악하는 능동적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돌봄이 시혜적 복지가 아닌, 국민 누구나 필요할 때 누릴 수 있는 보편적 권리라는 인식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3) 통합돌봄지원법의 법적 기반 마련과 공공성 강화의 가능성

통합돌봄지원법은 한국 사회복지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이 법은 2019년부터 16개 지자체에서 시작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최초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가진다.

법 제1조는 그 목적을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 등 돌봄 지원을 통합·연계하여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에 이바지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돌봄을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이 감당해야 할 사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적 과제로 명확히 규정한 것이다.  

특히 법 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할 가능성을 열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지자체는 ①예방적 건강관리부터 생애 말기 돌봄까지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지원체계, ②병원이나 시설 퇴원 후에도 끊김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재가 완결형’연계체계, ③지역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통합지원 생태계를 구축할 책무를 진다. 이는 교회를 포함한 지역사회 내 다양한 비영리 주체들이 돌봄 생태계의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는 법적 명분을 제공한다.  

또한, 이 법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복지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법 제4조는 통합지원 대상자가 서비스의 내용, 범위, 방식 등을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시군구는 대상자의 욕구를 파악하여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서비스를 연계하도록 하고 있어, 획일적인 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개인의 복합적인 필요에 맞춘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러한 법적 기반은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돌봄 사역을 펼칠 때, 정부 및 지자체와 협력할 수 있는 공식적인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4) 전면 개정을 주장하는 측의 논리와 개선점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장애인 단체, 일부 현장 전문가들은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전면적인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상자의 모호성과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 발생 가능성이다. 비판 측은 법률이 지원 대상을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 과정에서 그 범위가 노인과 중증 장애인 중심으로 협소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누구나 필요한 돌봄”이라는 보편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지원이 절실함에도 법적 기준에 맞지 않아 배제되는 새로운 사각지대를 양산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둘째, ‘탈시설-자립생활’ 원칙의 훼손 가능성이다. 특히 관련 영역에서는 이 법이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온전히 보장하기보다는, 의료와 요양 중심의 접근을 강화하여 자칫 새로운 형태의 시설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즉, 개인의 선택권에 기반한 자립생활 지원체계 구축보다는, ‘돌봄 필요도’에 따른 서비스 판정이 개인의 삶을 획일적으로 결정하고 통제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법률에 탈시설 원칙과 장애인의 권리 기반 접근을 명확히 명시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공공성 약화 및 전달체계의 불확실성이다. 비판론자들은 법안이 지자체의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공인프라 확충이나 재정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민간 위탁 조항은 서비스의 질 저하와 영리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지자체의 책임이 민간 기관으로 전가될 위험이 크다고 본다. 또한, 사회연대경제 조직 등 다양한 지역사회 주체들의 역할이 법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관 주도의 획일적 전달체계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한계로 꼽는다.

넷째, 중앙정부 및 공단의 과도한 개입 우려와 지방자치 원칙의 역행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통합판정 도구를 통해 대상자의 서비스 자격을 결정하는 방식은, 지역의 특성과 개인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기보다는 중앙의 획일적 기준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지역사회와 지자체의 자율성 및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법의 본래 취지와 상충되며, 사실상 중앙 통제형 돌봄 체계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통합돌봄지원법은 분절된 돌봄 체계를 통합하고 지역사회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자 하는 중요한 입법적 진전이다.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싶은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고,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결코 낮게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전면 개정을 요구하는 비판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상자 범위의 보편성 확보, 탈시설-자립생활 원칙의 명문화, 공공 중심의 전달체계 강화, 그리고 지방자치의 실질적 구현은 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과제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의 실효성 및 효율성 확보를 위한 개선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위법령의 마련이 지연됨으로써 법의 실효성을 저해할 위험은 법률의 세부적 적용 기준 및 절차를 규정하는 하위법령의 부재가 현장 실행에 있어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해외 입법 사례 분석을 통해 한국적 맥락에 부합하는 하위법령을 신속히 제정함으로써, 법적 완결성을 확보하고 통합돌봄 제도의 안정적 운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쩨, 돌봄 서비스 제공 단계에 중점을 두는 것은, 양질의 돌봄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되는지에 대한 감독 및 집행 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통합적인 돌봄 서비스가 최소한의 질적 기준 이상으로 제공되었는지 여부를 효과적으로 검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다. 이에 따라 돌봄 서비스의 품질을 담보하고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명확하고 강도 높은 감독 및 집행 메커니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문 인력의 양성 및 유지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명시되어 있지만, 해당 조항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로드맵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 인력의 역량 강화 및 지속적 공급은 통합돌봄 시스템의 성공적 운영에 있어 핵심 요소이므로, 이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 자격 관리 시스템 강화, 그리고 안정적인 고용 환경 조성 등 정부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역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통합돌봄지원법이 단순한 선언을 넘어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제도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향후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지역 중심의 지속가능한 돌봄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재정과 인력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3. 마을목회와 통합돌봄의 연계 국가 정책으로서의 통합돌봄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의 비전과 한계: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구 구조적 위기와 기존 복지 체계의 한계에 대한 국가적 응전이다. 그 핵심 비전은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수 있는 포용국가의 실현에 있다. 이는 돌봄이 필요한 주민, 특히 노인과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자신의 집이나 그룹홈 등 익숙한 환경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며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비전은 단순히 복지 서비스의 전달 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탈시설화와 개인의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인권적 가치를 정책의 중심에 두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정부는 4대 핵심 과제를 설정했다. 첫째, 주거 지원 인프라 확충으로, 어르신 맞춤형 케어안심주택을 공급하고 낙상 예방 등을 위한 주택 개조 사업을 실시한다. 둘째, 찾아가는 방문의료 확대로, 의사, 간호사 등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진료, 간호, 건강관리를 제공한다. 셋째, 병원/시설의 지역 연계 강화로, 병원에 지역연계실을 설치하여 퇴원 환자가 지역사회로 원활히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넷째, 재가 장기요양 및 돌봄서비스 확충으로,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등 다양한 재가 서비스를 수요자 중심으로 통합 제공한다. 이 과제들의 공통된 목표는 보건과 복지, 주거 등 여러 영역에 걸쳐 분절적으로 제공되던 서비스의 칸막이를 허물고, 민관협력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통합 제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 주도의 통합돌봄 정책은 그 구조상 내재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은 본질적으로 측정 능하고 표준화된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케어안심주택 공급, 방문진료 횟수, 서비스 연계 건수 등은 정책 성과로 쉽게 계량화되지만, 돌봄의 과정에서 필수적인 비공식적이고 관계적인 차원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쉽다. 예를 들어, 정책은 식사 배달 서비스(가사활동 지원)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눌 말벗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또한, 행정 효율성을 중시하는 관료적 시스템은 개인의 복합적이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서적, 영적 욕구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는 지역케어회의와 같은 민관협력 모델을 통해 서비스 연계를 강조하지만, 이는 행정적 연결에 그칠 뿐, 신뢰에 기반한 자발적 ‘관계 형성’과 진정한 공동체 구축까지 나아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가 정책의 ‘돌봄 공백’이 발생하며, 이는 마을목회를 통해 교회가 채워야 할 핵심적인 영역이 된다.  

공공신학과 선교적 교회 관점의 마을목회: 마을목회는 사회적 신뢰를 잃고 성장이 정체된 한국교회의 위기 속에서 등장한 대안적 목회 패러다임이다. 그 핵심은 교회의 시선을 교회 내부에서 외부로, 즉 교회가 속한 ‘마을’로 돌리는 데 있다. 마을목회의 핵심은 지역사회 전체를 목회의 대상으로 삼아 그곳을 하나님 나라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역동적인 활동으로 정의된다. 이는 교회가 지역을 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선언이며, 교회의 모든 사역이 지역사회의 필요와 연결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마을목회의 신학적 기반의 한 축이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이다. 공공신학은 신앙의 영역을 사적인 경건 생활에 국한하지 않고, 교회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공적 영역의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마을목회는 복음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마을을 품고 세상을 살리는 구체적인 실천 운동이다.

더 나아가 마을목회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의 관점에서 볼 때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선교적 교회론은 선교가 교회의 여러 활동 중 하나가 아니라, 교회의 존재 이유 그 자체라고 본다. 교회는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보냄 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참여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마을목회는 교회가 자신의 본질인 선교적 공동체로 변화하기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할 활동이다. 마을목회 사례의 공통점은 교회가 자신의 필요가 아닌, 마을의 필요를 먼저 살피고, 교회의 자원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며, 주민들과의 관계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간다는 점이다.

 

4. 돌봄의 공백을 채우는 지역사회 생태계의 구심점으로서의 교회

국가의 통합돌봄 정책과 교회의 마을목회 운동은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필연적 연계 지점을 가진다. 정부 정책이 제공하는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돌봄의 ‘틈새’와 ‘공백’을 교회가 비공식적이고 관계적인 돌봄으로 채울 때, 다음과 같은 진정한 의미의 지역사회 돌봄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다.

첫째, 교회는 공적 돌봄의 틈새를 메우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통합돌봄지원법은 지역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생활권 단위의 통합지원 생태계 조성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력만으로는 이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마을목회를 실천하는 교회가 나설 수 있다. 교회는 공식적인 서비스 시간을 넘어선 긴급 돌봄, 정기적인 안부 확인, 외로운 이들을 위한 말벗 봉사,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동행 지원 등 제도권 밖의 비공식적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정부 정책이 미처 포괄하지 못하는 돌봄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지원하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한다. 법 시행에 발맞춰 교회가 읍면동 단위의 돌봄 공동체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바로 이러한 교회의 보완적 역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둘째, 교회는 통합돌봄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결합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교회는 지역사회 중심부에 위치한 건물이라는 중요한 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공간을 주중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쉼터, 지역 아동들을 위한 공부방, 주민들을 위한 ‘마을사랑방’으로 개방할 수 있다. 또한, 교회에는 헌신적인 자원봉사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등 풍부한 인적 자원이 존재한다. 이들의 자발적 참여를 조직하고 지역의 필요와 연결할 때, 교회는 정부가 재정적 한계로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돌봄 서비스를 보완하는 강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교회는 행정적 연결을 넘어선 신뢰 기반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통합돌봄의 성공은 단순히 다양한 서비스를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에 있지 않다. 그것은 파편화된 개인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돌보는 관계망, 즉 공동체가 회복될 때 가능하다. 마을목회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어온 교회는 이러한 신뢰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교회는 서비스 수혜자와 제공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모든 주민이 서로를 돌보는 주체로 서는 진정한 돌봄 공동체를 실현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이는 국가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교회의 “관계 네트워크”가 보완함으로써, 차가운 복지 시스템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과정이다.  

1) 통합돌봄 실천은 교회의 본질과 사회적 책임

교회의 본질로서의 섬김과 돌봄: 교회가 통합돌봄에 참여해야 하는 당위성은 선택적 사회봉사 활동을 넘어 교회의 존재론적 정체성에서 비롯된다. 그 핵심에는 디아코니아(Diakonia)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디아코니아는 헬라어로 ‘섬김’을 의미하며, 신약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과 초대교회 공동체의 본질을 설명하는 핵심 용어다.

예수께서는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라고 말씀하시며, 자신의 삶 전체가 디아코니아임을 선언하셨다. 또한 누가복음 4장 18-19절의 나사렛 선언을 통해 “가난한 자, 포로 된 자, 눈 먼 자, 눌린 자를 해방”시키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분명히 하셨다. 이는 디아코니아가 단순한 시혜적 자선이 아니라, 억압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삶을 온전히 회복시키는 해방의 사역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교회의 디아코니아는 그리스도의 아가페적 사랑을 세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행위이며, 교회의 본질 그 자체다. 교회가 디아코니아를 실천할 때, 비로소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통합돌봄’의 참여는 현대 사회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 중 하나인 돌봄의 위기에 교회가 응답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시대적인 디아코니아 실천이다. 고령화, 질병, 장애, 빈곤으로 고통받는 이웃은 오늘날 교회가 섬겨야 할 가난한 자요 눌린 자이다. 그들의 필요를 채우고, 그들이 존엄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은 교회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본질적 사명이다.  

나아가 디아코니아는 개인 구제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구조적 변혁까지 포괄한다. 로잔 언약 등 복음주의권의 논의에서도 사회봉사와 사회참여는 복음전도와 마찬가지로 성서의 명령으로 받아들여진다. 통합돌봄 시스템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개별적인 불우이웃을 돕는 구호적 사회봉사를 넘어, 지역사회의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구조적 사회봉사에 해당한다. 교회가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복음은 추상적인 교리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살아있는 능력이 되며, 이는 믿음에 따른 사랑의 실천이 주님의 복음을 더욱 왕성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진다.  

2) 독일 디아코니아 모델의 교훈: 국가교회 협력과 보충성의 원리

교회가 국가의 복지 시스템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은 독일의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독일 개신교는 19세기 산업화 시기부터 교회가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을 조직적으로 수행해왔으며, 이는 오늘날 독일 사회복지 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거대한 민관협력 모델로 발전했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교회와 시 당국, 시민 대표가 함께 가난한 이들을 돕는 공동금고를 만들었던 전통은, 국가의 복지 과제를 교회를 포함한 비영리 민간단체가 자율성을 가지고 수행하는 현대적 디아코니아 시스템의 뿌리가 되었다.

독일 모델의 핵심 작동 원리는 “보충성의 원리(Principle of Subsidiarity)”다. 이는 국가가 모든 복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대신, 개인이나 가정, 교회와 같은 더 작은 공동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에게 맡기고, 국가는 이들이 그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나 법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원칙이다. 이 원리에 따라 독일 정부는 사회 서비스 제공을 시장 경제에 맡기지 않고, 디아코니아를 포함한 6대 비영리 단체에 위탁하여 질 높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교회가 단순히 정부의 지시를 따르는 하위 계약자가 아니라, 고유한 신앙적 정체성과 전문성을 인정받는 대등한 파트너로서 협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일의 경험은 한국교회에 중요한 전략적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 한국의 복지 시스템은 정부 주도형으로, 교회가 참여하더라도 단순 위탁기관으로 전락하여 정체성을 잃거나 저수가 구조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있다. 독일 모델은 교회가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할 길을 보여준다. 한국교회는 정부에 재정 지원만을 요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독일의 보충성의 원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교회가 제공하는 돌봄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고, 교회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는 교회가 정부의 부족한 부분을 단순히 보충하는 수동적 역할을 넘어, 복지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국가와 함께 사회를 책임지는 능동적 주체로 서는 길이다. 교회가 신앙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연대를 통해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일 때, 비로소 지속가능하고 의미 있는 민관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3) 교회의 역할 재정의: 단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선 전인적 돌봄 공동체구축

교회가 통합돌봄에 참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정부의 위탁 사업을 수행하는 또 하나의 사회복지기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교회의 역할이 단순 서비스 제공자에 머무른다면, 그것은 디아코니아의 본질을 실현하기보다는 교회의 세속화와 정체성 상실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교회는 자신의 역할을 서비스 제공자에서 관계 형성자로, 나아가 전인적 돌봄 공동체 구축자로 다음과 같이 재정의해야 한다.

첫째, 교회는 서비스 제공을 넘어 ‘관계 형성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통합돌봄 시스템은 교회가 지역주민들과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접점을 제공한다. 교회가 제공하는 식사, 청소, 동행 서비스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지역의 이웃들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그들의 삶에 동참하기 위한 통로가 되어야 한다. 돌봄은 전도보다 빠르게 마음을 움직이고 섬김은 교회를 다시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진정성 있는 섬김을 통해 형성된 신뢰 관계는 그 어떤 전도 프로그램보다 강력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그들을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잔치로 초대하는 다리가 될 수 있다.  

둘째, 교회는 ‘전인적 돌봄(Holistic Care)’을 실현하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국가의 통합돌봄이 주로 수혜자의 신체적, 의료적, 기능적 필요에 집중한다면, 교회는 여기에 정서적, 관계적, 그리고 영적인 차원의 돌봄을 더하여 전인적 돌봄을 완성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선 돌봄으로, 예배(케리그마), 마을 돌봄 사역(디아코니아), 소그룹 활동과 교제(코이노니아) 등을 통해 다차원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로움과 소외감,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은 물질적 지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교회는 이러한 영적 필요에 응답함으로써 통합돌봄 시스템 안에서 대체 불가능한 고유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셋째, 교회는 ‘돌봄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 주체가 되어야 한다. 돌봄 민주주란 돌봄을 일부 전문가나 기관이 제공하는 시혜적 서비스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권리로 인정하고, 돌봄의 전 과정에 당사자와 지역 공동체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가 읍면동 단위에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돌봄 생태계를 구축할 때, 이는 중앙집권적이고 관료적인 복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지역 기반의 돌봄 민주주를 실현하는 중요한 걸음이 된다. 이는 돌봄을 받는 사람을 수동적인 수혜자로 남겨두지 않고, 그들 역시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주체로 세우는 상호 돌봄(mutual care)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며, 이는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엄한 존재라는 기독교적 인간 이해와도 깊이 부합한다.

4) 교회의 예언자적 역할과 과제

통합돌봄지원법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돌봄 사역을 수행하기 위해서 교회는 사회연대경제 조직들과 함께 가장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식사, 이동, 가사 지원 등 일상돌봄 영역에 대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준비된 영리 기업들만이 시장을 선점하게 만들어 돌봄의 질 저하와 공공성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여지를 방지해야 한다. 명확한 공공성 원칙과 관리·감독 기준 없이 민간 위탁이 남용될 경우, 이는 사실상 돌봄의 민영화로 이어져 서비스가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예상되기에 교회도 이러한 구조 속에서 무비판적으로 위탁 사업에 참여할 경우, 스스로도 돌봄을 상품화하는 주체가 되거나, 비현실적인 수가 체계 속에서 재정적 어려움과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통합돌봄지원법의 가능성과 한계 앞에서 교회는 수동적인 참여자가 아니라, 법의 정신이 올바르게 구현되도록 이끄는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비판적 감시자로서의 예언자적 역할과 대안을 제시하는 다음과 같은 실천적 역할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과제를 가진다.

첫째, 교회는 예언자적 비판과 감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통합돌봄지원법이 본래의 취지대로 사람 중심의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는지, 아니면 돌봄의 상품화와 민영화를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날카롭게 감시해야 한다. 특히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장 논리가 돌봄 영역을 지배하여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공공성 강화를 요구해야 한다.

둘째, 교회는 법률 개정 및 조례 제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개인의 목소리는 미약하지만, 시민사회 및 지역의 다른 비영리 단체들과 연대하여 목소리를 낼 때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각 지자체가 법 시행에 맞춰 제정할 관련 조례에 주민참여형 돌봄 생태계 지원, 비영리 돌봄 주체 우선 위탁, 돌봄 종사자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이 포함되도록 지역사회 공론장을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셋째, 가장 강력한 정책 제언은 비판을 넘어선 대안적 돌봄 모델을 실제로 제시하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교회는 마을목회를 통해 비영리성, 관계성, 전인성을 핵심 가치로 하는 ‘K-돌봄교회’ 모델을 지역사회에 구현해야 한다.

 

4. 맺는 글

오랫동안 한국교회는 외부와 단절된 채 교인들만의 안위를 추구하는 높은 성벽을 쌓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성벽을 허물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길이 되어야 한다. 통합돌봄 정책은 교회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열어준 구체적인 통로이다. 이 길을 통해 이웃의 아픔에 동참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우는 교회가 될 때, 세상은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개별 사역에서 네트워크로 연대해야 한다. 통합돌봄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개별 교회의 역량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독일의 디아코니아가 개신교 전체의 역량을 결집하여 정부와 대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듯이, 한국교회도 교단과 지역 단위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정책적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각 지역의 교회들이 연합하여 ‘한국형 디아코니아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공동으로 인력을 양성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정부 및 지자체와 소통하는 창구를 단일화하는 전략적 준비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 성공적으로 돌봄교회 모델을 구현하고 있는 교회들에 대한 심층 사례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운영 노하우, 갈등 해결 과정, 지속가능성 확보 전략 등을 발굴하고 공유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교회의 돌봄 사역에 참여하는 성도들과 서비스를 받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그 효과성과 만족도를 평가하는 실증적 연구가 병행될 때, 교회의 통합돌봄 참여에 대한 사회적 설득력과 신학적 타당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돌봄교회(Care Church)’로의 전면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통합돌봄 참여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나 추가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교회의 모든 사역을 ‘돌봄’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목회 철학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모든 교회가 각자의 상황과 은사에 맞게 지역의 돌봄 필요에 응답하는 돌봄교회가 되어야 한다. 예배는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 돌보는 예배가 되어야 하고, 교육은 섬김의 일꾼을 키우는 돌봄의 교육이 되어야 하며, 친교는 소외된 이웃을 환대하는 돌봄의 코이노니아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인격적이고 전교회적인 헌신을 통해 교회는 통합돌봄 시대의 진정한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민건동 목사 외 공저인 『통합돌봄과 마을목회』(나눔사, 2025년 12월 출간)의 “통합돌봄 시대의 한국교회의 역할과 과제: 통합돌봄지원법을 중심으로”(p106-127)를 수정하고 보완한 것입니다. 각주와 참고문헌이 있는 글 원본이 필요하시면 이메일로 요청하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fsmin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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